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스텝백, 크로스 오버, 플로터, 유로스텝…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은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농구 팬들이 화려한 플레이가 많은 NBA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조직적인 농구만을 외치던 우리나라 농구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자신의 스킬을 활용해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KBL에서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은 누굴까?

김선형 ⓒKBL
선수들과 함께 비시즌 기간 열심히 땀방울을 흘린 스킬트레이너 4명과 우리나라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혔던 전태풍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김현중 코치(퀀텀) : KGC 변준형, SK 김선형, 오리온 이대성, DB 두경민, LG 김시래 등 스킬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김시래의 경우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 순간순간 나오는 기술들이 좋다. 김선형 선수는 리듬감과 박자감이 좋고 리프트 동작이 뛰어나며 풋워크가 좋다. 변준형 선수 또한 리듬감과 박자감이 좋고 파워가 있다.

박대남 코치(스킬팩토리) : 화려하고 멋있는 기술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고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기술을 사용하는 선수들이 있다. 첫 번째 스타일의 선수는 KGC 변준형과 KT 허훈이다. 요즘 트렌드의 스킬풀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두 번째 스타일의 선수는 SK 김선형과 KCC 이정현이다. 눈에 띄진 않지만 적재적소에 기술을 잘 사용한다. 이 선수들이 어떤 한 가지 기술을 잘한다고는 볼 수 없다. 드리블을 이용해 공간을 창출 하고 슛까지 이어지는 기술들이 좋다. 단순히 크로스 오버, 스텝 백 등의 한 가지 기술이 좋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박찬성 코치(프라임타임) : 제일먼저 떠오른 선수는 오리온 이대성과 SK 김선형이다. 하지만 최근 제일 흥미로운 선수는 KGC 변준형이다. 어느 위치에서라도 상대 수비를 흔들고 슛을 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플레이를 보면 공격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코치로서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미 올스타레벨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미래에는 국가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익명의 스킬트레이너 : SK 김선형과 KGC 변준형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김선형 같은 경우 상황에 맞는 기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타고난 센스와 볼 핸들링이 좋다. 변준형은 플레이가 화려하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저돌적인 선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플레이를 보면 수비를 보고 돌파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두 선수 모두 보는 눈이 즐거운 선수라고 생각한다.

전태풍(전 KBL 선수) : KT 허훈, KGC 변준형 잘해. 허훈은 모든 기술이 자기 것 같아. 효과 있는 기술들을 거의 완벽하고 자연스럽게 해. 변준형은 약간 가능성. 젊은 선수. 그리고 기술을 자연스럽게 잘해.

* 전태풍 선수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선수 본인의 말투를 그대로 담아 작성하였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언급된 선수들은 모두 팀에서 볼 핸들러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다. 최근 모든 팀들이 투맨게임을 통한 공격을 많이 시도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 있는 모습과 함께 본인의 기술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KGC 변준형은 이번 시즌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코리안 어빙’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KGC 김승기 감독도 변준형의 개인 능력에 믿음을 보이며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맡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NBA처럼 국내 선수들에게 일대일 공격을 맡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선수들의 능력부족일 수도 있고 감독들의 전술 때문일 수 있다. 과연 스킬트레이너들과 전태풍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김현중 코치(퀀텀) : 선수들이 상황에 맞는 드리블 동작이 나와야 한다. 쓸 때 없는 드리블을 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코칭스텝이 잘 잡아주면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면 지금보다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대남 코치(스킬팩토리) : 저는 스킬트레이너로서 기술적인 부분만 생각 하고 연구한다. 반대로 팀을 맡은 지도자로서 생각해보면 국내선수들에게 많은 아이솔레이션 기회를 주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에 한두 명 정도는 기술적으로 일대일 공격을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 외 선수들에게는 많은 기회를 주기에는 쉽지 않다. 아무래도 농구는 팀 스포츠이고 많은 팀들이 외국선수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농구를 하기 때문이다.

