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충격이다. 수원 삼성 서정원(48) 감독이 사퇴했다.

K리그1 4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강, FA컵도 8강에 올랐고 2013년 부임 후 5위-2위-2위-7위(FA컵 우승)-3위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팬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서정원은 그만뒀다.

‘쎄오 아웃’을 외치던 팬들의 논리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월간 지지 않았던 경남FC를 이긴 경기에서도 승리 세리머니 앞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이제는 예전같지 않은 수원 삼성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다. ‘K리그 절대 1강’ 전북 현대만큼 하길 바란 것도 과하다.

서정원 감독은 28일 구단에 공식 의사를 밝히고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근 부진했던 수원… 투자 축소도 생각해야

최근 수원 삼성은 매우 부진했다. 무승부를 기록했던 지난 4일 상주 상무전부터 이날까지 한달간 1승1무3패로 무너졌다. 전반기 2위로 마쳤던 성적은 4위로 추락했다. 팬들이 화날만 했다. 하지만 시즌을 진행하며 한 달정도 부진하는 것은 모든 팀이 겪는다. 전북 현대 역시 그랬다. 부진이 한 달이면 차라리 다행이다.

팬들은 단순히 성적 때문에 화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동안 한정된 전술 운영과 재미없는 경기력의 지속성 등을 언급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서정원 감독은 지나치게 한정된 전술을 보였고 수원 삼성의 경기는 전성기 때와는 확실히 보는 맛이 덜하다.

하지만 이것을 오로지 감독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원 삼성은 K리그의 투자 축소에 가장 큰 직격탄을 맞은 팀이다.

예전에는 전북 현대, FC서울보다 많은 돈을 쓰며 최고 스타 선수로만 팀을 꾸려 밥먹듯 우승했다. 하지만 서정원 감독 부임 후부터 공교롭게도 모기업의 사정 등이 겹치며 투자가 축소됐다.

프로축구연맹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수원 삼성 선수단 연봉은 4위(약 78억원)였다. 2016년 3위에서 떨어졌다.

구단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하다보니 수원에는 예전과 달리 ‘이름을 잘 모르는 선수’가 늘어갔다. 서정원 감독은 매탄고 등 유스를 뒤졌고 각구단에서 저평가 받던 선수들을 발굴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난 4월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에서 서정원 감독은 수원 삼성이 예전의 ‘부자구단’이 아닌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음을 토로한 바 있다.

이렇게 투자는 줄어가는데 팬들의 기대치는 계속 높았다. 수원의 K리그 마지막 우승은 딱 10년전. 팬들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전북 현대 천하가 군림(4년간 3회 우승)했고 전북은 연봉 2위 구단에 비해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가량의 투자를 계속 받고 있다.

물론 적은 연봉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야 좋은 감독일 수 있다. 올시즌 경남FC의 김종부 감독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특이 경우며 그런 감독이 많다면 모든 팀이 경남처럼 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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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감독은 없다… ‘절대 1강’ 전북 인정해야

냉정하게 서정원 감독 부임 후 기대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는 시즌은 부임 첫해인 2013년 뿐이다. 당시 리그 5위의 성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2년 연속 2위를 해냈고 2016년 충격의 하위스플릿인 7위를 한적이 있지만 끝내 FA컵 우승을 해내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냈다. 올해 역시 4월중순부터 7월초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리그 2위로 보냈고 전북과 함께 유이하게 K리그 클럽 중 챔피언스리그 8강까지 올랐다. 그럼에도 팬들은 ‘쎄오 아웃’을 외쳤다.

물론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한정된 전술이 아쉬울순 있다. 그러나 서정원 감독 부임 6년 덕분에 수원은 K리그에서 가장 3백과 4백을 무리없이 구사할 수 있는 팀이 됐고 서감독은 투톱, 스리톱 등 나름 다양한 공격전술로 실험하기도 했다. 물론 세부전술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렇게 완벽한 감독은 없다. 누구나 약점은 있다.

서 감독은 수원 삼성 레전드로써 수원 선수단의 지지를 받아왔다. 선수들이 감독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의 경기도 올해 여러 차례 나왔다.

전북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더 이상 수원 삼성이 예전처럼 모든 스타 선수를 다사오고 밥먹듯 우승하는 팀이 아닌 것을 팬들부터 인정해야한다.

현재 전북은 ‘두 팀으로 나눠도 K리그 1,2위를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너무나도 막강하다. 이는 최강희 감독의 지도력도 물론 결정적이었지만 현대차 그룹의 끊임없는 지원이 컸다. 2017년 국내선수 연봉 톱5는 모두 전북 선수였다.

수원 서정원 감독은 ‘조나탄’이라는 K리그 MVP급 선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그런 선수를 대체하기란 K리그 레벨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조나탄을 수원에 데려오고 활용한 장본인에 대한 칭찬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서 감독 부임 이후 ‘전북 천하’속에서 그나마 선방한 팀은 수원뿐이다. 서울도, 제주도, 울산도 등락이 심했다. 하지만 그나마 전북 바로 다음 순위 근방을 지켜낸 팀은 수원이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전북 외에 평균순위가 가장 높은팀은 수원이고 그다음이 서울순이다.

서 감독이 나간 수원은 새로운 감독대행을 통해 빠르게 팀분위기를 수습하고 29일 열릴 ACL 8강 1차전 전북전부터 당장 잘 헤쳐나가야 한다. 하지만 서 감독의 사퇴는 그나마 힘든 상황에서도 수원의 명성을 나름 지켜나가던 최후의 보루마저 팬들 스스로 무너뜨린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완벽한 감독은 없다. 수원팬들에게 완벽한 감독이 되지 못한, '현 K리그 최장수 감독' 서정원은 경남에게 3개월만에 패배를 안기며 ‘쎄오 아웃’을 외치던 팬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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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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