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9일째다.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와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김현수는 9일째 선발 출전이 없고 3번의 대타 기회에서 1타점 1안타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19일 경기에서도 결장한 김현수는 대체 왜 주전경쟁에서 밀린 것일까.

필라델피아 필리스는 19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 뱅크 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의 경기에서 6회터진 아론 알테어의 만루홈런으로 클레이튼 커쇼를 무너뜨리며 4-3으로 승리했다.

다저스는 1회초부터 크리스 테일러와 저스틴 터너의 백투백 홈런이 터지며 2-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0-2로 뒤지던 6회말 2사 만루에서 알테어가 좌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만루홈런을 때려내며 4-2로 역전했다. 이 역전 만루홈런은 커쇼 메이저리그 10년 인생에서 처음있는 일이었다.

ⓒAFPBBNews = News1
커쇼는 6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다저스는 전날 류현진 등판 경기에서 진 것에 이어 4연승 후 2연패에 빠졌다.

이날 김현수는 선발에서 제외된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끝내 활용되지 않았다. 9일째 선발 제외.

9일정도나 부상도 없는데 선발에서 제외됐다는 것은 완전히 주전경쟁에서 밀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볼티모어와 다를게 없는 필라델피아의 김현수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이 못해서이다. 김현수는 올시즌 볼티모어 시절과 필라델피아 시절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김현수가 눈칫밥을 먹는 볼티모어를 벗어나 마음 편하게 필라델피아에서 뛰면 성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17 볼티모어 : 56경기 142타석 타율 0.232 출루율 0.305 장타율 0.288
2017 필라델피아 : 35경기 93타석 타율 0.241 출루율 0.323 장타율 0.313

조금 나아졌지만 나아졌다고 말하기 민망하다. 기회가 없지도 않았다. 200타석 이상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물론 한 시즌 규정타석인 503타석에 비하면 5분의2 수준이지만 백업멤버치고 이정도면 결코 적은 기회가 아니다.

18일까지 메이저리그에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타자는 949명이 있는데 김현수보다 적은 기회를 받은 선수는 636명이나 된다. 김현수는 타석 기회로는 상위 30%수준일 정도다.

▶꼴찌팀에 있기 아까운 외야수 경쟁자들

본인이 못해도 동료가 못한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필라델피아의 다른 동료들, 특히 외야수들은 메이저리그 전체 꼴지를 다투는 팀에 있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뛰어나다.

필라델피아 외야는 우익수 닉 윌리엄스, 중견수 오두벨 에레라가 거의 고정이다. 두 선수는 필라델피아의 현재이자 미래다(윌리엄스 23세 타율 0.291 장타율 0.485, 에레라 25세 타율 0.288 장타율 0.463).

그래도 한자리, 바로 좌익수 자리는 해볼만 했다. 하지만 최근 좌익수 자리는 엄청난 선수들로 채워지고 있다. 24세 리스 호킨스는 데뷔 후 37경기에서 18홈런을 때리며(장타율 0.716) 메이저리그가 주목하는 선수가 됐다.

ⓒAFPBBNews = News1
아론 알테어도 이제 에레라를 거의 밀어낼 정도로 뛰어나다(17홈런). 이날 경기에서 커쇼에게 생애 첫 만루홈런을 안긴 것도 알테어다. 외야수 경쟁자들이 모두 기본 10홈런에 타율은 3할 언저리, 장타율도 5할가까이 칠 정도로 잘하고 있다. 게다가 나이도 어리고 받는 연봉도 저렴하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가 치고 올라갈 구멍은 거의 없다. 당장 본인이 잘해줘야하는데 그동안 주어진 기회를 날렸고 이제 기회마저 쉽사리 찾아오고 있지 않다.

냉정한 메이저리그의 현실에 마주한 김현수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