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초유의 사태가 나왔다. 선수와 코치가 무단이탈하며 감독-단장을 상대로 불만을 표출했고 그 결과 감독과 단장이 해임됐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지만 IBK 기업은행에서는 다르다.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을 선수와 코치가 몰아냈다.

기업은행은 어떤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기에 어떻게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해임될 수 있는지 의문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조송화, 서남원, 김사니. ⓒ스포츠코리아
IBK 기업은행은 21일 "서남원 감독에 대해 팀내 불화,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묻고, 구단은 팀 쇄신 차원에서 감독뿐 아니라 윤재섭 단장까지 동시 경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팀을 이탈한 조송화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이탈 선수 문제 등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사직의사를 표명한 김사니 코치에 대하여는 사의를 반려하고 팀의 정상화를 위해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조송화 사태’는 요약하면 이렇다. 주장이자 세터인 조송화가 감독과의 불화를 이유로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팀을 이탈했고 구단의 설득으로 선수단에 재합류했지만 16일 페퍼저축은행전이 끝나고 다시 무단 이탈했다. 여기에 팀의 레전드이자 영구결번인 코치 김사니까지 조송화와 함께 팀을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구단 내부에서 진상조사에 들어갔지만 결론은 오히려 감독과 단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구단의 설명대로 팀은 매우 부진하다. 9경기 1승8패 승점 2점으로 7개팀 중 최하위다. 개막 후 7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지난시즌 플레이오프까지 간 팀답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시즌 초며 아직 21경기나 남았다. 기업은행의 시즌 초 예상전력을 감안하면 반등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감독과 단장이 동시에 해임됐고 어떤 감독과 단장이 올지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김사니 코치가 사실상 감독 대행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선수와 코치가 감독-단장을 몰아내는데 어떤 감독이 기업은행에 오고 싶어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서남원 감독은 1996년부터 코치생활을 시작해 대표팀 감독대행과 프로에서만 3개팀을 맡았을 정도로 잔뼈가 굵다. 거친 욕설이 많지 않고 선수를 배려하는 ‘덕장’ 이미지가 강하다. 심지어 많은 소속팀 감독들이 싫어하는 자신의 팀 선수의 국가대표 차출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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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은 이미 지난시즌 FA로 넘어와서부터 문제를 빚었던 조송화에 대해서도 올시즌전 인터뷰를 통해 “조송화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 움직임도 빠르게 하려 하고, 사소한 플레이에도 디테일이 생겼다”며 칭찬했다.

조송화는 FA로 기업은행에 온 이후부터 뚜렷한 기량 저하로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오히려 조송화 없이 승리했고 있을때는 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FA선수를 살리고 주장으로까지 임명하며 안고가려했지만 서 감독의 노력은 오히려 무시당했다. 무단이탈 사태 이후 서 감독은 "조송화가 말을 걸면 대답을 안 한다"며 선수가 얼마나 감독을 무시하고 있는지 토로하기도 했다.

서 감독과 조송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납득이 되는’ 이유여야 한다. 그래야 조송화가 무단이탈을 하고 김사니 코치까지 동조하고, 이후 감독과 단장이 해임되는 이 이상한 사태가 이해되기 때문이다. 단순 불화가 아닌 ‘사회적으로 용납 불가능한 사건’이어야만 총책임자인 감독과 단장의 시즌 초 동반 해임이 설명된다.

만약 단순히 특정 선수와 코치를 편애한다는 이유라면 그 어떤 이도 기업은행을 납득할 수 없다. 단순히 인기 있다고, 고액 연봉자라고, 그리고 팀 영구결번이었던 코치라는 이유로 단순한 불화에 무단 이탈하고 팀 분위기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을 넘어가는걸 넘어 지휘권까지 준다면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감독이 선수단에 대한 통제권이 없으면 그 팀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 많은 지도자들이 ‘원팀’을 강조하고 단합, 협동과 같은 단어를 사랑하는지는 오랜 스포츠 역사가 증명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나 코치는 없다. 행여 그러기 위해서는 납득될만한 이유가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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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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