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기자] 지난 3월 8일. 안양 KGC는 제러드 설린저 영입을 공식 발표한다. 부진했던 크리스 맥컬러의 대체선수였다. NBA 1라운더 출신이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허리부상 등으로 2년가량 쉰 선수였기에 ‘로또성’ 영입이라는 걱정도 있었다.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고 설린저가 3월 11일 데뷔전을 가졌고 그로부터 딱 두 달. KBL의 역사가 새로 쓰였고 KGC에는 찬란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단 두 달만에 모든 것을 바꾼 설린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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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KGC는 8일 오후 1시 40분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84-74로 승리했다.

1,2차전 원정에서 승리하고 홈에서 열린 3차전마저 승리하며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9연승) 신기록을 세웠던 KGC는 이날 경기마저 승리하며 플레이오프 10전 전승으로 역대 최다 연승 신기록은 물론 KBL 역사상 첫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역시 설린저의 잔치였다. 아니, 설린저는 한국 무대에 온 두 달동안 가장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42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 설린저는 지난 3월 23일 부산 kt전에서 41득점을 기록한 것이 한국 무대 한경기 최다득점이었는데 우승을 확정하는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자신의 기록을 깼다.

당연히 경기 후 기자단 투표로 86표 중 55표를 받아 플레이오프 MVP까지 받은 설린저다.

KGC는 올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로 골머리를 앓았다. 우승 후 김승기 KGC 감독도 “국내 선수들에게 외국인 선수로 인해 미안했다. 하지만 설린저가 온 이후 미안한 마음을 가지지 않아도 됐다”고 할 정도로 외국인 선수의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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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와 함께 시즌을 시작한 얼 클락은 평균 21분간 14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후 22경기만에 크리스 맥컬러로 교체됐다. 맥컬로도 평균 20분 12.4득점 6.3리바운드에 그쳐 21경기만에 다시 제러드 설린저로 교체됐다.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는 평균 18분을 뛰며 11.8득점 7리바운드 0.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51경기나 뛰었음에도 플레이오프 내내 사실상 필요가 없었다. 설린저가 있었기 때문.

2012 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1순위로 보스턴 셀틱스에 지명된 설린저는 NBA에서 총 5시즌 동안 269경기에 출전, 평균 10.8득점 7.5리바운드 1.8어시스트를 기록했었다. 이후 중국리그에도 있었지만 1992년생으로 만 서른도 안된 설린저가 KBL에 왔다는 것만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설린저가 한국에 온 것은 그가 사실상 2년동안 허리 부상 등을 이유로 실전에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평가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설린저는 한국을 재기의 무대로 삼게 됐다. 그 스스로도 “기회를 준 KGC 구단과 김승기 감독님, 코치진께 마음의 빚을 졌다"며 "이제는 가족처럼 느껴지는 인삼공사 한국 선수들과 한 번도 안 지고 우승컵까지 들어 올린 것은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설린저가 온지 두 달만에 KBL 플레이오프 역사가 바뀌었고, KGC 역시 3위팀으로 플레이오프 전승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시즌을 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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