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년 K리그1 준우승. 2020년 K리그1 준우승과 FA컵 준우승.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지난 2년간 울산 현대 팬들은 ‘준우승’에 치를 떨었다.

그리고 올시즌을 앞두고는 한국 축구의 전설인 홍명보 감독이 부임하며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0월에만 FA컵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탈락, 그리고 158일간 지켜오던 K리그1 1위자리를 내주며 울산이 무너지고 있다.

울산에게 또 다시 ‘준우승 공포증’이 다가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울산의 지긋지긋한 ‘준우승 공포증’

2019년 12월 1일. K리그 울산 현대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지만 잊고 싶은 그날. 비기기만 해도 이천수-유상철이 이룬 2005년 우승 이후 14년만에 우승이 가능했지만 포항 스틸러스에게 충격적인 1-4 대패를 당하며 전북 현대에게 역전 우승을 헌납한다.

그리고 2020시즌. 2020년 7월 12일 1위 탈환 이후 10월 24일까지 무려 105일간 1위를 지켜오다 리그 종료 8일을 앞두고 전북 현대와의 맞대결에서 패하며 1위를 내주고 또 우승에 실패한다.

2020년에는 FA컵에서도 전북과 결승에서 맞붙어 1차전 1-1. 2차전 1-2로 패하며 또 준우승에 그친 울산이다.

이 정도 되니 전북도, 그리고 준우승도 지긋지긋해질 수밖에 없는 울산이다. 이미 울산은 2013년 리그에서 지금까지도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으로 회자되는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 헌납으로 포항 스틸러스에게 우승을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2013년, 그리고 2019년과 2020년 계속 준우승에만 그치며 2005년 우승 이후 울산의 준우승 공포증은 계속 길어지고 만 있었다.

2017년부터 울산을 이끌었던 김도훈 감독은 결국 2019, 2020시즌 연속 준우승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챔피언’에 올랐음에도 사임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울산 팬들에게 연속 준우승은 치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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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홍명보 부임…이번엔 다른가 했는데

2021시즌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다. 2020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장이자 ‘영원한 리베로’로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과 함께 한국 축구사 최고 전설로 손꼽히는 홍명보가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것이다.

홍명보의 울산은 개막전부터 다섯 골을 넣더니 전반기 동안 2패만 당하며 리그 1위로 마치며 우승에 매우 유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힘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포항에게 승부차기 끝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27일에는 FA컵 4강에서 K리그2(2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에게 패해 4강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24일 성남FC전에서 지며 158일간 줄곧 1위를 지키던 K리그1 순위표에서도 전북에게 밀렸다.

‘수확의 계절’ 10월이 울산 입장에서는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만 바라보는 시기가 됐다.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2월초부터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며 다른 팀보다 한 달은 먼저 시즌을 시작했고 시즌 중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가며 늘어난 경기수, 그리고 FA컵에서도 4강까지 가며 K리그 모든 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한 팀(10월 27일까지 47경기 소화)이 됐다.

아무리 울산 선수단이 넉넉해도 이 정도 경기수를 버텨내긴 쉽지 않다. 게다가 팀내 최다득점자인 이동준의 부상과 이적시장 마감 후 외국인 선수 힌터제어의 독일 리그행 등이 겹치며 스쿼드도 얇아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홍명보 감독도 속수무책인 상황. 오히려 FA컵 4강 패배 후에는 울산 팬들 사이에서 "김도훈 감독은 결승까지라도 갔지, 홍명보 감독은 4강에서 떨어지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결국 연속 4강 탈락의 아픔은 파이널A 라운드 최종 5경기에서 승리해 K리그1 우승을 따내는 것 외엔 달랠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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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준우승인가vs준우승 공포 떨칠까

울산은 2017년 FA컵 우승, 2020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기에 비록 4강에서 떨어졌어도 두 대회에 대한 열망이 K리그1 우승에 대한 열망보단 크진 않다. 결국 울산의 올 시즌 성패 여부는 K리그1에서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어차피 남은 경기들에서 승점 1점만 더 따면 2위는 확정인 상황. 결국 우승을 놓고 다투는 전북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해 상대의 승점 획득기회를 뺏고 내가 승점을 가져가는 ‘승점 6점짜리 경기’를 가져오냐가 관건.

울산과 전북의 경기는 11월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전주성에는 관중들이 입장할 수 있다. 그동안 누렸던 원정경기지만 관중이 없어 압박감이 없는 혜택은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울산이 지난 2년간 전북에게 중요한 순간 패했던 것에 비해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올해의 울산은 챔피언스리그 포함 4전 2승2무로 절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북 역시 우승이 달린 승부며 홈에서 한다는 이점, 올 시즌 울산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복수심이 큰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우승에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K리그 역사에 3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한 팀은 없다. 울산은 과연 원치 않는 3년 연속 준우승을 머무를까, 아니면 4번의 준우승(2011, 2013, 2019, 2020) 끝에 2005년 우승 이후 16년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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