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김사니 감독대행은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남원 감독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폭언’의 기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중요한데 대중과 여론은 김사니 감독대행보다 서남원 감독의 말에 더 신뢰를 가지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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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 IBK 기업은행 감독대행은 23일 서남원 전 감독과의 불화의 이유에 대해 “모욕적인 말과 폭언을 들었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런 말을 했고,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남원 감독은 이 발언 이후 “그런 일은 없다”며 “차라리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 답답하다”고 했다. 심지어 “조송화가 훈련 중 내 말에 대답을 안 해서 김 코치에게 말 좀 시켜보라 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 말에도 대답 안 해, 코치 말에도 대답 안 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가 내가 한 말 중 가장 심했던 것 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경기 전후로 인터뷰에 나섰던 김사니 감독대행과 올림픽 3인방(김희진, 표승주, 김수지)은 어떤 폭언인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반면 서 감독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했고 심지어 예를 들어 자신이 했던 가장 심한 말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자연스레 서 감독에게 더 신뢰가 갈 수밖에 없다.

또한 서 감독이 그동안 오랜기간 여자배구 감독을 해오며 ‘덕장’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역시 서 감독에게 여론이 기우는 이유 중 하나다. 서 감독은 1996년부터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06년부터 여자배구에도 발을 들였다. 이후 2013년부터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기업은행까지 약 8년가량 여자배구팀 감독을 했다.

만약 같은 문제가 있는 지도자였다면 진즉에 이런 문제가 나왔을 것이다. 도로공사, KGC인삼공사 등을 떠날 때는 선수들이 SNS나 인터뷰를 통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후 “서남원 감독 덕분에 더 좋은 선수가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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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업은행은 이미 지난시즌부터 고참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기강이 해이해지고 프런트와 선수간의 밀착관계가 강했다는게 언론 보도의 주내용이다. 인기투표로 감독을 정했다는 보도, 트레이드 논의가 있을 때 선수들이 파벌로 반대했다는 등 제대로 된 팀인가 싶은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서 감독은 부임한지 고작 7개월밖에 되지 않은 감독이다. 올림픽, 휴식기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3~4개월밖에 되지 않은 감독이 팀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해가는 시기에서 선수단과의 마찰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많이 회자된 경기 중 작전 타임에서 서 감독이 조송화의 플레이를 지적하자 조송화가 ‘실수요’라며 무시하는 듯이 답하는 모습은 외부에서 봐도 화가 날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서 감독은 화를 내거나 욕하기 보다 자신이 참는 방식으로 대한다. 경기 중에 충분히 감독으로 화가 날만한 상황임에도 참는 모습이 많았다는 것은 서 감독이 지도한 팀의 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게다가 상식적으로 감독이 얘기하는데 대놓고 선수가 무시하고 말을 듣지 않는데 거기서도 성인군자처럼 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터인 조송화를 담당하는 김사니 당시 코치에게도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고 좋은 소리가 나오기 힘들다. 단순히 감독-선수-코치를 떠나 30년 가량 어린 딸 뻘에게 무시를 당하는 것을 누구도 견디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오히려 감독이 경질당하고 선수와 코치가 남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스타 선수에 팀 영구결번 코치라도 구단에서 감독을 얼마나 낮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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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을 주장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폭언을 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납가능한 수준인지 아닌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아무리 눈물을 흘리며 얘기해도 여론은 흔들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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