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맹활약을 보인 선수들에게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몇몇 유럽팀은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듯하고, 선수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유럽행을 택하기엔 쉽지 않다. 유럽행을 택했을 경우 눈앞에서 수억원을 손해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바로 이럴 때 선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기량 발전을 위해 적은 돈을 감수하고 유럽으로 향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현 소속팀에 잔류할지 말이다.

ⓒ대한축구협회
최근 ‘한국 대표선수 000, 유럽 00팀에서 러브콜’과 같은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는 마치 월드컵 활약 덕에 유럽팀에서 원하는 것처럼 보도되지만 사실 한국 대표팀에서 주전급인 선수들에게 유럽팀의 오퍼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몇몇 선수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럽 빅리그 중하위권 팀의 오퍼를 이미 받아왔다는 것이 이적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왜 한국에는 손흥민, 기성용, 구자철 정도를 제외하곤 유럽 빅리그에 뛰는 선수가 없을까. 바로 ‘돈’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리그, 특히 중국, 일본, 중동리그의 경우 세계에서도 큰 돈이 오가는 시장이다. 바로 이런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 입장에서 계속 활용되고 주전급 대우를 받는 선수들의 경우 연봉 10억원 내외 혹은 훨씬 더 많은 돈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 빅리그의 중하위권팀, 혹은 유럽 중소리그의 강팀 수준에서 오퍼를 하면 많아도 연봉 10억원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명확하게 연봉을 알 수 있는 김신욱은 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15억원 가량을 받았지만 유럽에 갈 경우 절반가량의 연봉 하락을 감수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선수들은 쉽게 유럽행을 택하지 못한다. 아무리 꿈꾸던 유럽리그라 할지라도 주전 자리가 보장 되지도 않는데다가 연봉도 반토막 혹은 못해도 2억~3억원은 낮게 받는다면 현실적으로 유럽행을 택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A선수의 경우 아시아 리그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재계약 시기에 소속팀과의 재계약과 유럽 빅리그 중위권팀의 오퍼 중 고민하다 소속팀과 재계약을 택했다. 금액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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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선택에 대해 딴죽을 걸 수는 없다. 누구도 경제적 차이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유럽에서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빅리그 팀으로 이적해서 많은 돈을 받으면 되지 않나’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당장 눈앞에 돈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더 좋은 빅리그 팀으로 간다는 것도 보장된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2014 브라질 월드컵, 2018 러시아 월드컵의 실패는 2010년 초반 대부터 불어온 아시아리그 진출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예전에는 K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 리그로 가는 한국 선수는 거의 없었지만 다른 아시아 리그들이 자금력을 갖추면서 한국 선수들이 K리그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리그로 가는 일이 빈번해졌다.

2010년대 초반부터 중동, 중국리그로 이적한 선수는 수도 없이 많고 이들 대부분이 대표급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선수들의 경제 사정은 나아지지만 대표급 선수의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이것이 모여 대표팀 경쟁력 약화까지 이어졌다.

큰 고기는 큰 물에서 놀 때 더 큰다. 큰 고기가 작은 물에서 놀 때는 더 크지 못한다. 당장 2014 브라질 월드컵 멤버 중 손흥민을 제외하고 4년이 지난 현재 ‘성장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있을까.

권창훈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쉽지 않아도 유럽에서 부딪치고 이겨나갈 때 선수는 성장한다. 1년 전만해도 권창훈이 손흥민 다음가는 한국 선수가 될거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유럽에 간다고 모두 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한 선수는 유럽이 그 무대였다. 박지성이 그랬고, 이영표가 그랬고, 안정환이, 설기현이 그랬다.

이제 다시 선수들에게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월드컵 독일전 선전을 통해 유럽에서 한국 선수들을 찾는 분위기다. 바로 이럴 때 돈이 아닌 유럽을 택할 수 있느냐다.

물론 쉽지 않다. 누가 당신에게 받던 연봉의 절반 혹은 3분의1 수준을 가져가고 완전히 새로운 무대에서 일하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축구선수라면, 국가대표급 선수라면 해줬으면 하는 이기적인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개인이 모여 단체가 되고 단체는 곧 국가대표팀의 수준이 되기 때문이다. 유럽행이냐 경제적 이익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선수들 개인 개인의 선택이 향후 대표팀 수준의 방증이 될 것이다. 선수들이 선택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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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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