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한 차례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이 여전히 개최 우려 시선을 받지만 내달 23일 개막이 불발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0일(한국시간) “출전권을 얻은 선수의 약 80%가 백신을 맞았다. 거의 다 왔다”며 강력하게 정상 개최를 시사했다.

하지만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약 2000명씩 나오고 있는 상황. 누적 확진자는 76만 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1만5000명에 근접했다.

백신 접종을 앞세워 ‘올림픽 회의론’을 누그러뜨리고 있는 IOC지만 북한이 불참을 선언하고 스타플레이어들까지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며 여전히 올림픽 회의론에 직면해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반쪽짜리 올림픽’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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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 보호 우선" 북한,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

북한은 지난 4월 초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 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오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IOC는 “북한의 불참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끝까지 참가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설득은 없었다. 지난 8일 IOC는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을 공식화하고, 출전권을 다시 재분배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하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보이콧한 이후 33년 만이다.

제임스 매클리오드 IOC 올림픽연대 국장은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그들(북한)에게 가능한 한 많은 확약을 제공하기 위해 최대한 논의를 했다”며 북한을 올림픽 참여로 이끌기 위해 머리를 맞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실을 맺진 못했다. 다음 달 5일 선수 등록을 마감하고 23일 대회를 시작해야 하는 올림픽 준비 막바지 시점에서 IOC는 북한을 설득하는데 더 이상 할애할 시간이 없었다. 불참을 수용하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논의 주제를 북한이 가지고 있던 출전권으로 급선회했다.

IOC는 북한의 불참을 발표하며 출전권에 관해서는 재분배 방침을 밝혔다.

북한은 육상 양궁 사격 체조 등 8개 종목에서 18장의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도쿄행을 포기하면서 이를 그대로 반납했다. 이로써 2012런던올림픽 69㎏급,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75㎏급 금메달리스트인 ‘역도 간판’ 림정심은 올림픽 3연패 도전을 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던 도쿄올림픽은 불참을 선언하는 국가까지 나타나면서 더욱더 따가운 시선을 받는 상황이 됐다.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 국무부가 미국인의 일본 여행경보를 ‘여행재고’ 3단계에서 ‘여행금지 권고’ 4단계로 끌어올리면서 미국 선수단의 도쿄 올림픽 불참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북한 불참 공식 발표까지 겹치면서 급속도로 올림픽 취소론에 둘러쌓였던 일본은 보름 만에 미국이 다시 여행경보를 3단계로 완화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파엘 나달 ⓒAFPBBNews = News1
▶ 스타 스포츠 선수들도 '올림픽 패싱'

올림픽 종목 내 기권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야구에서 도쿄행을 포기하는 팀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호주야구협회는 지난 9일 “선수단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야구 최종예선을 기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중국과 대만이 차례로 출전을 포기한 바 있다.

개인 종목 정상급 선수들의 도쿄행 포기 소식은 지난 3월 더 빠르게 들려왔다. 남자 골프 세계 1위 더스틴 존슨(미국), '호주 간판' 애덤 스콧에 이어 '베테랑'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가 도쿄올림픽 불참 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과 맞물려 있는 올림픽에 참가하면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지만, 더 나아가 올림픽이 끝난 뒤 곧장 PGA 투어로 돌아가더라도 코로나19의 여행 제한 규정에 따라 별도 격리 기간을 보내야 하는 가능성도 이들의 올림픽 불참을 부추겼다.

여기에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등도 불참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본 국적의 오사카 나오미와 니시코리 게이도 안전에 의문을 표하며 도쿄행을 주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불운하게 도쿄행이 좌절된 선수도 있다. 한국의 ‘레슬링 간판’ 김현우다.

2012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도쿄올림픽 세계 쿼터대회 출전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자의와 상관없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쳐버렸다.

김현우는 지난달 8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이 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77kg급 1라운드에서 라피크 후세이노프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바로 전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대결을 치르지 못했다.

그동안 올림픽만 바라보며 구슬땀을 흘린 김현우의 꿈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공중분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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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 보장 못해 '반쪽짜리 대회'됐는데…日 유관중 검토?

지난달 10일에 실시된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일본 국민 반 이상(59%)이 도쿄올림픽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개최도시인 도쿄도로만 범위를 좁힌다면 취소 의견은 61%에 달한다.

안전 문제로 인해 자의든 타의든 올림픽 불참 사례가 나오면서 도코올림픽은 시작도 전에 ‘반쪽자리 대회’가 됐다. 그러나 일본은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면서 무관중 경기 개최 입장에서 유관중으로 입장을 번복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9일 아사히 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기장 수용 인원 50%를 상한으로 최대 5000명 유관중'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달 20일께 관중 유무를 판단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유관중 개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책 분과회 회장인 오미 시게루 지역의료기능진전기구 이사장은 지난 2일 “주최자가 책임지고 개최 규모를 가능한 적게 해 관리 태세를 가능한 강화하는 게 의무”라고 지적했다.

올림픽이 개최되더라도 예년과 같은 올림픽 성공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쉬운 예상이었다. 도쿄행 포기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며 예견된 수순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감염 위험이 도사릴 수 있는 유관중 경기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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