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은 쉽지 않이다. 스포츠는 더더욱 그렇다. 적게는 몇 천대, 많게는 몇 만대 일의 경쟁을 뚫고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아도 국제 무대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흔한 말로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 선발부터 최고의 자리까지를 한 사람이 아니라 삼형제 모두가 함께 도전하는 가족이 있다. 한국 다이빙계를 점령 중인 김영남(25), 김영택(19, 이상 제주도청), 김영호(17, 경기체고)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오른쪽부터 김영남-김영호-김영택 다이빙 삼형제. 사진=삼형제 제공
형 따라 시작한 다이빙, 삼형제가 국가대표를 꿈꾸기까지

다이빙 국가대표 김영남의 가족은 4형제 중 둘째, 셋째, 막내가 다이빙 선수인 ‘다이빙 가족’이다.

둘째 형이자 다이빙 삼형제 중에선 맏형인 김영남이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다이빙을 시작하자, 동생들이 줄줄이 다이빙에 뛰어들었다. 셋째 김영택도 형과 함께 체험학습에 나섰다 다이빙을 시작했고, 넷째 김영호는 다이빙을 뛰는 형들과 함께 놀고싶은 마음에 따라나섰다가 재능을 발견해 선수의 길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흥미만으로 10m나 되는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건 쉽지 않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담대함이 필요한 종목이다. 하지만 담대한 모습도 삼형제가 꼭 닮았다. 삼형제는 이구동성으로 공포심을 이겨내고 뛰어내렸을 때의 성취감과 관중들의 환호 소리로 느끼는 희열이 두려움을 잊게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김영남. 연합뉴스 제공
그렇게 하루에 적게는 50번, 많게는 100번을 뛰어내린다. 이제까지 뛰어내린 숫자는 셀 수도 없이 많다는 삼형제는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 국가대표와 상비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김영남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시작으로 국가대표 9년차에 접어든 베테랑이 됐고, 김영택 역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어느덧 대표팀 4년차가 됐다.

막내 김영호는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두각을 드러내면서 현재 국가대표 상비군에 이름이 올라있다. ‘국가대표 삼형제’ 타이틀도 머지 않았다.

김영택. 연합뉴스 제공
“서로가 서로에게 큰 힘, 형(동생)이 있어 행복해”

삼형제가 한 종목에서 같이 뛰며 동고동락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특히 가장 먼저 다이빙 종목에 뛰어들고, 가장 먼저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에 뛰어들었던 ‘맏형’ 김영남의 존재는 두 동생들에겐 큰 힘이다.

둘째 김영택은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대회 첫 신고식을 치렀다. 99회 전국체전 4관왕에 100회 전국체전 2관왕에 오르며 국내 대회라면 잔뼈가 굵었던 김영택이지만 세계무대는 달랐다.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돼 잠도 엄청 설쳤다.

하지만 이때 형 김영남의 존재가 김영택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됐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고 있을 때 김영남이 찾아와 동생의 긴장을 풀어줬다. ‘너무 긴장하지 말아라, 큰 대회지만 똑같은 대회다. 하던대로 해라’라는 간단한 말이었지만 형이 해주는 진심어린 조언이 동생에겐 어느 때보다도 크게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김영호. 연합뉴스 제공
막내 김영호 역시 국가대표 형들을 보고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태극마크까지 단 형들 앞이라 때론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다는 점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오히려 형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시합 때 형들이 있다면 마음이 더 안정되고 경기력도 좋아진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두 동생을 이끌어야 하는 맏형의 입장은 다르다. 두 동생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고, 자신의 성적이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동생들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아 부담되고 조심스럽다고.

그러나 김영남은 그저 두 동생이 고맙기만 하다. 이런 동기부여들이 자신을 국가대표라는 자리까지 올려줬고, 동생들이 없었다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국가대표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고, 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김영호-김영택-김영남 다이빙 삼형제. 사진=그들만의리그 유튜브 캡쳐
형제가 꿈꾸는 올림픽, 그리고 국가대표 삼형제

현재 국가대표인 김영남, 김영택은 도쿄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오는 5월 1일에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다이빙 월드컵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형 김영남은 3m 스프링보드 개인 종목과 함께, 우하람(23·국민체육진흥공단)과 함께 나서는 싱크로나이즈 3m 스프링보드, 싱크로나이즈 10m 플랫폼에 출전한다. 동생 김영택은 개인 10m 플랫폼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노린다. 개인 종목에선 상위 18위 이내, 단체(싱크로) 종목에선 상위 4위 이내에 들어야 출전권이 주어진다.

김영남-김영택. 사진=삼형제 제공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다면 두 형제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라는 기쁨을 맛본다. 형 김영남은 4년 전 리우 올림픽 출전 무산의 아픔을 씻기 위해, 동생 김영택은 첫 올림픽 도전에서 출전권을 따내 형제 동반 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막내 김영호는 태극마크를 달고 형들과 함께 국제무대를 누비는 것이 목표다. 형들이 국가대표에 있을 때 자신도 태극마크를 달아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함께 운동하고 싶다고. ‘국가대표 삼형제’ 타이틀을 달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한 형제들이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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