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강인(18·발렌시아)이 4경기 연속 결장했다. 소집명단까지는 들고도 벤치에 앉지 못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강인의 결장이 길어지며 국내팬들의 걱정이 커진다.

하지만 정말 이강인의 결장이 나쁜 일일까. 이강인을 쓰지 못하는 발렌시아의 상황과 아직은 1군과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이강인에게 부족한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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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는 8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5시 스페인 발렌시아의 홈구장 메스테야에서 열린 2018-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16강 1차전 크라스노다르(러시아) 홈경기에서 호드리고 모레노의 2골로 2-1로 승리했다. 이강인은 경기 전날 발표된 소집명단에는 포함됐으나 벤치까지 앉는 멤버에는 제외돼 4경기 연속 결장했다.

발렌시아는 전반 12분 역습상황에서 중앙선 오른쪽부근에서부터 혼자 드리블을 한 호드리고 모레노가 중앙으로 들어오며 감아찬 왼발 슈팅이 골망을 갈라 1-0으로 앞서갔다. 호드리고는 전반 24분에는 토니 라토의 낮고 빠른 왼쪽에서의 크로스를 문전에서 왼발로 밀어넣어 발렌시아에 2-0 리드를 안겼다.

후반 18분 크라스노다르의 빅토르 클라에손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2-1 리드를 지킨 발렌시아는 15일 열리는 16강 2차전 러시아 원정에서 리드를 안은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소집명단에는 들고 벤치에는 못앉아 아쉬운 이강인

물론 이날 이강인의 결장이 발렌시아의 승리보다 한국팬들 입장에서는 아쉽다. 중계화면에 이강인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찍히기도 해 더 속이 상한다. 가뜩이나 지난 1월 말 1군계약을 맺은 이후 2군이자 3부리그팀인 발렌시아B 경기에도 나서지 못해 경기감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 지속되자 더 큰우려가 나온다.

이강인이 1군 계약 후 교체로라도 자주 발렌시아 1군 경기에 모습을 보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이강인은 교체투입 후 국왕컵에서 발렌시아의 역전승을 이끄는 활약을 하기도 하면서 ‘나오면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활용하지 않는 것을 탓하기보다 왜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쓰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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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경기 무패, 발렌시아 궤도에 올라 변화 필요無

발렌시아는 최근 시즌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이날 경기까지 12경기 연속 무패(7승 5무)를 달릴 정도로 팀전력이 궤도에 올라왔다. 1월 27일 비야레알전 이후 무패이며 이강인과 1군 계약 후 10경기 연속 무패다.

어느새 라리가 순위도 7위로 유로파리그 진출권인 6위가 눈앞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권인 4위 헤타페(승점 42)와도 승점 6점차로 해볼만한 상황이다. 유로파리그 8강 진출도 유력하고 코파델레이(FA컵)는 결승까지 올랐다.

팀전력이 궤도에 올라온 시점에서 대부분의 감독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잘나가고 있는데 굳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모험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기존 전력 내에서 부상자, 컨디션 관리를 선호한다.

▶게데스 복귀, 소브리노 영입… 4-4-2엔 애매한 이강인

또한 2월부로 곤잘로 게데스 등 부상자들이 돌아오고 미치 바추아이가 나간 자리에 루벤 소브리노가 들어오는 등 마르셀리노 발렌시아 감독들이 선호하는 선수들이 더 많아졌다는 것도 이유다. 소브리노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데려왔고 게데스는 지난해 주전이었고 지난해 12월 부상 아웃전까지도 팀 내 주전 윙어였다.

또 다른 이유는 4-4-2 포메이션을 선호하는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상 이강인이 곧바로 쓰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가 조금 더 자신의 포지션인 이강인은 4-4-2 포메이션에서는 윙어를 보기에는 아예 직선적인 돌파가 더 뛰어나야 한다. 투톱 공격수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4-4-2 윙어의 역할이기 때문.

중앙 미드필더를 보기에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만 버티는 4-4-2에서 수비력 면에서 세계 최고의 무대인 라리가에서 버티기 쉽지 않다. 창의적이고 1, 3선 선수와 연계플레이가 장점인 이강인은 4-4-2 포메이션 안에서 뛰기에는 조금 더 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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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8세, 1군 계약 후 한달… 조급할 필요 없다

마지막으로 이강인은 고작 만 18세가 지난지 한 달도 안된 선수라는 점을 기억해야한다. 이런 선수가 발렌시아 1군과 함께 훈련하고 간혹 경기 출전의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18세 선수들은 하지 못할 소중하고 대단한 경험이다. 물론 경기에 결장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적이나 임대 등을 강구해볼 수 있겠지만 고작 1군계약을 한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았고 두달후면 올시즌은 끝난다.

지금 나이에서는 벤치 혹은 경기장 밖에서 1군 경기를 지켜보고, 훈련장에서 엄청난 몸값의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부딪치며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20대 중후반의 선수가 벤치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빨리 팀을 떠나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이강인은 아직 컨디션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힘들고 배울게 많은 10대다.

이날 경기 역시 이강인은 경기전날 발표된 19명의 소집명단에는 들어갔지만 벤치까지 앉는 18명에는 들지 못했다. 이를 두고 ‘쓰지도 않을 선수를 굳이 소집명단에 넣는 이유가 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이강인을 교체명단에 넣을지 고민할 정도’ 혹은 ‘최대한 1군선수단과 동행할 수 있게’ 배려했다고 해석할 여지도 충분하다.

계속 결장이 길어지고 마르셀리노 감독의 4-4-2 포메이션과 맞지 않는다면 이적을 고민해봐야한다. 하지만 아직 이강인은 어리고 1군 계약을 한지 한 달밖에 안됐다. 지금은 함께 세계정상급 선수들과 훈련하고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이강인에게 소중한 시간들이다. 조급할 필요가 없다.

발렌시아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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