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세터 유광우(왼쪽)와 라이트 임동혁. ⓒ한국배구연맹(KOVO)
[수원=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대한항공이 두터운 선수풀을 자랑하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18-25, 25-19, 25-17)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대한항공은 시즌 14승째(9패)를 거두며 승점 43점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KB손해보험과의 승점을 3점차로 늘렸다. KB손해보험이 한 경기를 덜 치르긴 했지만 편한 입장에서 추이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승점 43점)과 KB손해보험(40점)이 선두권을 구성하며 치고 나가긴 했지만 우리카드(36점)가 최근 8연승으로 매섭게 뒤를 쫓고 있다. 그 밑으로 4위 한국전력(31점)부터 7위 삼성화재(26점)까지의 승점차는 5점에 불과하다. 하루 단위로 순위표가 요동치는 상황.

지켜보는 팬들에게는 이보다 더한 재미가 없지만 구단들은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다. 한 경기가 가지는 의미가 더욱 커진 가운데 모든 팀이 전력전을 펼치고 있다. 2020~2021시즌 통합우승에 빛나는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은 그 와중에도 좋은 경기력으로 선두를 달리며 2년 연속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마냥 평탄한 시즌은 아니다. 주전 선수들의 크고 작은 부상과 경기별, 라운드별 경기력 기복 등 대부분의 구단이 겪는 변수가 대한항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처럼 주전을 대신하는 백업 선수들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면서 대한항공은 강팀의 필수조건을 충족했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대한항공 세터 한선수. ⓒ한국배구연맹(KOVO)
최근 대한항공의 순위싸움에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한 것은 바로 주전 세터 한선수의 부상이었다. 한선수는 왼쪽 새끼손가락 탈구로 지난 OK금융그룹전 도중에 이탈했다. 그리고 결국 지난 9일 삼성화재전에 나서지 못한 채 팀의 패배를 지켜봤다. 그리고 이날 한국전력전도 역시 경기 출전은 불가능했다.

많은 이들이 한선수의 이탈을 걱정했지만, 대한항공에는 또다른 든든한 베테랑 유광우가 버티고 있었다. 1라운드 중반 선발로 잠시 나선 이후, 한선수의 뒤를 받치며 경기 중간중간 투입됐던 유광우는 한선수의 공백으로 지난 삼성화재전부터 소방수로 투입됐다.

비록 삼성화재전은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지만,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유광우는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 잘 아는 선수다. 삼성화재전 결과는 안좋았지만 공격을 잘 이끌어줬다”고 패배에도 그를 치켜세웠다.

감독의 신뢰를 받은 유광우는 이날 한국전력전도 변함없이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했다. 쌍두마차 임동혁과 정지석에게 토스를 배급해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두 쌍포는 이날 37득점을 합작하며 승리를 견인했다. 게다가 유광우는 이날 진성태, 김규민 등 센터라인과의 좋은 호흡 속에 다채로운 공격 패턴을 보여줬다. 대한항공은 13개의 속공으로 7개에 그친 한국전력보다 한 수 위의 모습을 자랑했다.

유광우만이 아니다. 이날 22득점으로 양 팀 합해 최다 득점을 기록한 임동혁은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를 대신해 선발 출전해 외인 에이스나 다름 없는 활약를 펼쳤다. 가장 높은 공격점유율(32.29%)을 가져가면서도 공격성공률 61.29%로 효율성까지 뽐냈다. 특히 승부처였던 3세트 9득점을 몰아친 해결사 본능이 백미였다.

임동혁은 올 시즌 초반 배구 외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레프트 정지석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 동안 빈자리를 메꿨다. 3라운드 정지석이 돌아온 후에는 원래 포지션인 라이트로 돌아가 링컨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시즌 후반부 링컨의 체력 과부하와 기복 문제를 훌륭히 커버하고 있는 임동혁이다. 이날 링컨은 경기 중간중간 코트에 투입되긴 했지만 임동혁의 활약 속에 휴식을 취하면서 다가올 KB손해보험과의 일전을 100% 컨디션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승리 후 인터뷰를 진행하는 대한항공 진성태. ⓒ한국배구연맹(KOVO)
유광우, 임동혁을 비롯해 이날은 주전 미들블로커 조재영을 대신해 투입된 진성태까지 터졌다. 중요 순간 블로킹을 작렬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블로킹인 5개에 하나 부족했지만 4개의 블로킹은 상대 맥을 끊기 충분했다. 그는 적재적소 속공까지 첨가하며 총 10득점을 보탰다. 올 시즌에 기록한 블로킹과 득점으로 한정하면 모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대한항공은 일주일 휴식 후 2위 KB손해보험과 2연전을 펼친다. 이 4라운드 마지막과 5라운드 첫 시작이 선두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중간에 올스타 브레이크도 껴있는 상황이라 두 팀은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보다 나은 잇몸'까지 장착한 대한항공이 어디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피튀기는 1위 싸움의 향방이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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