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 논의가 각 종목에서 이뤄졌지만 축구에서는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떤 종목보다 대중적이며 인기 스포츠인 축구가 단일팀을 한다면 어떨까. 그리고 축구 남북 단일팀을 통해 남한이 볼 실질적 이득도 상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한체육회를 통해 아시안게임 40개 종목 경기 단체에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의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대한체육회에 단일팀 구성 의향을 타진한 종목은 농구, 유도, 체조, 정구, 카누, 조정 등 6개 종목이었다. 이후 탁구도 단일팀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총 7개 종목이 단일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 “조직력, 선수단 분위기 우려”

기대를 모았던 축구는 단일팀에 대해 거부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남자팀에 대해서는 병역혜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가뜩이나 소집시간이 부족해 조직력을 다지기 힘든 대표팀에 마이너스가 크다고 봤다. 또한 선수단 내부 분위기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남자대표팀은 전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의견을 밝혔다.

여자대표팀에 대해서는 “역시 조직력과 선수단 내부 분위기를 고려해야했다. 게다가 현재 여자대표팀은 내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여자 FIFA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기에 그 과정 속에 아시안게임은 들어가 남북 단일팀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남자 축구 : 성적 좋았던 북한 축구, 한국의 부족함 덜어줄 가능성

조직력과 선수단 내부 분위기에 대한 걱정은 축구만이 아닌 단일팀이 될 때 그 어떤 종목도 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다.

이 위험요소를 안고도 축구만큼은 그 어떤 종목과 달리 남녀 모두 북한과 함께 했을 때 얻을부분은 상당하다. 당장 남자축구는 풀백을 포함해 몇몇 포지션에서 선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부분을 북한 선수단이 메워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차출이 가능하다면 세리에A에서 맹활약 중인 한광성(칼리아리)의 공격력까지 더해져 금메달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냉정히 남한 남자 축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 남자 축구는 지난 32년으로 압축해도 8번의 아시안게임 속에 딱 2번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그마저도 1986 서울, 2014 인천으로 한국에서 열렸을 때였다. 홈 어드밴티지 없이는 금메달이 힘들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또한 남자 대표팀의 경우 김학범 감독이 지난 2월 부임한 이후 딱 한번 소집돼 공식 평가전 없이 훈련만 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조직력’이 존재하지 않는 팀이다. 물론 북한쪽에서 선수 합류가 늦는다면 조직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부족한 포지션과 한광성 등의 파괴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클 수 있다.

북한의 한광성. 연합뉴스 제공
북한 남자 U-23 축구대표팀의 수준이 낮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최근 3번의 아시안게임 성적만 보면 2006 도하에서 북한은 8강까지, 한국은 4위를 차지했는데 당시 북한이 8강에서 떨어진 것은 한국에게 져서였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북한과 한국이 맞붙어 한국이 졌었다. 당시 북한은 8강까지, 한국은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2014 인천에서는 한국과 북한이 결승까지 올라와 한국이 금메달, 북한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즉 북한 남자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3번의 대회에서 2번의 8강, 1번의 은메달을 딸 정도로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2006년은 한국에 이기기도 했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현재 북한의 U-23대표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북한의 현재 전력을 알기란 세상 그 누구도 불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그동안 북한 남자 대표팀의 아시안게임에서의 성적을 고려할 때 분명 한국도 북한과 단일팀을 했을 때 금메달이 간절한 입장에서 전력적으로 얻을 부분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 축구 : 한국보다 더 뛰어난 북한 축구, 월드컵전 좋은 경험 될 수 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의 경우 냉정히 한국 측이 메인이 아닌 북한이 메인이 될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북한 대표팀의 수준이 뛰어나다. 당장 아시안게임만 놓고 봐도 북한은 2006 도하에서 금메달, 2010 광저우에서 은메달, 2014 인천에서는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기간 한국은 4위, 동메달, 동메달에 그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북한 여자 축구는 한국보다 객관적으로 더 나은데다 세계적 수준에 올라있다는 평가.

전력적으로는 한국이 더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다 약 1년을 앞둔 월드컵을 앞두고 실력이 뛰어난 북한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할 것이다.

물론 대한축구협회의 말처럼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아시안게임을 둬 조직력을 향상시킬 기회는 잃을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나도 월드컵까지는 약 10개월의 시간이 남았기에 조직력을 맞출 기회는 많다. 북한 선수들과 함께 뛰며 얻을 선수단 내부의 경험, 또한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부족한 여자 축구 인기를 끌어올린다는 외적인 측면을 봐도 단일팀이 구성됐다면 나쁘지 않았을 여자 대표팀일지도 모른다.

▶성적+흥행 모두 잡을 카드될 수 있는 단일팀

지난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단일팀은 분명 절차상으로 큰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 대회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급하게 단일팀이 꾸려졌고, 북한 측의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나 기존 한국 대표팀의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 공론화 과정도 너무 부족한 찍어누르기식 행정의 폐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결이 다르다. 아시안게임 대회 3달여 전부터 얘기가 되고 있어 공론화를 해볼 수 있다. 또한 남녀 모두 수준에서 격차가 크지 않고 도리어 여자의 경우 북한 쪽이 더 낫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현재 정확하게 대표팀이라는 것이 꾸려져있지 않은 상황. 김학범 감독조차도 아직 누가 대표팀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북한 선수들이 들어온다고 해서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시스템이 아니다. 북한이 와서 전력이 강화된다면 가뜩이나 금메달이 모두 쉽지 않은 남녀 축구 모두에게 금메달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연합뉴스 제공
그 어떤 종목보다도 인기와 관심도가 큰 축구에서 단일팀이 된다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또한 성인대표팀과는 달리 23세 이하로 꾸려지는 아시안게임 남자대표팀의 경우 대부분이 국내 K리거 위주다. 가뜩이나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 인기가 추락한 상황에서 단일팀을 통해 국민적 관심도 증폭은 월드컵만큼일지도 모른다. 여자 축구 역시 가뜩이나 인기 하락으로 기존의 팀이 해체까지 되는 상황에서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즉 성적과 향후 흥행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이 단일팀일지 모른다.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과의 단일팀에 대해 성급하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 공론화를 가져보며 토의하고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