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감독-박상하. ⓒKOVO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최근 프로배구에서 터져 나온 학폭(학교폭력) 혹은 폭력 논란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수, 감독이 스스로 징계를 정하고 구단과 연맹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학폭 논란의 타임라인을 살펴보자. 지난 10일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졌고, 당일 빠르게 사과문을 발표한 뒤 11일 원정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맹과 구단의 징계는 없었다. 오히려 ‘선수 보호’를 이야기하며 결정을 미뤘다.

그 사이 13일 송명근-심경섭의 학폭 논란이 불거졌다. 다음날인 14일 송명근이 SNS를 통해 ‘자숙하는 의미에서 내일 이후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라고 전했고, 구단은 그날 오후 ‘심사 숙고한 끝에 선수가 내린 의사를 존중하여’라며 두 선수의 경기 출전 정지를 결정했다. 결국 구단이 아닌 선수가 정한 징계였다.

남자배구 학폭 결정이 나오자, 이튿날인 15일 흥국생명도 결정을 내렸다.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조치를 취한 것. 하지만 학폭 논란의 시발점 역할을 했음에도 구단 징계가 뒤늦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진정성과 책임론에서 비판을 받아야 했다.

프로배구 학폭 타임라인. (정리=윤승재 기자)
이틀 뒤인 17일에는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최근 벌어진 학폭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은 “인과응보다. 조심해야 한다. 나도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지도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12년 전인 2009년, 국가대표 코치 시절 선수를 폭행해 무기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던 지도자였다. 이에 당시 피해자였던 박철우가 다음날인 18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마주칠 때도 힘든 상황에서 이상열 감독님의 기사를 보니 종일 힘들었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작심 발언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상열 감독도 이틀 뒤인 20일 잔여경기 출전을 ‘자진해서’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역시 ‘자진’ 징계라는 점에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 사이 19일 저녁에 또 다른 학폭 논란이 터졌다. 이번엔 삼성화재의 박상하였다. 이후 박상하는 구단을 통해 폭행에 대해 부인했으나, 결국 사흘 뒤인 22일 저녁 박상하는 폭행을 일부 시인하며 ‘자진’ 은퇴를 택했다.

이재영-이다영-송명근-심경섭. 스포츠코리아 제공
13일 동안 터진 네 건의 논란에서 구단과 연맹은 단 한 번도 적극적으로 먼저 나선 적이 없다. 오히려 선수들, 아니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들의 결정을 따랐을 뿐이다. 네 번의 사태를 맞으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대응은 모두 똑같다.

배구계에서 처음 일어난 논란인데다, 학창 시절 일어난 일이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은 있다. 또 선수의 학창시절 잘못에 대해 구단과 연맹이 모든 짐을 떠안기에는 가혹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재발 방지와 사후 대책을 논의해야 할 구단과 연맹의 자세는 너무 안일해 보인다. 가해 선수들이 ‘선택’한 징계에 의존할 뿐, 더 이상의 구단 혹은 연맹 차원의 징계에 ‘과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오히려 선수들이 먼저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 ‘더 이상은 없겠지’라는 희망고문과 함께 사태가 잠잠해지길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아닐까.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가운데, 눈치만 보고 있는 구단과 연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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