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정상적으로 리그를 진행하기에는 코로나19 위험도가 여전히 크다. 그렇다고 중단하거나 시작도 안한 리그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해관계가 너무 얽히고설킨 까닭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 토너먼트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인 메이저리그, 세계 최고 농구리그인 NBA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일정을 축소하되 토너먼트(플레이오프)를 확대하거나 집중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타계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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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 19일동안 단판승부로 집중도↑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16강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다.

그나마 경기수가 많이 남지 않았기에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역사에는 없었던 새로운 방식을 택한다. 바로 한곳에 몰아서 단판승부로 모든 경기를 끝내는 것. 기존 토너먼트는 4개월에 걸쳐 리그 진행 중 한경기씩 열렸고 4강까지는 홈&어웨이로 치러져 경기수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방식은 마치 월드컵 토너먼트와도 같다.

포르투갈에 모여 챔피언스리그 진출팀들은 지면 짐을 싸고 이기면 계속 살아남는 토너먼트를 치르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챔피언스리그 뿐만 아니라 유로파리그까지 같은 단판승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8월 6일(한국시각)부터 24일까지 19일간 단 3일만 쉬고 매일같이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다. 유럽 빅클럽들이 단판승부에 올인하다보니 마치 월드컵같은 긴장감과 단판승부의 짜릿함이 공존하고 있다.

자연스레 축구팬들도 휴가를 가기 힘든 무더운 8월을 세계 최고 클럽간의 빅매치를 보면서 코로나19의 아쉬움을 날리고 있다.

세계 축구의 눈은 19일간의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에 온통 쏠려있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긴장감이 풀릴 뻔했던 것을 한곳에 모여, 단판승부로 한다는 발상으로 오히려 집중도와 긴장감을 올려 그 재미를 배가 되게한 유럽축구연맹이다.

그래픽 윤승재 기자
▶MLB, 60경기 단축시즌 후 16강 포스트시즌으로

개막이 연기됐던 메이저리그 역시 자신들만의 생존방식을 택했다. 바로 60경기 단축시즌으로 진행하되, 포스트시즌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는 그동안 팀당 162경기를 치른 성적에 따라 10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와일드카드 단판승부를 제외하곤 8개팀이 월드시리즈로 가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팀당 60경기를 치르는 초단축시즌을 하되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기존 10개팀에서 16개팀으로 늘렸다. 메이저리그는 총 30개팀이 있는데 절반 이상의 팀이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승률 5할도 못한 팀들이 대거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게 됐다.

새로운 포스트시즌은 간단하게 토너먼트 16강 제도로 생각하면 된다. 16개팀이 1라운드로 3전 2선승제 승부로 8강 진출팀을 나누고 8개팀이 나오면 기존에 하던대로 디비전시리즈(8강), 챔피언십시리즈(4강), 월드시리즈(결승)을 치르는 것이다. 리그 60경기 성적에 따라 홈 어드밴티지와 시드 배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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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제한된 정규리그 끝내고 플레이오프 바로 돌입

리그 종료가 눈앞이던 NBA는 코로나19로 중단된 이후 흥미로운 방식을 채택했다. 바로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는 22개 구단만 참여하는 잔여리그를 진행하는 것. 게다가 축구 챔피언스리그처럼 한곳에 모여(미국 플로리다) 단숨에 경기를 벌이는 방식도 같다.

팀당 남은 8경기씩만 치러 정규리그 최종 순위를 확정하고 이후 동·서부 콘퍼런스 상위 8개씩 16개 팀이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는 것. 플레이오프는 기존방식인 16강부터 결승인 NBA파이널까지 그대로 치러진다.

아예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없는 팀은 제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미 8월 15일 정규리그를 끝내고 18일부터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이렇게 기존 리그 일정은 팀까지 줄이며 최대한 줄였지만 플레이오프는 경기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다보니 7월 31일 개막해 8월 15일까지 약 2주만에 잔여 정규리그를 끝냈지만 플레이오프는 NBA 파이널 7차전까지 갈 경우 10월 14일에 종료된다. 무려 두 달이나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셈. 그만큼 플레이오프는 포기 못 하는 NBA다.

▶결국 ‘돈’ 문제… 리그 존폐가 달린 문제

이처럼 축구, 야구, 농구 모두 기존 일정을 줄여서라도 토너먼트(포스트시즌 또는 플레이오프)만큼은 확대 혹은 지켜내는 이유는 결국 ‘돈’이다. NBA의 경우 입장권과 경기장 내 물품 등을 판매할 수 없게 되면서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예상한다.

그러나 리그가 재개된 덕분에 구단들은 수억달러에 이르는 TV 중계권료 수입을 지킬 수 있게 됐고, 선수들 역시 시즌이 취소됐더라면 받지 못했을 급여를 총 6억달러 정도를 보전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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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이렇다. 리그를 재개하거나 포스트시즌을 확대, 유지하면 중계권료 반환은 최소한 줄일 수 있다.

어차피 무관중 경기이기에 입장권과 경기장 내 물품 수입은 없어 손해지만 리그를 재개하고 포스트시즌을 늘려야 그나마 원래 하려던 경기수에 조금이나마 맞추고 중계권료로 적자를 보존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좀 더 재정이 취약한 야구 마이너리그 구단의 경우 리그가 재개되지 못하자 파산위기에 몰리고 선수들을 수백명 방출하고 있다.

여기에 리그를 재개하지 못할 경우 사람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리그 역사에 대한 공백 등도 큰 걱정거리였다.

전세계인이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는 짧은 기간에 집중도 높은 경기가 수없이 열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축구 야구 농구 모두 팬들의 코로나19로 인한 아쉬움을 한 번에 날리는 데는 집중도 높은 경기 방식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구단과 리그의 중계권료 보장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묘수로 ‘토너먼트’가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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