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감독 ⓒKOVO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폭력 파문’을 일으켰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에겐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도 걸림돌이 되지 못했었다. 그런 그가 고작 ‘올 시즌 잔여 경기 포기’라는 그럴싸한 방패 뒤로 숨으려 한다.

이상열 감독은 지난 2009년 배구 국가대표 선수를 폭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피해자는 박철우(36·한국전력)였다.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상열 감독은 박철우의 얼굴과 복부에 폭력을 가했다.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박철우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구타로 상처 난 얼굴과 복부를 공개했다. 또한 뇌진탕과 이명 증세까지 있다며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으로 이상열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이상열 감독은 다시 배구판에 복귀했다. 2012년 징계가 풀려 경기대 감독으로 복귀했다. 2013년부터는 SBS 해설위원을 맡았다. 그리고 2020년엔 KB손해보험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추악한 폭력 전력이 있음에도, 피해자가 있는 코트 위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열 감독이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상열 감독은 자신의 과거에 발목 잡혔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이 배구계에 떨어지자 이상열 감독의 과거 박철우 폭행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상열 감독이 배구계를 감싸고 있는 '학폭' 논란에 "어떤 일이든 인과응보가 있다. 나도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발언을 접한 박철우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SNS을 통해 밝혔다. 이후 경기 후 인터뷰까지 자청하며 “이상열 감독에게 제대로 된 사과는 받아보지 못했다.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 이상열 감독님께 사과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상열 감독은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남은 시즌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찝찝한 뒷맛만 남긴 퇴장이다. 구단의 징계도 아니고 ‘자진 출장 포기’는 이상열 감독이 마음만 먹으면 감독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들끓는 여론을 피하기 위해 이 감독이 꼼수를 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과거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자마자 코트 위로 복귀했던 이상열 감독이다. 수위 낮은 ‘셀프 징계’로는 한참 부족하단 뜻이다. 더 강력한 결단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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