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용 ⓒ선수 본인 제공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경기장에 서 있는 상상만 해도 너무, 정말 너무 행복합니다.”

한국 남자 7인제 럭비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지 9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럭비’ 한 우물만 파 온 주장 박완용(36, 한국전력공사)에게 ‘꿈의 무대’였던 올림픽이 이젠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럭비대표팀은 오는 26일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치르고 같은 날 오후에는 세계랭킹 3위 호주와 맞붙는다. 다음날인 27일에는 세계랭킹 7위 아르헨티나와 격돌한다. 이후부터는 순위결정전에서 결승까지 이어진다.

무서울 게 없는 럭비대표팀이다. 지난 2019년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준결승에 이어 결승에서 0-7로 끌려가던 승부를 12-7로 뒤집고 딱 한 장 걸려있던 올림픽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미 한차례 돌풍을 일으켰다.

이젠 모든 걸 쏟아내야 하는 결전의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무대를 밟는 럭비팀 주장 박완용은 25일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가슴 벅참을 숨기지 못했다.

박완용은 “올림픽이 너무 기다려진다. 경기장에 서 있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고 설렌다. 가슴이 뭉클거리기도 한다”면서 “우연히 태극기를 보거나 애국가를 들으면 더욱 기다려진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완용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럭비를 시작해 20년간 한 우물만 판 '럭비 바라기'다.

그에게 올림픽 무대는 하늘의 별과 같은 존재였다. 생각만으로도 반짝 빛나는, 하지만 너무 멀어 보여 시련을 안기기도 했다. 그간의 설움을 뒤로하고 하늘의 별을 딴 박완용의 시선은 이제 올림픽 첫 승리로 향한다.

남자 럭비 7인제 국가대표팀 ⓒ대한럭비협회
올림픽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주장 박완용 주도하에 럭비팀은 분주히 움직였다. 지난해 2월 미국 LA에서 열리는 월드 세븐스 시리즈에 참가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고, 지난 7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기 바로 직전에도 LA국제대회에 참가해 최종 담금질을 마쳤다.

마지막 모의고사였던 LA국제대회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박완용은 “가장 큰 목적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고 설명하면서 “더불어 2019년 올림픽 예선전과 다른 전술 변화를 시험해 보는 데 초점을 뒀다”고 했다.

경기력 향상 외 럭비대표팀이 각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또 있었다. 바로 코로나19 방역이다. 박완용은 “팀 전력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리게 되면 어렵게 따낸 올림픽에 출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주의했다”고 했다. 대표팀은 숙소 내부 시설, 경기장 외 이동은 전혀 하지 않으며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단체 훈련을 할 수 없었기에 방역에 더 신경이 갈 수밖에 없었다. 럭비 대표팀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진천선수촌 입촌이 잠시 불허됐을 때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된 탓에 완전체로 훈련을 하지 못하다가 올해 1월 말이 돼서야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재개했다. 이후 3월 선수 선발을 위해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자체 선수 선발 및 평가전을 진행하는 등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대한럭비협회
대한럭비협회 최윤 회장의 전폭지원 덕분에 럭비대표팀은 보다 편하게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박완용이 직접 피부로 느낄 정도였다. 박완용은 “회장님께서 대표팀 훈련 인원 확대 및 외국인 다이렉터(포퍼먼스 디렉터) 채용을 통해 선수 기량 향상에 힘써 주셨다”고 전했다.

올림픽 준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말을 이어간 박완용은 “럭비 활성화를 위해 중, 고, 대학교 창단 및 지원 등 럭비 환경 개선에 힘써주신다. 특히 적극적인 대회 유치에도 앞장서 주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무대에서 기적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따낸 한국 럭비대표팀은 냉정한 시각에선 이번 올림픽에서 1승도 어렵다는 전망이 있다. 박완용은 “지금까지 잘 준비했다. 선수들 기량이 100% 발휘된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답을 했다.

물론 박완용의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그러나 그 외 이번 올림픽으로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럭비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기본 룰만 알고 봐도 정말 재미있는 것이 바로 럭비”라면서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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