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허삼영-허문회 감독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서울-대구-부산, 공교롭게도 경부선이 가로지르는 이 세 도시의 프로야구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사령탑을 맡은 ‘초보 감독’들이다. 여기에 대전과 인천의 두 감독 대행까지 합하면 초보 감독은 5명으로 늘어난다.

리그 일정이 3분의 2가 지난 가운데, KBO리그 감독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다섯 감독들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투수 스페셜리스트’ 손혁, 순위는 선방 중인데

손혁 감독이 이끄는 키움히어로즈는 현재 2위를 달리며 비교적 순항하고 있다. 1위 NC다이노스와도 승차는 크지 않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 전력을 그대로 이어받긴 했지만, 감독 첫 해에 이만한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손혁 감독은 히어로즈(당시 넥센)와 SK와이번스에서 투수 코치를 역임하면서 투수 쪽 스페셜리스트로 각광을 받았다. 그랬던 손 감독이 키움의 지휘봉을 잡았기에 키움의 마운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실제로 올 시즌 키움의 팀 평균자책점 4.36(리그 평균 4.81)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에 있었다. 마무리 조상우를 제외하곤 확실한 보직이 있는 불펜 투수가 드문데다, 아쉬운 불펜 운용이 승부처에서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 타순이나 포지션 조정도 잦아 야수들 운용에도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 최근엔 선발진들의 줄부상까지 겹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잇딴 악재에도 현재로선 키움의 가을야구 진출을 의심하는 이는 별로 없다. 사령탑 첫 해에 가을야구 경험이 가장 유력한 감독이다.

‘8치올’ 유행어 탄생시킨 허문회, 초반 부진이 오히려 추진력 작용

“8월이면 치고 올라간다(8치올).” 7월 초 허문회 감독의 확신을 기대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당시 롯데는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8위까지 추락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세밀하지 못한 작전과 아쉬운 선수 기용으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고 흐름이 끊긴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확신을 가지고 계획했던 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다. 30경기까지는 확고한 주전 선수들로 별다른 작전 지시 없이 경기를 운영한 허문회 감독은 30~60경기까지는 투수진을 정비한 뒤 60경기부터 서서히 본격적인 순위 싸움의 시동을 걸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8월이 끝나가는 현재, 허문회 감독의 말은 현실이 됐다. 롯데는 8월 21경기에서 12승 8패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고, 5할 승률도 회복하면서 순위도 끌어 올렸다. ‘8월 반등’ 이야기가 나온 시점인 7월 7일 당시 롯데의 승패차는 -3(24승 27패)이었지만, 약 두 달이 지난 현재 +2(45승 43패 1무)로 바뀌었다.

시즌 초부터 선수들의 체력을 강조하면서 관리시킨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여기에 ‘자율성’까지 보장해주면서 선수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수단의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고, 여기에 성적까지 동반되면서 반등에 대한 굳건한 믿음도 형성됐다. 가을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롯데다.

분위기 좋았던 ‘허파고’ 허삼영, 부상 앞에 장사 없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부상 선수가 속출했지만 허윤동, 김지찬, 박승규 등 새 얼굴들의 등장으로 초여름까지 잘 버텼다.

허삼영 감독은 전력분석에 잔뼈가 굵은 감독답게 철저한 ‘데이터 야구’를 앞세워 삼성을 이끌었다. 적재적소의 선수 기용과 작전 야구를 앞세운 삼성은 초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 7월 중순까지 중위권 순위를 유지하며 상위권 도약을 노렸다.

그러나 삼성은 부상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허리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외국인 타자 살라디노를 교체했고, 주전 내야수 김상수, 이원석을 비롯해 백정현, 강민호, 최영진 등이 크고 작은 부상에 이탈과 복귀를 반복했다. 설상가상 최근엔 외국인 투수 뷰캐넌까지 부상으로 이탈해 정상적으로 스쿼드를 짜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삼성은 7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8승 18패를 당하며 8위까지 추락했다. 0.523(34승31패,+3)의 5할 승률도 붕괴된 지 오래. 0.457(42승50패1무,-8)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삼성에게도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 외국인 타자 팔카의 정착과 부상 선수들의 귀환, 그리고 심창민 등 27일 상무에서 전역한 선수들의 합류를 발판 삼아 재반등을 노리겠다는 심산이다. 9월, 허파고의 데이터 야구가 다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상 초유 ‘100패 위기’ 최원호, 분위기 추스르지 못하는 박경완

최하위에 머물러있는 두 감독대행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용덕 감독의 자진사퇴와 팀의 연패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학구파’ 최원호 대행은 새 얼굴 발굴 실패, 트레이드 무산 등으로 성적도, 리빌딩도 이도저도 못한 채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계속되는 연패로 KBO 사상 초유의 한 시즌 100패 위기마저 드리우고 있는 한화다.

염경엽 감독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대행직을 맡은 박경완 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투수 교체와 세밀한 작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서 좀처럼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활발한 트레이드로 전력을 강화한 것이 위안거리. 염 감독이 팀에 돌아올 때까지 분위기를 추스르고 하위권을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포스트시즌은 플레이오프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펼쳐진다. 서울에서 대부분의 포스트시즌 일정이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부선 라인의 초보 감독들이 8, 9월 반등을 발판 삼아 '상경 열차' 티켓까지 거머쥘 수 있을지 두고볼 일이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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