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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어쩌면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붕대를 칭칭 감은 자신의 손으로 팀의 챔피언결정전행을 이끌어냈다. 김연경의 봄 배구는 물론, 한국 코트에서의 경기도 조금 더 연장됐다.

흥국생명은 지난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0(25-12, 25-14, 25-18)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을 2승 1패로 만든 흥국생명은 GS칼텍스가 기다리는 챔피언결정전에 진출,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사실 흥국생명엔 위기였다. 1차전을 먼저 가져갔지만, 2차전을 패하면서 분위기를 뺏겼다. 1승 1패였지만, 여전히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한 흥국생명을 두고 탈락 위기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설상가상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의 나온 김연경의 “(다음 시즌에도) 한국에서 배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는 발언도 크게 조명을 받았다. 흥국생명과의 계약 기간이 올해가 마지막인 김연경은 해외 리그 이적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번 3차전까지 패했다면 이 경기가 한국 무대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김연경의 이 발언은 큰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김연경은 자신의 손으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 놓으며 봄 배구를 연장했다. 이날 3차전에서 김연경은 팀내 최다 득점인 23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더욱이 이날 김연경은 손가락에 붕대를 칭칭 감은 상태로 경기에 나섰다. 2차전 블로킹 당시 입은 부상 여파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연경은 붕대 감은 오른손으로 강스파이크(오픈 공격 20회)를 날리고 블로킹(8회)도 서슴없이 해내는 부상 투혼으로 기어이 팀을 챔피언결정전 무대로 올려 놓았다.

이제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장소를 서울 장충체육관으로 옮겨 GS칼텍스와 우승 트로피를 두고 마지막 시리즈를 펼친다. 상대 GS칼텍스는 지난 KOVO컵에서 흥국생명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팀이자, 리그에서도 흥국생명을 상대로 막판 역전 우승을 이끌어낸 팀이다. 김연경의 영입으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던 흥국생명을 보란 듯이 두 번이나 좌절시킨 ‘숙적’이나 다름없는 팀.

흥국생명의 우승 행방은 여전히 김연경의 활약에 달려있다. 김연경이 자신의 손으로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 놓은 것처럼,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자신의 손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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