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했던 레알 마드리드가 ‘16강 마드리드’가 됐다. 단 한번도 0-2로 진 1차전 경기 이후 역전한적 없던 유벤투스가 ‘가능투스’가 됐다.

그 차이는 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무다. 호날두를 판매할 때 ‘나이든 선수를 비싸게 잘 팔았다’며 좋아하거나 호날두가 떠나고 ‘누가 호날두 필요하대?’고 말하던 참새는 무엇이 봉황인지를 몰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미 한 ‘멍청한 일’을 레알 마드리드도 반복했고, 세계 축구사에 남을 선수를 얻은 유벤투스는 그 덕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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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5시 이탈리아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틀레티코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앞서 1차전에서 0-2로 패배했던 유벤투스는 1·2차전 합산스코어에서 3-2로 대역전, 8강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주인공은 호날두였다. 전반 27분 엄청난 높이를 떠 불가능할 것 같은 헤딩골을 해내더니 후반 4분에는 또 헤딩골로 골라인 판독기에 그린라이트가 들어오게 했다. 결국 후반 41분에는 페널티킥골까지 성공시키며 해트트릭으로 1차전 0-2로 진 경기를 뒤집어냈다.

1차전 원정에서 0-2로 패하며 모두가 힘들거라고 봤다. 그도 그럴 것이 종합스코어 동점일 경우 원정다득점이 적용되는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2차전 원정에서 한골만 넣어도 유벤투스가 4골을 넣어야하기 때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올시즌 17실점으로 라리가 최소실점 1위의 철통방어를 자랑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기본 3골, 1골을 실점할 경우 4골을 넣어야하는 유벤투스는 아무리 호날두가 있다고 해도 힘들 것이라 예상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간과한 것은 호날두가 그냥 ‘좋은 선수’를 넘어선 ‘전설적인 선수’라는 점이었다. 호날두는 한 경기 만에 자신이 왜 전설임을 증명해냈고 단 한번도 1차전 0-2 패배 이후 뒤집은적 없던 유벤투스에게 짜릿한 첫 역전의 경험을 안겼다.

▶챔스 3연패→16강 마드리드, 전설을 너무 쉽게 여기다

자연스럽게 딱 일주일전 아약스에게 충격적인 1-4 패배로 16강에서 탈락한 호날두의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현대 축구사에 길이 남을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해낸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여름 호날두를 떠나보내는 결정을 한다. 이때만 해도 일각에서는 ‘호날두는 더 이상 월드클래스가 아니다’, ‘그래봤자 호날두는 1~2년도 못 쓴다’, ‘노장을 비싸게 주고 팔았다’와 같은 말로 레알 마드리드의 결정을 옹호하는 여론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프리시즌 경기에서는 ‘누가 호날두가 필요하대?’라는 피켓도 등장해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가 오히려 팀 단합력과 전력 면에서 더 좋다는 주장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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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호날두 없는 레알 마드리드는 한시즌만에 훌렌 로페테기, 산티아고 솔라리 체재로 거쳐 다시 지네딘 지단 감독 체재로 돌아왔다. 감독이 3번 바뀌었고 성적은 라리가 1위 바르셀로나에 승점 12점차이가 나는 3위에 충격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었다.

▶레알의 16강 마드리드-맨유의 잃어버린 6년, 호날두 있었다면?

반면 유벤투스는 리그 2위 나폴리와 승점 18점차 나는 압도적 리그 1위에 탈락 위기였던 챔피언스리그 16강을 호날두 덕에 8강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는 호날두를 판지 1년도 되지 않아 자신들의 선택이 멍청했음을 증명한 꼴이다.

레알 마드리드에는 수많은 레전드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었던 가장 위대한 선수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런 호날두를 어떻게 해서라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레알 마드리드 팀의 역할이지만 도리어 호날두를 포기하고 만 선택의 결과는 처참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그랬다. 맨유에도 수많은 레전드 선수들이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맨유가 가져본 가장 위대하고 전설적인 선수였다. 생각해보라. 호날두가 만약 지금도 맨유 유니폼을 입고 있다면 과연 알렉스 퍼거슨 이후 잃어버린 6년이 있었을까.

▶16강 마드리드-가능투스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

물론 당시 맨유를 떠날 때도,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때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없게 자신들이 가졌던 가장 위대했던 선수를 제대로 인지하고 대우했다면 맨유도, 레알 마드리드도 지금의 암흑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호날두가 맨유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갈 때 기록했던 이적료는 당시 역대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오직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만이 “너무 싸게 팔았다”고 했고 당시엔 비난받고 조롱받았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돈은 호날두의 위대함에 비해 헐값이었다. 돈으로 따질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다. 맨유 클럽 역사상 가장 아쉬운 이적이 당대 최고 금액을 받은 호날두 이적이 아닐까.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를 유벤투스에게 팔며 받은 돈은 고작 ‘몇 푼’일 뿐이다. 호날두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차이를 만들줄 아는 선수다. 그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가 있냐 없냐로 인해 16강 마드리드냐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팀이냐, 단 한번도 1차전 0-2 패배를 뒤집어본 적이 없었던 팀이냐, 가능투스냐로 나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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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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