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명백해졌다. 신태용 감독의 실험은 처참한 실패다.

애초에 방향이 잘못됐다. 고작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 ‘신태용식 축구’를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없다. 필요한 건 신태용식 축구가 아닌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살릴 플랜A다. 그것만 짜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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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유럽 원정평가전에서 1-3 참패를 당했다.

모로코는 전반 10분만에 2득점했다. 전반 6분과 10분 한국 수비진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틈타 오수마 탄나네가 득점한 것. 모로코는 후반 2분에도 추가득점했고 한국은 후반 21분 구자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넣으며 무득점 패배는 면했다.

러시아전 2-4 참패에 이은 연이은 부끄러운 패배다. 선수들은 변형 스리백에 적응하지 못했고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모로코가 전문 수비수가 아닌 이청용을 집중 공략하며 너무나도 쉽게 한국을 전반 10분만에 무너뜨렸다. 오죽하면 신태용 감독은 전반 28분만에 세 명의 선수를 교체하며 포백으로 돌아섰고 자신의 전술적 패착을 인정해야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9월 A매치 이후 “이제 결과를 가져왔으니 신태용식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에 사실상 8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물리적으로 훈련 시간이 한달도 되지 않는 대표팀을 가지고 ‘자신만의 축구’를 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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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스포츠한국 칼럼니스트는 지난 9월 ‘김병지가 본 염기훈·신태용·히딩크’ 칼럼을 통해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도 팀컬러를 만들기 까지 1년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프로팀도 팀컬러를 만드는데 2년은 본다”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보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파악과 그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지션, 개인전술, 부분전술 이해도를 끌어올리는게 현실적으로 더 빠를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10월 A매치가 끝났고 대표팀은 11월 국내 평가전,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내년 1월 2주정도의 해외 전지훈련, 3월 평가전을 끝으로 월드컵에 나선다. 얼핏보면 많은 것 같지만 소집시간과 훈련시간을 생각하면 모두 합쳐도 한달 남짓한 시간이 전부다. 그것도 뛰엄뛰엄 한달이라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식 축구를 하겠다는 것보다 일단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가려줄 수 있는 전술을 써야한다. 이렇게 시간이 부족할 때는 ‘감독의 전술에 선수가 맞추는 것’이 아닌 ‘선수에게 감독이 맞춰야’한다.

손흥민, 기성용, 황희찬 등은 분명 소속팀에서 뛰어난 선수들이며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선수들의 장점을 살릴 다른 선수들을 조합하기만해도 8개월의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감독의 방법에 선수가 맞추려하다보니 ‘변형 스리백’을 쓴 러시아-모로코전의 참패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 애초에 시간도 부족하고 그 전술을 수행할 전문적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실험한 플랜B보다 이제는 정말 플랜A만 잘 연습해도 시간이 없을 대표팀이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방식부터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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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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