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국민 5명중 1명은 65세 이상…2025년엔 초고령사회 진입

노인의 스포츠 참여는 사회적비용 절감 직결…'선택' 아닌 '필수'

경기 김포시가 주최한 노인체육대회 개막식 전경. 사진=김포시청 제공
우리 사회의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다. 고령인구 증가세는 오는 2025년을 기점으로 급속히 빨라져 2050년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 국민의 4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명이 모이면 2명은 65세 이상의 노년층이란 얘기다.

우리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본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고령층 증가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버 세대의 스포츠 활동 활성화는 이들 국가의 공통적 정책 기조다. 의료비, 진료비와 같은 사회적비용 절감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스포츠 활동 참여는 자신의 신체 건강은 물론이고 건전한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체육 활동 자체가 노인성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는 효과도 탁월해 선진국들은 앞다퉈 고령층의 신체활동을 장려한다.

산업적 성장 가능성도 크다. 노인 인구 증가는 스포츠산업시장 관점에서 소비자의 씀씀이 패턴의 변화를 의미한다. 삼정KPMG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포츠시설은 의료 부문과 함께 고령층을 위한 차세대 시니어타운 조성에 필수적인 콘텐츠이자 주요 요건으로 꼽힌다.

◆노인건강 '최우선'…고령화 시대 대응 나선 선진국

대표적인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은 지난 2012년부터 노인체육과 유아체육을 중심으로 '국가스포츠기본계획'을 추진중이다. 골자는 고령층 누구나 운동 기능이나 실력 등과 관계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생활 속 스포츠 참여 문화를 확대하는데 있다.

영국은 노인들의 정신건강과 치매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티브 에이징(Active Aging) 기금을 마련했다. 네덜란드와 호주도 노인체육을 전담하는 국립노인운동촉진재단(MBVO)과 에이징 프로그램 등을 각각 운영중이다. 실버체육을 통해 사회적비용 절감의 기초를 마련한 대표적 사례다.

독일의 한 지방도시가 노인들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숲 속 요가교실' 전경. 사진=독일관광청 제공
생활스포츠 선진국 독일은 10만여개에 달하는 스포츠클럽과 약 3000만명에 육박하는 동호회 활동 인구를 자랑한다. 냉전시대 이후 1970~80년대 성장 둔화와 고용창출의 벽에 직면하자 직장내 스포츠 활동 장려 등을 통해 '잡 셰어링(Job Sharing)'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하지만 독일 정부도 고민이 깊긴 마찬가지다. 급격하게 늘어난 노인인구가 생활체육 참여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동네마다 잘 갖춰진 스포츠시설에도 불구하고 도시로 자녀들을 보낸 70대 이상 노년층이 체력 저하와 부상 우려 등을 이유로 생활체육 참여를 꺼리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프 브로이어 독일 쾰른스포츠대학 교수는 "1990년대 이후 독일의 생활스포츠 부흥을 이끈 4~50대 참여자가 7~80대가 되면서 생활스포츠 문화에 새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우리는 '고독'이 노인의 자발적인 스포츠 참여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령층의 스포츠 참여가 특정 종목에 대한 경기 출전이나 실력 향상 위주가 아닌 '어울림'을 가치로 사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팬싱클럽을 찾아가 칼 한번 잡아보지 않고도 기본 체조와 담소만으로 하루 4~5시간씩을 보내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원·육성 등 법적 근거 마련…자발적 참여 유도는 과제

노인들의 생활체육 참여가 각광받는 이유는 참여만으로도 노인의료비 지출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1인당 의료비는 448만7000원으로 전년(416만2000원) 대비 32만5000원(7.8%) 늘었다. 280만원대를 기록했던 지난 2010년과 비교할 때 60%에 육박하는 증가율이다.

전체 의료비 중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가했다. 전체 진료비 77조9104억원 가운데 노인진료비는 31조8235억원으로 전체 40.8%에 달한다. 문제는 노인복지시설과 체육시설 등이 연 2~3%대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증가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경상남도가 3월부터 시행하는 어르신 1:1 스포츠재활 서비스 '나이야가라' 프로그램. 사진=경상남도청 제공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활체육 참여자의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약 26만7800원 수준이다. 반면 비참여자는 55만6000원으로 2배 이상 높다. 더욱이 노인들의 의료비가 가계 지출에 미치는 비중 등을 감안하면 그 중요성은 더 커진다. 정부가 기를 쓰고 노인들의 스포츠 참여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법령개정 등을 통해 노인체육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2020년 6월 국회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마련하고 노인 건강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맞춤 체육활동 프로그램 등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쉬운 건 노인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낼 실질적 방안 마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관련 법안 보완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노인체육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세우고 활동 프로그램이나 관련 단체 운영에 필요한 비용과 시설을 지원하는 근거는 마련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정부 부처간 모호한 업무 체계가 대표적이다. 국가 노인건강 정책은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양 부처가 노인들의 스포츠 참여를 각각 보건의료 분야와 체육계 시각 등 단선적으로 접근하는 탓에 협력보다는 행정편의주의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인찬 더브릿지컨설팅 대표는 "노인체육과 관련된 관계 법령이 정비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 등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의 관련 시설 역시 이용률이 현저하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위기를 기회로…피트니스 업계 기대감 'UP'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감은 시장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거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2~30대와 6~70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 수 증가는 건강과 피트니스 관련 산업에 대한 주도권 경쟁을 부추긴다.

건강과 피트니스 등이 스포츠 시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과학도시들은 특화 전략 마련에 분주하다. 독일 드레스덴 등 과학도시는 스포츠와 첨단기술을 융합한 특화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고, 기업들은 헬스와 피트니스 분야에 쌍방향 동작인식 기능 등을 더한 첨단 장비 출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스마트 헬스케어 서비스 실증 사업'을 시행한 부산시는 고령층 참여자의 운동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과 스마트 케어 서비스 모델을 융합해 효과를 검증한 뒤 노인체육과 돌봄 서비스와 의료 등 분야와 접목하기 위해서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토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대감도 높다. 급격한 고령화로 급증하는 복지시설과 의료비 부담 등의 사회문제로 신음하고 있는 미주와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이 스마트 피트니스와 헬스 분야 등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토종 기업 탱그램팩토리가 개발한 스마트로프. 사진=탱그램팩토리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한 기술기업이 개발한 스마트 줄넘기는 미국의 유명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의 '러브 콜'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약 2억80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가 SNS에 "운동 목표를 추적하는 혁신적이고 편리한 줄넘기를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스마트로프'라 불리는 이 제품은 줄넘기 줄에 23개의 LED를 삽입해 줄넘기를 하는 동안 수행 개수를 허공에 입체적으로 표시해 준다. 미국 수출용 초도 물량으로 준비한 제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운동 횟수와 칼로리 소모량, 운동시간, 목표 달성율 등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고, 네트워크를 통해 친구를 초대해 서로의 기록을 공유할 수도 있다.

김창호 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장은 "최근 실버 스포츠 콘텐츠가 글로벌 스포츠산업 시장에서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노인체육이 사회간접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공제 성격은 물론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신사업 가치까지 ‘1석 2조’의 효과가 있는 만큼 단순한 경기 참여 수준을 넘어 자발적인 참여 유도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의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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