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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수원=윤승재 기자] 여자배구 ‘블로킹 퀸’ 양효진의 이번 시즌 성적은 낯설기만 하다.

양효진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 ‘블로킹’이다.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1년간 리그 블로킹 1위를 놓치지 않았고, 지난 시즌엔 V-리그 남녀부 통틀어 1200블로킹을 최초로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양효진의 블로킹 성적은 매우 낯설다. 세트당평균 0.41개의 블로킹을 해내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꾸준히 0.90대의 기록을 보였던 양효진을 생각한다면 어색한 기록이다. 데뷔 시즌 0.57개(리그 3위)보다도 저조한 성적.

팀 성적 역시 함께 고꾸라졌다. '디펜딩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현대건설은 초반 고전을 거듭하며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팀도 양효진 스스로도 답답했을 터. 하지만 양효진과 현대건설은 다행히 2020년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게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것도 1위 흥국생명이라는 대어를 접전 끝에 잡아 내며 기쁨은 배가 됐다.

양효진의 활약이 빛났다. 18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 루소(22득점) 다음으로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렸고, 블로킹은 세트당 0.2개로 저조하긴 했으나 초반 ‘배구여제’ 김연경의 백어택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블로킹을 하면서 1세트를 가져오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양효진의 활약에 힘입어 3-2로 신승, 한 해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사진=윤승재 기자)
경기 후 만난 양효진은 비교적 후련한 모습이었다. 그 동안 안좋았던 모습을 되돌아본 양효진은 “이 모습이 낯설고 정말 답답했다. ‘왜 안되지’하고 비디오도 계속 보고 훈련했는데 잘 안됐다. 하지만 지금은 블로킹에 집착을 안하려고 마음을 바꿨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다면 오늘은 편하게 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을 블로킹으로 막아낸 것에 대해선 “제가 블로킹 잡고 좋아했나요?”라며 되물은 뒤, “사실 누구 공을 막았는지도 잘 모른다. 하도 답답해서 누구 걸 막아도 좋을 것 같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효진은 전반기 성적에 대해서 “많이 아쉽다”라고 되돌아봤다. 그는 “올해는 뭔가 이상하게 박자가 안 맞는다. 하지만 매 시즌 쉬운 적이 없었고, 항상 고비와 힘든 순간이 있었는데 돌아보면 배울 점이 많더라. 좋게 생각하면서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팀도 양효진도 터닝포인트가 됐을 터. 이에 양효진은 “돌아보니 벌써 3라운드가 끝나 있더라. 아쉬운 성적이지만 한 단계 한 단계 거쳐 포스트시즌까지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선수들과 잘 해보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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