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A : 24경기 5승 8패 124.2이닝 평균자책점 3.47 FIP 4.44 WAR 1.2
B : 27경기 16승3패 152.1이닝 평균자책점 2.72 FIP 3.32 WAR 3.5

누구인지 짐작은 하겠지만 당신이라면 A선수를 쓰겠는가. B선수를 쓰겠는가. 사실 비교를 한다는 것도 미안하다. 열에 열, 백에 백은 B를 택할 것이 자명하다.

A인 류현진과 B인 알렉스 우드의 얘기다. 두 선수 모두 한 경기 정도의 등판만 남겨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둘 중 누구도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결정되지 않았다.

냉정하게 류현진 입장에서는 기적같은 일이며 우드의 경우 압도적 성적에도 이런 입장인 것이 억울할 수 있다. 괜히 우드가 27일 경기 후 “포스트시즌 보직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선발로 나서길 기대한다. 아직 감독이나 구단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없다. 난 1년 내내 좋은 성적을 거뒀고, 모두에게 믿음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공개 발언을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아직 포스트시즌 선발에 대해 ‘미정’이라고 밝혔다. 5승 투수 류현진과 16승 투수 우드 사이에 묘한 포스트시즌 선발 경쟁 기운이 감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AFPBBNews = News1
‘류현진 선발-우드 불펜’ 주장의 근거

일단 모두가 류현진과 우드의 정규시즌 성적은 단순히 11승의 승수차이를 넘어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포스트시즌에서 류현진을 선발로 우드를 불펜으로 써야한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일단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의 성적이다. 반면 우드는 4경기 평균자책점 4.91이다.

그리고 최근 활약상을 놓고 보면 류현진이 더 낫다. 류현진은 후반기에 13경기 평균자책점 2.66인데 반해 우드는 12경기 평균자책점 3.89다.우드의 뛰어난 정규시즌 성적은 전반기(10승 무패 평균자책점 1.67)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닌 ‘현재’라는 점에서 류현진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또한 정규시즌 기록을 보듯 우드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오히려 불펜으로 가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팀내 가장 활약도가 뛰어난 투수 중 하나를 포스트시즌 최고 위기 상황에서 투입하는 것이 유행이다. 단적으로 지난 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월드시리즈까지 간 것은 앤드류 밀러(포스트시즌 8경기 연속 15이닝 무자책)가 어떤 위기상황이든 모두 막아준 덕분이었다.

이미 우드가 커리어통산 37번의 불펜 등판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어 우드가 차라리 불펜에서 ‘밀러처럼’ 활약해주는 게 팀을 위해서나, 세이버매트릭스(야구 통계)상 옳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이버매트릭스는 늘 ‘팀내 최고 불펜 투수를 9회에만 쓰는 것은 낭비’라고 주장한다. 세이버매트릭스를 기반으로 팀을 꾸린 LA다저스의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이하 감독 등도 우드를 차라리 불펜으로 쓰는 방안을 선호할 수 있다.

또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통산 딱 한 번의 불펜 등판만 해본 ‘불펜 초보’인데다 어깨 수술 경력이 있어 부상재발 등의 요소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왜 포스트시즌이 얼마남지도 않았는데 로버츠 감독이 확답을 주지 않는지 알만하다.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던 우드(가운데). ⓒAFPBBNews = News1
‘우드 선발-류현진 불펜 혹은 제외’ 주장의 근거

그럼에도 우드를 선발로 내세워야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객관적으로 우드가 류현진, 아니 다저스 모든 선발 투수를 통틀어도 최상위권에 있다. 단순히 16승이나 해낸 투수가 포스트시즌 선발 로스터에 들지 못한 사례가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팀 사기의 문제도 있다. 물론 류현진도 한 시즌 동안 열심히 했다. 하지만 우드는 팀내 최고 수준으로 잘해왔다. 객관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보다 그렇지 않은 선수에게 더 상징적인 포스트시즌 선발 자리를 줬을 때 다른 팀원들과 우드의 실망감 등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포스트시즌 경험에 대해서도 표본이 너무 적다는 지적도 있다. 류현진이나 우드나 고작 3,4경기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그리고 그 성적을 거둘 때와 지금의 두 선수는 많이 다르다. 2013, 2014년의 류현진은 다저스 2,3선발까지 노리던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분명 아니다.

반면 우드는 지난해 전까지만 해도 ‘괜찮은 수준’의 선수였지만 올해 그야말로 각성했다. 후반기 성적을 들면서 얘기한 ‘과거’보다 중요한건 ‘현재’라는 측면이 여기서는 다르게 적용된다.

분명 기본 지표뿐만 아니라 세이버매트릭스 지표 등 모든 면에서 우드가 분명 류현진보다 뛰어난 시즌을 보낸 것은 맞다. 그럼에도 우드가 선발 확정을 받지 못한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류현진으로서는 30일로 예정된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LA다저스 수뇌부가 부족한 ‘명분’을 '압도적 호투'로 채워줘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포스트시즌 선발이 되도 ‘16승 투수가 탈락했다’는 헤드라인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 30일 경기가 류현진에게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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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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