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지연 기자] ‘기회가 오면 꼭 잡겠다’는 다짐 하나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농구선수가 있다. 바로 KCC 박세진(25)이다.

2016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KCC의 부름을 받은 박세진은 입단하자마자 발목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약 9주간의 재활 끝에 시즌 막바지 기회를 받아 데뷔에는 성공했지만 KCC에는 이미 하승진이라는 빅맨이 있었다.

하승진의 독보적인 활약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던 박세진이 최근 서서히 코트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힘들었을 그의 3년을 함께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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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새내기’ 박세진

2m가 넘는 키. 키만 보면 당연 센터다. 그는 고교·대학 시절 확실한 주전 센터로 활약해 ‘경쟁’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는 ‘경쟁’ 그 자체였다.

“팀 내 센터가 혼자였어요. 그러다 보니 농구를 보는 시야가 좁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프로는 다른 센터도 있고 외국인 선수들도 있다 보니 여러 사람을 생각하면서 혼자 가는 길이 아닌 팀의 길을 따라 가는 걸 배우고 있어요.”

박세진은 한양대 시절 40득점 20리바운드를 기록, 대학농구리그의 최고 득점 기록을 세우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일찍 프로의 문을 두드렸다. 아직도 드래프트 당시 흥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2라운드에 뽑힐 거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9순위로 뽑혀서 소리를 지를 만큼 기뻤어요. ‘프로에 가서 잘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마추어의 생각이었죠. 직접 프로에 와서 부딪혀 보니 생각보다 벽이 높더라고요.”

4년 연속 한양대 1라운드 선수 배출을 이어가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박세진은 입단 후 팀에 적응하며 데뷔를 준비하고 있던 중 발목을 다쳤다.

“그날은 정말 슬펐어요. 부상을 당하고는 회복까지 기약이 없으니까 시간이 해결해주기만을 바랐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덕분에 프로 데뷔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잡을 수 있었어요.”

박세진은 부상에 연연하기 보단 복귀를 바라보며 재활에 임했다. 결국 2017년 2월23일 안양 KGC전에 데뷔, 11득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아직까지 데뷔전이 생생해요. 보통 데뷔전을 선발로 안 쓰는데 감독님께서 큰 기회를 주셨죠.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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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아직도 새내기’ 박세진

박세진이 데뷔했던 2016~2017시즌, KCC는 17승 37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승진의 부상으로 박세진은 가비지 타임에 기회를 받아 11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엄밀히 실력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때문에 그는 키로만 센터를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기 위해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 8kg 정도 감량했던 것 같아요. 달릴 때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지만 빅맨 특성상 몸싸움을 해야 하는데 살을 빼다보다 버거웠던 건 사실이에요. 스피드와 근력 사이에 고민이 많았던 것 같아요.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웨이트와 훈련을 병행하면서 잘 조율할 수 있었어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세진은 하승진이 부상에서 복귀해 단 3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하)승진이 형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부족하구나’를 느꼈던 것 같아요. 최고죠. 1년차 때는 잘해서 뛴 것이 아니라 팀이 꼴등해서 뛴 거기 때문에 노력만이 살 길임을 다시 한 번 직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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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차 ‘미래의 블루워커’ 박세진

올 시즌 초 하승진이 오른 발목 피로 골절 당하며 박세진은 자신을 보여줄 기회를 다시 얻게 됐다.

“따로 뭘 보여주겠다는 것 보다는 기회라는 게 쉽게 오지는 않잖아요. 과거를 뒤돌아보면 꼴찌여서 뛰었고 2년차에는 3경기 밖에 뛰지 못했으니 이제 제대로 된 기회라고 생각해요. 득점보다는 수비 리바운드에 가담하며 팀에 궂은일을 맡고 싶어요.”

올 시즌 KCC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팀의 성적 저조로 전 추승균 감독이 경질됐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 대행이 정식 감독으로 등록 변경하며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외국인 감독을 두게 됐다.

“외국분이시라 그런지 오픈 마인드인 것 같아요. 누구든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소통을 많이 하려는 감독님입니다.”

박세진은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를 전했다.

“감독님이 농구 얘기를 하시면 대부분 알아들어요. 농구 용어이기 때문에 조금 공부해뒀죠. 그래서 다 알아듣고 있었는데 통역형이 알아들었냐고 물어보며 놀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아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있어요(웃음).”

지난 29일 울산 현대모비스전까지 올 시즌 18경기 소화한 박세진은 하승진의 복귀에도 조금씩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아직은 평균 7분36초라는 짧은 출전 시간이지만 2.8점 1.6리바운드로 알짜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이제 노력의 손맛을 톡톡히 본다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블루워커가 궂은일을 잘하는 선수잖아요, 저도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분위기 반전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제 또 기회가 올지 모르고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어요. 코트에 들어가게 되면 1초가 됐든 1분이 됐든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미국프로농구(NBA)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는 “성공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세진 역시 성공할 날을 꿈꾸며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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