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부끄럽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10분만에 2골을 허용하고, 이후에도 상대가 완벽한 골기회를 놓치고, 크로스바에 맞으며 실점을 면하는 모습을 보며 그나마 한국축구에 대한 희망을 부여잡고 있던 팬들조차 그 끈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5천만 한국민을 대표하는 축구대표팀이 이정도로 쉽게 연습경기처럼 무너지는 모습은 부끄러움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연합뉴스 제공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30분(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유럽 원정평가전에서 1-3 참패를 당했다.

지난 7일 러시아전에서 2-4 패배를 당했던 대표팀으로서는 등 돌린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모로코전 선전이 필수였다. 마침 모로코는 이틀전 월드컵 예선에 주전급 선수를 활용했기에 이날 경기에서는 지난 8일 가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칼리드 부타입, PSV, 말라가 등을 거친 노딘 암라밧, 샬케, 니스 등을 거친 유네스 벨한다에 바이에른 뮌헨에서 유벤투스로 팀을 옮긴 수비수 베나티아 등을 제외한 2군으로 나섰다.

물론 한국도 러시아전에서 출전한 선수 중에서는 손흥민, 장현수, 이청용을 제외하곤 대부분 멤버 교체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반 10분도 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전반 6분 중앙선부터 단독 돌파한 상대를 막지 못한채 킬패스를 허용했고 오수마 탄나네에게 실점을 허용했다. 실점 후 4분이 지난 전반 10분에도 왼쪽에서 크로스를 김기희와 장현수가 서로 엉키며 공이 흘렀고 탄나네가 또 득점했다.

이후에도 한국은 완벽한 기회를 내줬지만 상대의 어이없는 실수에 실점을 면했고 전반 17분에는 상대 프리킥이 한국의 골대를 맞고 나오며 실점하지 않았다. 충격의 18분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급하게 권창훈, 구자철, 정우영을 전반 28분만에 교체하며 전술 실패를 인정했고 이후 경기는 그나마 조금씩 나아졌지만 결과를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 도리어 후반 2분만에 이스마일 엘 하다드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후반 21분 구자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한골 만회했지만 결과를 바꾸기엔 부족했다.

가히 부끄러운 경기였다. 어쩜 수비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누가 봐도 러시아전에서 실패했던 변형 스리백을 굳이 모로코전에서 ‘플랜 B 연습’이라는 이유로 또 들고 나와 경기를 망친 신태용 감독의 전술 실패가 명백했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너무나도 쉽게 골을 허용했고 모로코 선수들은 마치 연습경기 하듯 설렁설렁 공을 차며 매우 가볍게 골을 넣었다. 집중력이 더 높았다면 20분안에 4실점은 가능했을 정도였다.

많은 국민들은 연휴가 끝난 10일, 다음날 생업을 앞두고 있음에도 밤에 한국축구를 지켜봤다. 수많은 논란이 있지만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력과 신태용 감독의 옹고집은 한국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시간을 빼앗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

누구하나 절실하게 뛰는 선수가 없었고 경기력에서 반전을 꾀하지 못했다. 벌써 신태용호 4경기째이며 1년 이상을 이같은 상태에서 달라진게 없는 한국대표팀이다.

축구는 여가다.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즐기기 위해 존재가치가 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도리어 가뜩이나 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스트레스를 더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말았다. 국민들에게 미안해해야할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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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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