[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그야말로 예술같은 퍼스트 터치였다. 첫 터치를 ‘그렇게’ 했기 때문에 골이 될 수 있었다. 슈퍼매치에서 터진 3골은 퍼스트 터치가 만든 작품이었다. 이런 장면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여전히 슈퍼매치는 클래스가 있는 라이벌전임을 방증한다.

FC서울은 15일 오후 7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1 23라운드 FC서울과의 라이벌전 ‘슈퍼매치’에서 전반 4분 데얀에게 실점했음에도 후반 4분 고요한과 후반 추가시간 안델손의 극적인 역전 결승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날 득점은 모두 ‘퍼스터 터치’가 중요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전반 4분 터진 데얀의 골을 보자. 중원에서 사리치가 단숨에 중앙으로 침투패스를 했고 유주안이 옆에 있는 데얀에게 침착하게 내주는 패스를 했다.

이 패스때 데얀은 첫 번째 터치를 오른발로 왼쪽으로 접어놓는 선택을 했다. 이 퍼스트 터치 단 한번으로 서울의 수비진 두 명을 단숨에 젖혔다. 순간적으로 서울 수비 두명은 겹쳐버렸고 서로 부딪혀 움직이지 못했다. 이때 데얀은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들어오며 침착하게 왼발로 감아찬 슈팅을 성공시켰다. 데얀의 오른발로 왼쪽으로 접는 퍼스트 터치로 수비 두명을 젖힌 멋진 클래스의 장면이었다.

후반 4분 고요한의 득점 역시 퍼스트 터치가 빛났다. 역습 기회에서 왼쪽 중앙선 부근에서 신진호가 가장 앞에서 달리는 고요한을 향해 긴패스를 했다. 이때 고요한은 뒤에서 넘어오는 패스인데다 자신이 달리는 속도까지 제어해야하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고요한은 아주 가볍게 오른발로 제기차듯 공을 받아낸 것과 동시에 슈팅할 수 있는 위치로 공을 정확히 떨궈놨다. 이 퍼스트 터치 후 고요한은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했고 동점골을 만들었다.

뒤에서 넘어오는 긴패스에 달리는 속도까지 생각해야했음에도 월드컵 이후 그야말로 ‘축구도사’가 된 고요한은 완벽한 퍼스트 터치로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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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시간 터진 극적인 서울 안델손의 역전 결승골 역시 그랬다. 오른쪽에서 길게 올린 크로스를 수비가 헤딩으로 걷어낸 것을 고요한이 뒤에서 달려오며 상대수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방해했다. 이때 흐른 공을 안델손은 왼발로 톡 찍어올려 수원 수비의 태클을 피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돌아서며 터닝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왼발로 잡아놓는 퍼스트 터치를 통해 수비 태클을 피하고 터닝 슈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경기 내내 부진했던 안델손이 영웅이 될 수 있던 이유를 설명한다.

최근 슈퍼매치는 스타 플레이어의 부재, 두 팀의 저조한 성적 등이 겹쳐 예전만큼 많은 관중이 찾지 않고 관심도도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보여줬듯 클래스 높은 퍼스트 터치가 나온다는 점은 여전히 슈퍼매치는 한국 축구가 자랑할만한 수준의 라이벌전임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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