박찬성 코치(프라임타임) : 많이 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KCC 뛰고 있는 이정현이 2016-2017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통해 마지막 결승득점을 넣었던 장면이 이런 논란을 종결시켰다고 생각한다. 최근 SK 김선형, 오리온 이대성, 전자랜드 김낙현, DB 두경민이 일대일 공격에서 망설이지 않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선수들에게 더 많은 아이솔레이션 공격 찬스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능력부족이나 시스템 문제는 이미 지나간 문제라고 생각한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

익명의 스킬트레이너 :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의 능력이 부족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외국선수 위주의 패턴이 많다. 하지만 결국은 국내 선수들의 몫이다. 선수 개인이 본인의 기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일대일 공격을 통해 멋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농구의 인기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플레이를 하면 더 좋은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태풍(전 KBL 선수) : 감독이 선수들에게 100% 자신감 안 줘. 선수들 자신감 있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선수들 부담 느껴. 나는 좀 멋있는 기술 나올 수 있는데 실패 나오면 다음경기 언제 뛸지 몰라. 선수들 이런 부담감을 책임감을 갖고 이겨내야 해. 선수들 자신감 없으면 경기에서 절대 안 나와. 어려워. 직업이야, 출전시간 더 받아야지. 근데 KGC 김승기 감독이 변준형 아이솔레이션 기회 주는 거 보고 좀 만족하고 깜짝 놀랐어. 근데 감독도 힘들어. 선수 기술 배워서 사용하려면 오래 걸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선수들 재미있는 농구하면 꼴등 할 수 있어. 그러면 감독도 스트레스 받아.

변준형
많은 트레이너들이 감독의 전술 보다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첫 번째로 꼽았다. 자신감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선수들은 개인기량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많은 선수들이 비시즌 기간 여유 시간을 할애하여 스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NBA 선수들 또한 비시즌을 활용해 스킬트레이너들과 함께 운동을 한다. 하지만 비시즌 기간(단기간)만의 노력으로는 기술 향상이 쉽지 않다.

전태풍의 말처럼 반복적인 꾸준한 연습이 있어야 경기 중 자연스럽게 기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NBA 팀들은 선수들의 기량발전을 위한 디벨럽먼트 코치를 따로 두고 있다. 시즌 중에도 선수별 맞춤 훈련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KBL 팀들도 스킬트레이닝 코치가 필요할까?

김현중 코치(퀀텀) : 많은 선수들이 야간 개인 연습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슛만 던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도 많이 후회가 된다. 선수시절 좀 더 일찍 다양한 기술들을 배웠다면 상황에 따라서 대처하는 능력이 좋았을 것 같다. 은퇴 후 끊임없이 연구하고 훈련하니까 이제야 알게 됐다. 그래서 만약 팀에 스킬 코치가 있다면 개인 훈련 시간을 활용하여 선수에게 알맞은 훈련을 시킬 수 있을 것이다. 풋워크나 리듬감 훈련을 꾸준히 하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박대남 코치(스킬팩토리) :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는 부분이다. 3~5년 안에 이런 코치들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현재 WKBL 신한은행의 코칭스텝이 이런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알고 있다. 저는 선수시절 비주전 선수였다. 팀들은 주로 주축멤버들을 위주로 훈련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주전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몸을 관리하고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개인 기량까지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면 팀의 젊은 선수를 육성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찬성 코치(프라임타임) :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2018-2019시즌 KCC의 버논 해밀턴 코치가 그런 역할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스킬트레이닝 코치는 젊은 선수들의 개인기량 향상을 시키는데 좋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많은 팀에서 스킬트레이닝을 전담으로 하는 코치를 선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익명의 스킬트레이너 : 물론 스킬트레이닝 코치가 있으면 좋을 것이다. 감독과 코치는 신경써야할게 많다. 따라서 선수들을 개인적으로 지도하기 쉽지 않다. 포지션별로 세션을 나누어 스킬트레이닝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시스템은 식스맨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전태풍(전 KBL 선수) : 100% 필요해. 문제는 감독님이 그 사람 믿을 수 있는지. 왜냐하면 감독들 원하는 스타일 때문에. 몇몇 감독들은 패스만 원해. 정확한 슛 찬스만 만들어야 해. 계속 핸드오프 하고. 농구 아니고 핸드볼이야. 재미있는 농구 보여줘야지. 그래서 감독이랑 스킬트레이너 하고 생각하는 것이 완전 다를 수 있어. 선수들 기술 열심히 배워도 감독이 안 좋아하면 못 보여줘. 그래도 전체적인 선수들 발전위해서는 꼭 필요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이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다. 학창시절 선수 개인의 기량 발전을 위한 개인 훈련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선수들이 기술을 코트에서 보여주기 위해선 오랜 기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엔 많은 학생 선수들이 개인시간을 할애하여 스킬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KBL도 흐름에 맞춰 2019년 5월 유소년 육성팀을 신설하여 선수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9 KBL 유스 엘리트 캠프'에서는 NBA 스킬트레이너 조던 라우리를 초청하여 스킬 트레이닝과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진행했다. 그리고 최근엔 두 명의 유망 선수(삼일상고 이주영, 안남중 구민교)를 선발하여 미국 IMG 아카데미에 유학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과연 코치들과 전태풍이 주목하고 있는 유망 선수는 누가 있을까?

