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상 25)이 한국을 송두리째 흔들고 그리스로 향한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 9월 29일 쌍둥이 자매의 국제 이적동의서(ITC)를 직권으로 승인했다.

지난해 ‘학교 폭력’ 논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한국 코트에 다시는 설 수 없게 된 이재영과 이다영은 그동안 그리스행을 타진해왔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 자격 제한 규정을 들며 쌍둥이 자매의 해외 진출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 높였지만, 이재영·이다영은 FIVB의 직권을 앞세워 기어코 그리스로 간다.

“죄책감을 느끼고 사과하고 자숙하겠다”는 쌍둥이 자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자신들의 욕심을 앞세우며 해외리그로 이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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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 논란 장본인' 쌍둥이 자매, 어떻게 그리스로 갈 수 있었나

쌍둥이 자매는 FIVB가 승인한 국제이적동의서를 앞세워 조만간 그리스 대사관에서 취업비자를 받고 새 팀인 그리스 PAOK에 합류할 계획이다. 이르면 다음 주께다.

시끌벅적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마감 시한이었던 9월 29일 두 선수에 대한 FIVB의 국제이적동의서 공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쌍둥이 자매가 그리스 PAOK 구단으로 이적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이적 시 자국 협회에 연봉 5%)를 보낼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협회는 답변하지 않으면서 두 선수의 해외 이적 반대 입장을 강경하게 드러냈지만 FIVB는 직권으로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원래 선수가 국외리그로 진출할 때 필요한 국제이적동의서는 선수의 해당 국가 배구협회가 승인하게 돼 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국내 선수의 해외 진출 자격 제한을 명시한 선수 국제 이적에 관한 자체 규정을 들며 쌍둥이 자매의 국제이적동의서 발급을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선수 국제 이적 규정에서 '대한올림픽위원회(KOC), 협회, 산하 연맹 등 배구 유관기관으로부터 징계처분을 받고 그 집행 기간이 만료되지 아니한 자, (성)폭력, 승부조작, 병역기피, 기타 불미스러운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거나 배구계에 중대한 피해를 끼친 자'의 해외 진출의 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상황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자 자매와 계약에 합의한 PAOK 구단은 FIVB에 직접 국제이적동의서를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의서 발급과 관련된 여러 분쟁 사례들을 검토한 끝에 FIVB는 두 선수의 과거가 '사회적 물의'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 쌍둥이 자매의 손을 들어줬다.

▶ 바닥으로 떨어진 몸값에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이재영·이다영이다. 전 소속팀이었던 흥국생명에서 받았던 연봉에 훨씬 못 미치는 급여에도 그리스로 향하는 이유다.

이 자매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흥국생명에서조차 뛸 수 없게 되자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했다. 그러나 선수로서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이재영·이다영은 에이전시를 통해 그리스 PAOK와 계약했다.

그리스 PAOK는 좋은 가성비로 두 선수를 품게 됐다.

자매의 해외 진출을 도운 배구계 관계자에 따르면, 레프트 공격수인 이재영은 6만유로(약 8260만원), 세터 이다영은 3만5000유로(4800만원)에 사인했다. 보너스를 제외한 순수 연봉이다.

국내 무대에서 받았던 연봉과 큰 차이가 있다. 이재영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에서 연봉 4억원과 옵션 2억원 등 보수 총액 6억원을 받았다. 이다영은 자유계약선수(FA)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 연봉 3억원에 옵션 1억원을 합쳐 총액 보수 4억원에 사인했다.

그리스로 진출하게 된 두 선수의 연봉은 지난해보다 79∼84% 깎였다.

연봉 외 대우 조건은 나쁘지 않다.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 PAOK으로부터 아파트와 통역, 자동차 등을 제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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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된 사과는 처음부터 없었다…그리스행으로 스스로 추락

이재영·이다영은 학폭 논란이 후 자필 사과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뒤에서는 증거를 수집하고 폭로자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실제로 저지른 ‘학폭’은 사과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외 사실이 아닌 피해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대해선 법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상처받았을 피해자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이기적인 쌍둥이 자매의 선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진실된 사과와 자숙 없이 해외로 자리를 피한다.

물론 해외 이적은 선수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학교 폭력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한 진실된 사과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고, 해외 구단의 힘을 빌려 선수 생명을 연장하기에 급급한 이재영·이다영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멀리 내다 봐도 쌍둥이 자매의 이번 결정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영·이다영은 이번 그리스행으로 인해 한국 배구와의 모든 인연과 그나마 남아있던 팬들에게 등을 돌린 셈이 됐다.

학폭 논란 이후 그동안 타의에 의해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이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면, 그리스 이적으로 인해 이제는 자의로 쌍둥이 자매가 한국에선 선수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의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도 학교 폭력 피해자들은 악몽 같은 기억을 안고 있다. 피해자는 그들뿐만이 아니다. 소속팀, 배구 팬들, 타스포츠계 등이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 사태를 쏘아 올린 이재영·이다영은 당장에 자신들이 살길을 찾아 떠난다. 그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엔 일말의 양심도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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