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년 3월 19일(현지시각)은 1871년 메이저리그가 시작된 이후 역사상 최고액의 단일계약이 나온 역사적인 날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야구가 복싱, 아니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를 넘지 못한 아쉬운 날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LA에인절스 소속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이 12년(2019~2030년) 4억2650만달러(약 4800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트라웃의 이번 계약이 얼마나 엄청난지, 그리고 이미 메이저리그에 뛴 8년간의 성적만으로 역사상 최고 선수들의 길을 걷고 있는 트라웃이 ‘돈값’을 할 수 있을지를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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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더에 2000만달러 모자라지만…역대 최고액 2위

메이저리그팀들에게 ‘악마의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는 지난 3월 1일 질질 끌던 브라이스 하퍼 계약을 13년 3억3000만달러로 이끌어내며 다시금 ‘역대 최고 계약’을 만들어낸 에이전트로 우뚝 섰다.

하지만 보라스의 콧대는 단 20일도 지나지 않아 꺾였다. 바로 트라웃이 에이전트인 크렉 랜디스가 하퍼가 받은 것보다 1년 적게, 그리고 1억달러나 더 큰 계약을 맺어버린 것.

이번 트라웃의 계약은 당연히도 야구 역사상 모든 계약을 갈아치운다. 하퍼를 넘는 역대 최고액 계약이며, 연평균 약 3500만달러의 계약으로 종전 잭 그레인키가 보유하던 연평균 최고액 3441만달러(6년 2억650만달러)도 넘었다.

물론 복싱 선수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유료채널인 쇼타임과 30개월간(2년 6개월) 6경기를 치르기로 계약하며 받은 4억5000만달러의 계약에는 아쉽게 2000만달러 차이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경신하는데는 실패했다(포브스 자료).

하지만 종전 스포츠 역사상 2위 계약이었던 멕시코 복싱선수 카넬로 알바레즈가 유료채널 DAZN과 맺은 3억6000만달러의 계약을 깨며 스포츠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계약을 얻었다는 점, 그리고 구기종목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달성했다는데 의의를 둘 수 있다.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포브스, TSM스포츠 자료)

1위 : 메이웨더 주니어(복싱) - 쇼타임 2년 6개월 4억 5000만달러
2위 : 마이크 트라웃(야구) - LA에인절스 13년 4억 2650만달러
3위 : 카넬로 알바레즈(복싱) - DAZN 5년 3억 6500만달러
4위 : 브라이스 하퍼(야구) - 워싱턴 내셔널스 13년 3억 3000만달러
5위 : 지안카를로 스탠튼(야구) - 마이애미 말린스 13년 3억 2500만달러
6위 : 매니 마차도(야구) -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10년 3억달러
7위 : 알렉스 로드리게스(야구) - 뉴욕 양키스 10년 2억 7500만달러
8위 : 네이마르(축구) - 파리생제르망 5년 2억 7000만달러

야구를 넘어 전세계 구기 종목 최고 계약이다. TSM 스포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망으로 이적했던 네이마르는 5년간 2억7000만달러 수준의 개인 계약을 맺었다(이적료 제외). 연평균 5400만달러, 약 610억원에 달하는 연봉만큼은 구기종목 역대 최고액이지만 단일계약 전체 금액으로 놓고 보면 트라웃이 최고가 됐다.

하퍼, 마차도, 커쇼 등 메이저리그의 간판스타들이 모조리 2019시즌을 앞두고 계약한 상태에서 트라웃이 이번에 세운 4억2650만달러 계약을 깰 선수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여전히'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 계약을 지킨 메이웨더 주니어(왼쪽). ⓒAFPBBNews = News1
▶26세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1위…첫 8년간 테드 윌리엄스와 비슷

그렇다면 왜 트라웃이 이런 계약을 받을 정도인지 ‘새삼’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2011년 7월 메이저리그 등장해 40경기에서 2할2푼의 타율을 기록할 때만 해도 트라웃을 주목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전설적인 질주가 시작됐고 7년간 7번의 올스타, MVP 1위 2회, 2위 4회, 4위 1회, 실버슬러거 6회, 신인왕 1회를 수상한다.

