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이자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의 중심에 있는 황선홍(53)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나설 남자축구 U-23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거쳐 감독으로도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우승(2013시즌)을 차지했던 황선홍은 FC서울과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대전 감독을 그만둔 지 1년여만에 김학범 감독을 바통을 이어 U-23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 황선홍에 대해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빠르고, 파괴적이고, 거칠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며 황 감독 선임 이유를 밝혔다.

황선홍 감독도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데, 국민들께 감동을 주는 팀을 만들겠다. 내 모든 것을 걸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전설의 스트라이커에서 명장으로 성공가도

황선홍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는지에 대해서는 몇가지 기록만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한국 남자 축구 역사상 A매치 득점 2위(103경기 50골, 1위 차범근 58골).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승리의 결승골 주인공(vs폴란드전).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유일한 한국 선수의 외국리그 득점왕(1999년 일본 세레소 오사카 25경기 24골).’

그는 2002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전남 드래곤즈 코치를 거쳐 부산 아이파크 감독으로 감독 커리어를 시작한다. 비교적 하위권인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고 FA컵 결승까지 이끌며 가능성을 보인 황선홍은 2011년 친정팀 포항 스틸러스 감독으로 부임해 전성시대를 연다.

특히 외국인 선수 없이 일군 2013시즌 역전우승은 K리그 역사에 가장 극적인 우승으로 꼽힐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5년간 포항에서의 지도자 경력으로 ‘명장’반열에 오른 황선홍은 FC서울에서도 2016년 우승컵을 들며 그 기세가 영원할 것 같았다.

실제로 전북 현대 감독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8년간 타팀 감독으로 K리그 우승을 한 감독은 오직 황선홍뿐(2013, 2016)일 정도니 선수로도, 감독으로도 성공가도만 달렸다고 해도 무방했다.

1994 월드컵에서 독일을 상대로 골을 넣는 황선홍의 모습. ⓒ스포츠코리아
▶FC서울과 대전 하나에서의 잇따른 부진

하지만 2017년부터 황선홍 감독 경력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전년도 우승팀이던 서울이 5위로 마치며 이상기류가 흘렀고 2018시즌에는 초반 극심한 부진(12개팀 중 9위)으로 인해 자진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재창단한 대전의 첫 감독으로 부임했지만 1년도 안돼 자진사임했다. 성적 부진을 사임 이유로 댔지만 당시 K리그2 1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고작 승점 5점차밖에 나지 않아 아직까지 물음표가 붙었다.

황선홍 감독이 퇴진 후 1위와 승점 21점차 4위로 추락한 대전의 상황을 볼 때 대전에서 1년도 못한 것이 정말 황선홍의 실패로 봐야하는지 의문이 따른다. 물론 FC서울과 대전에서 연속해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기에 분명 황선홍 감독의 커리어가 포항까지의 성공시대에 비해 퇴보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2013 K리그 우승을 차지한 후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황선홍. ⓒ스포츠코리아
▶이강인-정상빈-정우영 등 기대주 많다

U-23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황선홍 감독의 1차 목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이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이 40년 만에 원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바 있기에 기대치가 큰 상황.

최종 목표는 2024 파리 올림픽이며 아시안게임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지 않는한 파리올림픽까지는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판곤 위원장도 아시안게임 결승까지 가고, 경기력과 비전을 제시한다면 파리 올림픽도 맡기겠다고 밝혔다.

주축 선수는 역시 이강인(마요르카)이다. 발렌시아에서 지난시즌까지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A대표팀에서도 제외됐다. 하지만 마요르카 이적 후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아시안게임 간판 선수로 기대받는다.

또 다른 주축 선수는 골키퍼 이광연(강원FC), 수비수 김태환(수원 삼성), 미드필더 이수빈(포항 스틸러스), 윙어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엄지성(광주FC), 공격수 정상빈(수원 삼성), 조영욱(FC서울) 등이 언급된다.

이외에도 이강인과 함께 2019 U-20월드컵 준우승을 차지했던 멤버들이 3년이 지나 딱 U-23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최준(부산 아이파크), 이재익(서울 이랜드) 등이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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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U-23거쳐 A대표팀 감독까지 가능할까

당장 U-23대표팀에서 성과를 내야 가능한 전제이지만 황선홍 정도 되는 한국 축구의 인물이 연령별 대표팀 감독만 생각할 순 없다. 황 감독도 “모든 감독의 꿈은 A대표팀이지만, 그만큼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검증받아야 하는 자리다. 나는 이 자리를 통해 그런 검증을 제대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과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일군 동료이자 평생의 라이벌 홍명보 현 울산 현대 감독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이후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 감독을 했던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지만 선수들에게 신망받는 감독으로 런던 올림픽의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이미 모기업의 사정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 오직 국내선수로만 꾸려진 2013년 포항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경력이 있다. 이 경험이 분명 국가대표 감독을 하는데도 큰 장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한국축구 역사에 남을 선수로서의 업적, 그리고 부산-포항에 이어 FC서울 초반까지 감독으로도 ‘명장’에 오를 압도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후 서울과 대전에서 연속된 부침으로 기로에 서있고 바로 그때 U-23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내 모든 것을 걸겠다”며 의지를 다진 황 감독은 과연 자신이 원하는대로 아시안게임-올림픽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필생의 꿈인 A대표팀 감독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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