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완용 선수 본인 제공)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2019년, 한국 남자 7인제 럭비대표팀의 첫번째 꿈이 이루어졌다.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20년 넘게 ‘럭비’ 한 우물만 판 대표팀 주장 박완용(36·한국전력공사)은 그때서야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다. 전 세계를 삼켜버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꿈의 무대’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를 이유로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했다. 미뤄진 일정대로라면 올해 7월 23일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그러나 여전히 올림픽 정상 개최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아직도 세계를 위협하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발하면서 올림픽 회의론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올림픽이 강행될지, 취소될지 그 어떠한 결론도 나오지 않았기에 세계 각국의 선수들은 매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일생일대의 기회' 올림픽 본선 티켓을 거머쥔 7인제 럭비 국가대표팀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지난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월드 세븐스 시리즈에 참가해 올림픽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던 럭비 대표팀은 그 이후 이렇다 할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3월 진천선수촌 입촌이 잠시 불허됐을 때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돌아갔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완전체로 훈련을 한 적이 없다. 특히 최근엔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훈련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럭비 대표팀 주장 박완용은 13일 스포츠한국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혹시나 하는 감염 위험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졌을 때부터 훈련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단체 훈련장은 물론 헬스장 이용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20년을 기다린 올림픽 무대 꿈 앞에서 박완용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홀로 러닝을 하거나, 사이클을 탔고 집에서는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했다.

(사진=박완용 선수 본인 제공)
박완용은 “당연히 큰 대회를 앞두고 훈련을 하고 싶고, 선수들과 합을 맞춰보고 싶지만 선수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건강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항상 그렇게 당부한다. 위험한 상황이니 선수들 각자 조심하고 최대한 몸 관리한 후 훈련장에서 보자고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완용은 “만약 훈련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정말 감사할 것 같다”고 덧붙인 뒤 “아무래도 한창 준비해야 할 때 선수들이 다 떨어져 있으니 팀 내 사기가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다. 여기에 올림픽이 재연기되거나 취소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니, 신경을 안 쓰고 싶어도 그게 쉽진 않다. 그래도 아직 결정 난 건 없으니, 상황이 나아져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올림픽 무대를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바랐다.

코로나19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럭비 대표팀 추후 훈련 일정은 확정된 바가 없다. 박완용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아진다 하더라도 훈련을 가질지 아니면 국내 대회가 재개되면 바로 참가할지 현재는 정해진 바는 없다. 대한럭비협회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인터뷰 후, 대한럭비협회 회장직에 오케이금융그룹 최윤 회장이 당선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럭비협회에서 5년간 힘써왔던 최 회장은 국가대표팀 지원 강화, 실업팀 창단, 럭비 구장 등 인프라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최 회장이 앞에서 끌어주고, 역사상 첫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낸 대표팀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낸다면 올림픽 메달 획득은 먼 꿈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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