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지만(27)이 해냈다. ‘바늘구멍’으로 봤던 밀워키 브루어스 개막 25인 로스터 합류에 성공한 것이다.

축하받아 마땅하며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기존 추신수, 류현진, 오승환에 이어 4명으로 2018시즌을 시작한다는 점은 한국 메이저리거팬들에게도 기쁜 일이다.

최지만의 개막 로스터 합류는 개인의 엄청난 노력과 성과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무려 시범경기에 27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9리, OPS(출루율+장타율) 12할4푼5리라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냈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최지만의 개막 로스터 합류 이후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며 시범경기보다 더 힘든 생존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밀워키의 비정상적인 25인 로스터에서 희생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최지만의 개막로스터 합류는 4할 타율에 12할이 넘는 OPS를 기록해야만 마지막날 결정될 정도로 애초에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역설을 품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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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본즈’ 성적에도 마지막 날에야 합류 통보받은 역설

최지만은 시범경기에서 마치 ‘배리 본즈’처럼 활약했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25경기 이상을 출전한 48명 중 4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12할4푼5리의 OPS 역시 25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중 전체 1위였다.

즉 최지만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시범경기 가장 뛰어난 타격을 보여준 선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 성적을 보였다면 개막 일주일전 쯤에는 개막 로스터 합류를 보장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최지만은 이런 압도적인 성적을 보이고도 개막 전날인 29일(이하 한국시각)에서야 극적으로 개막로스터 합류를 통보 받았다. 그만큼 밀워키 내부 경쟁에서 최지만을 활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밀워키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에릭 테임즈(지난시즌 31홈런),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돼 강등시 FA가 될 위험이 있는 헤수스 아길라(지난시즌 16홈런), 팀내 간판타자 라이언 브론까지 이미 3명의 1루수를 보유 중이다. 지명타자 제도도 없는 내셔널리그 소속인 밀워키는 최지만까지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힘겹게 4명의 1루수를 두게 된 것이다.

물론 최지만과 브론이 외야를 병행이 가능하지만 주포지션은 1루수로 활용될것으로 보인다. 최지만은 시범경기 압도적 활약 덕분에 개막로스터에 합류하긴 했지만 실제로 얼마나 뛸지는 의문이다.

▶40인 로스터 제안한 탬파베이였다면?

최지만에게 40인 로스터 합류까지 제안했던 탬파베이 레이스였다면 똑같이 시범경기에서 잘했다는 가정하에 더 미리, 안정적으로 메이저리그 로스터 합류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주전 1루수로 C.J. 크론으로 결정했는데 크론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8할7푼6리의 OPS로 적당히 잘한 수준이었다. 크론은 지난시즌 16홈런으로 테임즈(31홈런)도 아닌 아길라(16홈런) 수준이었기에 최지만이 더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이기에 지명타자 자리도 있다. 지명타자로는 지난해 2할1리의 타율에 9홈런을 친 브래드 밀러 등이 예상되는데 밀러는 시범경기에서 2할3푼1리의 타율에 그치기도 했다. 최지만이 있었다면 주전 지명타자 자리까지도 넘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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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지만이 워낙 경쟁이 심한 밀워키 안에 있었기에 ‘배리 본즈’같은 성적을 냈을지도 모른다. 결과론이다.

하지만 최지만이 탬파베이에 합류해 시범경기에서 더 잘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최지만이 밀워키가 아닌 소위 ‘리빌딩 팀’을 택하고 시범경기에서 잘했다면 개막 로스터 합류는 밀워키처럼 전날에 극적으로 통보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지만의 에이전시인 GSM 측은 2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는 건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주변의 예상을 보란 듯 깼다”고 했다.

하지만 4할 타율에 OPS 12할을 넘어도 개막 로스터 합류가 ‘바늘구멍’이었다는 것은 애초에 최지만이 더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었음에도 어려운 길을 택했다는 역설인지도 모른다.

▶최지만의 옵트아웃 두려워 개막 로스터 합류시킨 밀워키, 투수가 적다

밀워키가 최지만을 로스터에 합류시킨 것은 최지만이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할 경우 ‘옵트아웃(계약 중 FA로 팀을 떠날 수 있는 권리)’을 할 수 있는 조항을 애초에 넣었기 때문이다.

밀워키 입장에서는 시범경기 4할 타율을 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선수를 공짜로 다른 팀에 넘기기에는 아까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1루수를 무려 4명이나 두면서도 최지만을 잡은 것이다.

일단 개막 로스터 합류로 인해 최지만의 옵트아웃 행사는 물건너갔다. 이제밀워키는 최지만을 써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마이너리그에 둬도 큰 상관이 없다.

최지만이 합류하면서 밀워키는 25인 로스터에 야수가 14명, 투수가 11명인 다소 기이한 형태를 가지게 됐다. 일반적으로 투수 12명, 야수 13명을 두는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밀워키는 타자가 많은 것이다.

CBS는 밀워키가 29일 곧바로 좌완 불펜 댄 제닝스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좌완 불펜인 제닝스가 합류하면 가뜩이나 많은 야수 중 누군가는 빠져야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 5명에 불펜 6명뿐인 밀워키가 162경기를 끌어가며 투수 숫자를 지속적으로 적게 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밀워키 지역지 밀워키 저널 센티널은 29일 "최지만의 빅리그 체류 기간은 매우 짧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시범경기 최고의 성적을 내고도 애초에 메이저리그 로스터 합류가 ‘바늘구멍’이었던 밀워키를 택한 아쉬움은 개막 로스터 합류라는 경사에도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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