김현중 코치(퀀텀) : 요즘 어린 선수들의 기술력이 정말 좋다. 처음 스킬트레이닝을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눈여겨보는 선수는 현대모비스 지명 선수인 울산 화봉중 김건하다. 집중력이 굉장히 좋고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다. 그리고 캐치력이 좋아 알려주는 것을 빠르게 습득한다. 나중에 키가 크고 힘이 좋아진다면 막기 힘든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박대남 코치(스킬팩토리) : 요즘 잘하는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개인적으로는 용산고의 여준석이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또한, 연세대학교 양준석이 농구를 예쁘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안양고 김도은 선수도 많은 잠재력을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

박찬성 코치(프라임타임) : 지난 여름 코로나 상황 때문에 미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한국에 들어와 함께 운동했다. 데이비슨 대학교의 이현중과 IMG 아카데미의 조준희다. 이현중과 조준희를 트레이닝 시키면서 그들이 갖고 있는 농구에 대한 스트레스와 아쉬운 플레이들을 고쳐주려고 노력했고 그것들을 받아드리는 훈련 태도에 좋은 영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선수들이 관리 받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비시즌에 국제대회가 없더라도 대표팀 트레이닝 캠프와 같은 것을 개최하여 선수들의 실력도 검증하고 기술 향상을 도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국내 선수들 중에는 삼일중 양우혁과, 휘문중 최영호, 최영상이 눈에 띈다. 직접 트레이닝하면서 재능도 뛰어나고 농구에 열정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익명의 스킬트레이너 : 성균관대 민기남을 꼽고 싶다. 키는 작지만 수비도 악착같이 하고 드리블이나 볼 핸들링은 어느 선수랑 비교해도 견줄 만하다.

전태풍(전 KBL 선수) : 데이비슨 대학교 이현중 잘해. 진짜 잘해. 키 2m 넘고 슛 너무 좋아. 그리고 리바운드 잘해. 공이 어디로 튀는지 잘 알아. 드리블 할 때는 느린데 퍼스트 스텝 빠르고 순간적인 움직임 빨라. 수비 조금 부족할 수 있는데 키 2m. 키 2m 선수 조금만 더 빠르면 완전 좋아. NBA에 롤플레이어 역할로 갈 수 있어. 카일 코버처럼 할 수 있어.

KBL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선수들은 개인 기량 발전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고 있고 감독들의 전술에도 변화가 보인다. 구단들도 선수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외국 코치를 선임하기도 하고 비시즌 기간 선수들을 해외로 스킬트레이닝을 보내기도 한다. KBL 또한 연맹차원에서 미래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언젠간 지금보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농구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날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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