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한국 레슬링 간판’ 김현우(33·삼성생명)의 도쿄올림픽 출전 꿈이 좌절됐다.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대회를 하루 앞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지긋지긋하게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여파로 자의와 상관없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쳐버린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본 내에서 ‘올림픽 회의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현우 ⓒ연합뉴스
▶ 허무하다…코로나19로 무너진 꿈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현우는 지난 8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세계 쿼터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77kg급 1라운드에서 라피크 후세이노프와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바로 전날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회 주최 측은 경기 당일 오전 코로나19 재검사에서 김현우가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경기 출전을 허가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튿날 몸상태가 더 나빠진 김현우는 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단숨에 ‘레슬링 간판’으로 떠오른 김현우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판정 논란을 딛고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리고 도쿄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염두에 두고 그간 구슬땀을 흘려왔다.

앞서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아쿼터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김현우는 심기일전해 불가리아 대회를 준비했지만 ‘경기 하루 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에 발목 잡히며 꿈을 다 펼치지도 못하게 됐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대회 이틀 전(6일)까지만 하더라도 김현우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 전날 양성 판정이 나오면서 손쓸새 없이 3연속 올림픽 진출 꿈이 좌절됐다.

레슬링 올림픽 국가대표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과거 레슬링은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꼽혔는데 이번 김현우의 이탈로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이번 아시아·세계 쿼터대회를 통해 남자 그레코로만형의 류한수(72kg급), 김민석(130kg급) 단 2명만이 출전권을 따냈다. 직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5명 출전) 때보다 적은 인원이다. 한국 레슬링 역사상 올림픽에 두 명만 출전한 건 1952년 헬싱키대회 이후 처음이다.

ⓒAFPBBNews = News1
▶ 일본 국민 59% "올림픽 중단"…선수들 마저

코로나19가 아직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내에선 올림픽 개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0일 3일간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림픽 중단을 촉구하는 여론이 59%, 정상 개최 의견은 16%, 무관중 개최는 23%로 집계됐다. 개최도시인 도쿄도로만 범위를 좁힌다면 취소 의견은 61%에 달한다.

정계에서도 올림픽 개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앞서 9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 대표인 에다노 유키오는 이날 온라인에서 지지자들에게 “정부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앞서 우선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켜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올림픽은 열고 싶어도 열 수 없게 되지 않겠냐"며 대회 개최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스가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예정대로 개최 준비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존 코츠 부위원장도 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개막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목표인 선수들마저 올림픽 개최 또는 출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파넬 나달 ⓒAFPBBNews = News1
‘세계적인남자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은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출전에 관한 질문을 받고 “정말 모르기에 정확한 답변을 할 수 없다”면서도 “평소 같았으면 올림픽에 나가지 않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올림픽은 중요한 대회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달뿐이 아니다. 여자 테니스 선수인 세리나 윌리엄스는 "딸과 떨어져 지낼 수는 없다"며 올림픽에 가족 동반이 불가하다면 출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수들이 올림픽을 치른다면 대회 기간 동안 가족과의 접촉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일본 국적을 가지고 있는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 역시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히 나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올림픽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올림픽은 평생을 기다려온 대회”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였고 불편을 느낀다면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일은 오는 7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지난해 7월 24일 개막이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했다. 이젠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 내 코로나19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개최까지 남은 시간은 단 2개월인데 일본은 하루에 수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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