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벌써 두 번째 이별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전임 감독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현 파리생제르맹 감독)와 작별한 데 이어 조제 무리뉴 감독과도 작별했다.

여기에 한국 태극마크를 달고 내년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뻔도 했다. 앞서선 인종 차별 공세에 시달리기도 했다.

가뜩이나 팀 성적이 부진해 갈 길이 바쁜 상황인데 경기 외적인 측면이 손흥민을 흔들고 있다.

손흥민 ⓒAFPBBNews = News1
적응할 때쯤 감독과 이별…벌써 2번

토트넘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2019년 11월부터 구단 지휘봉을 잡아 온 무리뉴 감독의 해임 소식을 전했다. 놀랄만한 발표라는 시각이 있지만,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이 더 많다.

무리뉴 감독은 2020~2021시즌 초반 토트넘을 한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자리에 올려놓으며 ‘2년 차 과학’을 입증하는 듯했다. 하지만 리그 막판까지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 해임 직전의 토트넘 순위는 7위(14승8무10패)로,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마지노선인 4위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물론 4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충분한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3월 12일부터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무리뉴 감독은 스스로 찬스를 날렸다. 결국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무리뉴 감독을 경질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동안 자신을 믿고 기용해줬던 무리뉴 감독의 경질 소식을 접한 손흥민은 SNS을 통해 “내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 당신(무리뉴)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더 잘하지 못해 죄송하다. 함께 했던 시간에 진실로 감사하다. 행운을 빌고 앞으로 잘되길 바란다”는 작별인사를 남기며 크게 아쉬워했다.

2015년 토트넘 입단 후 손흥민이 감독과 이별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임 감독인 포체티노 감독과도 작별했다. 포체티노 감독 체제하에서 진정한 ‘월드클래스’로 거듭났던 손흥민이 무리뉴 감독 밑에서 잘 적응하면서 첫 번째 이별을 잘 극복했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 아래서 29골 24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쉽게 예상할 수 없다.

토트넘은 감독 대행으로 현 19세 이하 팀 감독인 라이언 메이슨을 선임했다. 토트넘 유스 출신인 메이슨 감독 대행은 한국 나이 30세로 EPL 최연소 사령탑이다. 손흥민보다 1살 많다. 메이슨 감독과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2015-2016시즌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현역 골키퍼 위고 요리스, 가레스 베일 등 베테랑 선수들보다 어린 감독이다.

숫자는 나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손흥민은 토트넘 생활 7년 동안 빅클럽들을 거치며 화려한 경력을 가진 감독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리더십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메이슨 감독과의 동행에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다행히 메이슨 감독 지휘 아래 치른 첫 경기에서 손흥민은 페널티킥 골을 기록, 팀을 역전승으로 이끌며 최상의 출발을 했다.

손흥민 ⓒAFPBBNews = News1
월드컵 나갈 수 없다?…어수선한 상황 잘 헤쳐가야 하는 손흥민

손흥민은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보물’이다. 그런 그가 내년에 있을 카타르 월드컵에 합류하지 못할 뻔했다.

토트넘을 비롯한 유럽 각국 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12개 구단들은 지난 19일 유러피안 슈퍼리그(ESL) 출범을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럽 축구의 불안정성이 증폭됐다. 이익을 지키고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상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출범 이유였다.

이는 각 나라별로 진행하는 현재의 리그 시스템 판도를 완전히 뒤흔드는 소식이었다.

이에 또 다른 대규모 대회와 조직이 창설되는 것을 탐탁지 않아하는 유럽축구연맹과 국제축구연맹은 거세게 들고일어났다. 이미 자리 잡혀있는 각국 리그와 컵대회, 유럽축구연맹 주관 대회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즉, 자신들의 영역이 혹시나 침범당할 것을 우려해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슈퍼리그 참가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 자격 박탈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로 사안은 심각했다.

결국 여론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토트넘은 "ESL 창설로 불안과 분노를 야기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실수했다. 사과한다"며 하루 만에 슈퍼리그 탈퇴를 선언했다.

토트넘이 입장 번복을 하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손흥민은 규정에 따라 FIFA 대회인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설 수 없었다. 다행히 한국 축구팬들이 우려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게 됐다. 하지만 최근 감독 교체 소식에 이어 타의로 인한 월드컵 합류 불발 가능성까지 접한 손흥민은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손흥민을 둘러싼 상황이 어수선한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급속도로 잘 녹아든 이력이 있는 만큼 메이슨 감독 대행 체제에서도 빠르게 적응하고 예기치 않은 상황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멘털을 손흥민이 장착한다면 지금 달고 있는 날개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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