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7 메이저리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홈런 폭발’로 말할 수 있다. 그만큼 2017시즌은 역사상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오면서 누구나 손쉽게 20홈런을 넘길 수 있었다. 그럼에도 2000만달러짜리 지명타자 추신수가 ‘고작’ 22홈런에 그친 것, 기대를 모았던 김현수와 황재균의 도합 2홈런 등의 활약은 ‘홈런 폭발의 시대’에서 아쉬움이 짙게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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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6000홈런 넘은 메이저리그, 20홈런만 117명

올해 메이저리그는 1871년부터 146년동안 처음으로 6000홈런을 넘은 ‘홈런의 시대’였다(6105홈런). ‘약물의 시대’였던 2000년의 5693홈런보다 400개 이상 많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홈런이 나왔다.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가 무려 117명. 30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는 41명에 달했다. 2010년 20홈런 이상의 숫자가 76명, 30홈런 이상의 숫자가 18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이정도면 조금만 파워가 있으면 꾸준히 출전만 하면 20홈런은 넘겼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2017시즌은 홈런이 많았다.

▶과학 타격의 시대와 공인구 의혹

그렇다면 갑자기 왜 이렇게 홈런 숫자가 급증한 것일까. 과학 기술의 발달이 야구와 접목되면서 타자들은 발사각도가 어느정도 일 때 홈런이 잘되는지 파악했고 이에 맞춰 동계훈련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중계방송에서도 이 타구의 속도, 발사각도, 선수의 타구 동작 등을 쉽게 알 수 있다보니 타자들이 발달된 기술의 혜택을 좀 더 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홈런 숫자가 갑자기 너무 많이 늘어난 것에 대해 결국 공인구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의혹을 부인하지만 현지에서나 선수들도 공인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59홈런을 때린 스탠튼. ⓒAFPBBNews = News1
2009년까지 리그 평균자책점이 4.32 수준이었지만 2010년부터 갑자기 4점대 초반으로 떨어지고 계속해서 평균자책점이 떨어지면서 2014년에는 리그 평균자책점이 3.74까지 떨어질 정도로 투고타저가 진행됐다. 2014년의 경우 9이닝당 피홈런이 0.86개로 한 경기에 홈런 하나 보기 힘든 상황이 많아지면서 사무국이 공인구에 손을 댄 것이 아니냐는 의혹.

확실히 2014년 이후부터 홈런 숫자나 리그 평균자책점이 다시 상승했고 2016년에는 5610개의 홈런이 나오며 ‘약물의 시대’였던 2000년의 5693개보다 고작 83개 적은 수준이 됐고 결국 올 시즌에는 공인구와 과학기술의 발달이 만나 사상 첫 6000홈런 시대를 맞은게 아니냐는 것이다.

▶추신수의 22홈런은 예전의 가치가 아니다

이런 시대에서 류현진, 오승환 같은 투수들은 분명 힘겨웠을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도 무려 9이닝당 피홈런이 1.56개까지 치솟으며 2006년 KBO리그 데뷔 이후 프로 시즌을 보내며 가장 많은 22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반대로 타자들은 이 홈런의 시대를 잘 활용했어야 했다. 개인 커리어 하이의 홈런시즌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그러나 한국 타자들은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추신수가 그나마 22홈런을 때려내며 한국 메이저리거 최다홈런을 기록했다. 개인 통산 3번째 22홈런. 추신수가 처음으로 22홈런을 기록한 2010년에 22홈런 이상을 때려낸 선수는 55명, 2015년에는 51명이었지만 올해는 무려 95명이 22홈런을 기록했다. 예전의 22홈런과 지금의 22홈런은 가치가 달랐다.

이럴 때 더 힘을 내서 22홈런 이상을 때렸어야 했지만 추신수도 어느새 내년이면 만 36세로 노쇠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황재균이나 김현수 역시 각각 1홈런에 그치면서 홈런 폭발의 시대를 전혀 활용하지 못했다. 차라리 6경기를 뛰고 2홈런을 때린 최지만이 파워에서 더 나았다. 물론 그 역시 방출을 맛보긴 매한가지다.

결국 역대급 홈런의 시대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를 전혀 활용하지 못한채 2017시즌을 흘려보냈다. 어쩌면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홈런 폭발의 시대였기에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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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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