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냉정하게 이다영과 이재영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 조차 부인하기 힘들다. 그 실력은 단순히 리그에서 잘하는걸 넘어 여자 배구 대표팀에서도 ‘김연경 다음 가는 핵심’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세터인 이다영이 만들어주고 김연경-이재영-박정아 등의 공격수들이 때리는 공격은 분명 국제무대에서도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지만 불미스러운 일로 쌍둥이는 대표선수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쌍둥이가 없이도 해냈다. 6명이서 하는 배구에서 2명의 핵심선수가 빠졌음에도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은 똘똘 뭉쳤고 올림픽 4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연합뉴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오전 9시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여자 8강 터키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으로 승리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적같은 승리였다. 터키는 세계 4위, 한국은 13위로 전력차가 뚜렷했고 베팅사이트의 도박사들은 터키가 이길 확률을 10배가량 높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겼고 6일 열리는 4강에 진출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은 대형 악재를 경험했다. 그동안 쭉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고 핵심선수로 출전시간을 많이 가져간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학폭문제로 대표팀에 뽑힐 수 없게 된 것.

올바른 결정이었고 당연히 태극마크를 달고 뛸 수 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표팀은 세터 이다영이 올리는 공에 김연경, 박정아 등이 공격해왔고 이재영의 공격 역시 큰 무기였다. 사실상 6명의 주전 선수 중 2명이 빠진 전력의 3분의 1이 빠지는 엄청난 공백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두 선수가 미리 이탈했다면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에서 주전급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시간도 부족한채 거의 곧바로 올림픽에 돌입해야했다.

ⓒ스포츠코리아
하지만 김연경이라는 리더 아래 여자배구의 중흥기를 이끌고 있는 선수들이 똘똘 뭉쳤고 짜릿한 한일전 승리에 8강 터키전 승리까지 더해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4강까지 올랐다. 쌍둥이 자매없이는 힘들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해낸 성과이기에 더욱 뜻 깊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