40경기 밖에 나오지 않은 첫 시즌을 포함해도 8년간 기록한 f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은 64.9인데 이는 올해로 만 27세 시즌임에도 메이저리그 '역대' 타자 WAR 89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트라웃은 지난해까지 26세 시즌을 치렀는데 26세 시즌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어느 선수(투수, 타자 포함)도 트라웃이 기록한 WAR 64.9를 넘은 선수는 없었다. 타이 콥이 그나마 63.5로 트라웃에 이은 2위였다. 즉 26세 시즌까지 만큼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였는데 야구 역사상 최고금액을 받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첫 8년간 성적은 테드 윌리엄스, 알버트 푸홀스와 비견된다. ‘마지막 4할타자’ 윌리엄스는 1939년 데뷔 후 1949년까지(1943~1945년 전쟁 참가) 8년간 67.2를 기록했다. 푸홀스는 62.1을 올렸다. 푸홀스의 첫 8년보다 낫고 윌리엄스의 8년과도 비슷한 수준인 트라웃이다. 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 약물의 전설 배리 본즈 등도 트라웃의 첫 8년에 모자랄 정도다.

야구 역사상 첫 8년간 성적이 뛰어난 선수들

테드 윌리엄스(1939~1949, 전쟁으로 1943~1945 불참) : WAR 67.2
마이크 트라웃(2011~2018) : WAR 64.9
알버트 푸홀스(2001~2008) : WAR 62.1
배리 본즈(1986~1993) : WAR 58.9
베이브 루스(1914~1921) : WAR 57.7 *투수와 타자 WAR 합산
로저스 혼스비(1915~1922) : WAR 57.5
타이 콥(1905~1912) : WAR 56.2
키드 니콜스(1890~1897) : WAR 54.0
버트 브라일레븐(1970~1977) : WAR 53.7
월터 존슨(1907~1914) : WAR 51.3

첫 8년간 베이브 루스(왼쪽)를 넘은 트라웃, 테드 윌리엄스(오른쪽)와 비슷. ⓒAFPBBNews = News1

이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보니 새삼 2009년 드래프트는 에인절스 앞에 지명권을 가진 24개팀이 얼마나 바보가 됐는지 회자된다.

트라웃은 1라운드 25번으로 에인절스에 뽑혔다. 트라웃을 지명하지 않았던 24개팀은 1984년 NBA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휴스턴 로켓츠와 2순위 지명권을 가진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감정이입 될 수밖에 없었다(3순위 시카고 불스는 ‘마이클 조던’을 지명한다).

▶트라웃, 돈값 할 수 있을까

이제 초점은 ‘지금까지’가 아니라 ‘앞으로’에 쏠린다. 2030년까지 12년동안 트라웃이 4억3000만달러의 ‘돈값’을 해줄 수 있는냐다.

불가능하겠지만 트라웃이 지난 8년간 해준 만큼 12년을 해준다면 어떨까.

메이저리그에서 WAR1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약 800만달러의 투자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8년간 WAR 64.9, 연평균 8.1의 WAR을 기록해준 트라웃은 이미 5억 1900만달러 수준의 활약을 했으니 12년으로 환산하면 7억 7760만달러의 활약은 해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나이에 따른 노쇠화나 부상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산술적 수치’일 뿐이다.

팬그래프 자료
그래도 12년간 4억 2650만달러만큼의 활약을 해주려면 WAR 1당 800만달러로 볼 경우 매년 WAR 4.5는 해줘야한다. 데뷔 후 매년 WAR 8.1은 해줬으니 4.5를 해주는 건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최근 메이저리그의 노쇠화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며 선수의 전성기가 28세까지며 그 이후 급격하게 하락한다는 통계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트라웃이 일반적인 ‘에이징 커브’에 들어맞는다면 28세인 2020년까지 조금 더 전성기를 누린 후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0년간 하락세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하락세가 지속되더라도 워낙 일반적인 선수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한 트라웃이기에 30대 초반에도 일반적인 선수의 전성기 실력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추측은 해볼 수 있다.

결국 트라웃이 2~3년안에 찾아올 ‘전성기의 끝-노쇠화의 시작’을 얼마나 천천히 내려올 수 있을지, 그리고 부상을 얼마나 피하는지가 ‘돈값’의 관건이다.

케빈 브라운이 1998년 1억달러 시대를 연 이후 이미 계약기간이 종료된 1억달러 계약 중 ‘먹튀’ 논란이 없는 계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프린스 필더, 클리프 리,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은 계약기간조차 채우지도 못했다.

장기계약의 끝이 좋았던 사례는 아예 어린시절부터 미리 장기계약을 맺은 알버트 푸홀스(세인트루이스 시절), 트라웃(에인절스와 1차계약)이나 상징성을 가진 데릭 지터 계약 등이 전부다.

트라웃은 이런 ‘장기계약=먹튀’의 역사를 깰 수 있을까. 이미 26세시즌까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선수로 역사를 깬 트라웃이라면 '돈값'을 제대로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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