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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95년. 한 동양인 투수가 이상하게 몸을 비틀어 던진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폭포수처럼 떨어지자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헛스윙을 돌리며 물러났다.

노모 히데오의 ‘토네이도 열풍’. 아시아 선수가 야구 최고 무대 메이저리그에 바람을 일으킨 최초의 사례였다. 그해 노모는 신인왕과 탈삼진왕을 석권했고 미국 어린아이들은 노모 특유의 몸을 비트는 투구 동작을 따라하기 바빴다.

2001년. 타석에 웬 빼빼 마른 좌타자가 방망이를 길게 뻗었다가 소매를 걷어 올린 후 스윙 때는 시계추 돌 듯 몸을 돌렸다. 그가 휘젓는 방망이에 맞는 공은 모조리 안타가 됐고 시즌 타율은 3할5푼으로 1위, 최다안타(242안타) 1위, 도루(56도루) 1위에 MVP까지 거머쥔다.

바로 스즈키 이치로가 불러온 ‘이치로 신드롬’. 이치로의 시계추 타법은 연구대상이 됐고 데뷔 첫해 MVP라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며 역사상 최고 아시아 선수로 메이저리그에 남게 됐다.

그리고 2021년. 오타니 쇼헤이(27·LA에인절스)가 있다. 2018년 메이저리그 데뷔 당시에도 투타겸업으로 큰 화제였지만 지금의 오타니는 완성형 타자 겸 투수가 됐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의 투수와 타자 모두에서 올스타에 선정되기까지.

당연히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오타니 열풍’이다.

  • 오타니(가운데) 이전 메이저리그에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1995년의 노모 히데오, 2001년의 스즈키 이치로. ⓒAFPBBNews = News1
▶너무나 압도적인… 그래서 당연한 오타니 신드롬

12일(이하 한국시각)이면 전반기가 종료되는 2021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는 9일까지 타자로 81경기에 나와 32홈런을 때렸다.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1위. 69타점으로 타점 3위며 7할의 장타율 역시 메이저리그 1위다. 여기에 도루도 무려 12개로 아메리칸리그 8위다.

투수로도 13경기나 선발로 나서 4승1패 평균자책점 3.49로 준수한 성적. 타자로는 최정상급, 투수로도 3선발급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32홈런은 2004년 일본타자 선배였던 마쓰이 히데키가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기록한 아시아 선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인 31홈런을 뛰어넘은 신기록. 전반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17년 묵은 아시아 최다홈런 기록을 깨버린 것이다.

투수로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5.5마일로 시속 154km에 달한다. 최고구속은 100마일(161km)에 이른다. 투수로도 이만하면 충분히 대단한데 타자로는 메이저리그 1위, 그리고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돋보이는 ‘탈 동양인급’인 압도적 피지컬(193cm, 95kg)에 굉장히 잘생긴 외모까지 더해졌으니 오타니 신드롬은 당연할 정도다.

  • 노모의 토네이도 열풍(왼쪽)과 데뷔 첫해 MVP를 탄 '시계추타법'의 이치로를 조명하는 타임지. ⓒAFPBBNews = News1, 타임지
▶오타니 열풍의 현주소

그렇다면 미국 내에서 오타니 열풍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오타니는 1933년부터 시작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역사상 최초의 투수와 타자 동시 올스타에 선정된 선수가 됐다. 베이브 루스도 해내지 못한 진기록이다. 올스타는 팬투표이기에 인기의 척도이기도 하다.

오타니가 5번 입은 실착 유니폼은 경매 시작가가 1120만원이었고 현지 중계에서는 특별히 오타니 타석 순서가 언제 돌아오는지 예고하는 그래픽이 뜨기도 한다. 또한 오타니가 워낙 홈런을 많이 치다 보니 오타니가 홈런을 치면 알려주는 휴대폰 앱까지 개발됐다.

미국 어린이 만화에 오타니가 등장하기도 했고 농구 NBA 최고 스타 케빈 듀란트는 ‘오타니를 직접 보고 싶다’며 메이저리그 야구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LA에인절스의 2021년 물품증정 행사 6개 중 3개가 오타니 관련 물품일 정도로 팀내 최고 인기스타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 현존 메이저리그 최고선수이자 지금 은퇴해도 명예의 전당 헌액이 가능한 마이크 트라웃이 있음에도 말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오타니가 전미의 스타로 떠오르다 보니 그 어떤 선수보다 더 메이저리그의 얼굴로 밀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SNS는 오타니 관련 그래픽으로 도배됐고 오타니의 생일날에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가 직접 메인 페이지를 통해 축하해줄 정도. ‘쇼타임’의 ‘쇼(Show)가 아닌 오타니 쇼헤이의 ’쇼(Sho)’로 바꿔 오타니의 활약을 소개하는 것은 메이저리그만의 특수어로 정착됐을 정도다.

가히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스타이자 전미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1995년의 노모, 2001년의 이치로 그 이상이라는 평가까지 뒤따르고 있다.

  • 오타니에 열광하는 관중들과 특정 선수의 생일을 축하할 정도로 오타니를 홍보하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AFPBBNews = News1, MLB.com 캡처
▶무리한 기용에 따른 우려점도… 계속 ‘투타’ 가능할까

이렇게 오타니가 압도적으로 잘하고 있으니 말이 적을 뿐 우려점도 분명 존재한다. 지금은 젊은 나이다 보니 이렇게 투수와 타자를 다하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이것이 가능할 지에 대한 의구심은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특히 올시즌의 경우 에인절스 구단이 오타니에 대한 보호는커녕 오히려 혹사를 방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기에는 오타니가 투수로 등판하는 전날과 등판 다음날에는 타자로도 휴식을 취하게 해주며 ‘관리’를 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전날은커녕 등판 다음날에도 곧바로 타자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발등판을 하고나면 다음날 팔을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고 하는데 오타니는 휴식은커녕 타자 출전까지 하고 있는 것.

실제로 오타니는 8일까지 에인절스가 진행한 86경기 중 81경기나 출전하며 거의 휴식없이 뛰었고 81경기 출전은 에인절스 팀내 출전 2위이기도 하다.

오타니는 13일 진행되는 홈런더비에도 출전하고 14일 열리는 올스타전에도 투수와 타자로 번갈아 출전할 예정이다. 휴식없이 이렇게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고 후반기를 맞이할 때 과연 오타니가 부상과 피로누적을 피할 수 있을지 걱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

과연 오타니는 후반기에도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MVP 석권이 당연한 오타니는 과연 ‘MVP-홈런왕-10승 투수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길 수 있을지 후반기를 기대케 한다.

  •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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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7/11 06: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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