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연락 받은적 없다.” - 오후 8시 일간스포츠
“히딩크측이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보낸 문자 확인.” - 오후 9시 YTN
“기술위원장 전에 문자 받은 적 있다.” - 오후 10시 스포츠서울(이상 모두 14일)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스스로 말 바꾸기를 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처음에는 아예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다 한 보도를 통해 거스 히딩크 측이 보낸 문자가 확인됐다고 한 이후 다시 연락을 받았었다고 말을 바꿨다.
물론 행간의 의미는 읽어야한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기술위원장 재임 이전에 히딩크 측으로부터 문자를 받았고 그 문자 역시 당장 감독직을 맡을 수 있다는 의사가 아닌 일단 9월은 다른 임시 감독으로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후 관심표명이었다.
이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무조건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히딩크의 감독 재임을 무시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스스로 말 바꾸기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히딩크 기자회견의 파장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후 일주일여간 이 얘기는 그저 루머로 끝나나 했다. 하지만 한국시각으로 14일 오후 6시경 네덜란드에서 히딩크 감독은 한국 취재진과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지금으로써는 감독은 어려울 것이고, 자문을 하는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단 그렇게 말해두겠다”며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된 발언은 바로 이미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임 이후 대한축구협회에 감독직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히딩크는 “한국에 있는 히딩크 재단 사람들을 통해서 지난여름에 대한축구협회 내부 인사에게 내가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축구협회에서 원한다면 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말바꾸기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 부임설이 나왔을 때부터 불쾌감을 표하며 ‘듣지도 못한 경우’라며 부인했었다. 히딩크 감독이 이같이 얘기하자 다시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연락 받은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히딩크 부임을 반대하는 측의 가장 큰 이유는 “정말 감독 생각이 있었다면 감독 선임을 하지 않았던 6월에 의사를 밝혔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 시간 후 문자내용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후 김 기술위원장은 “찾아보니 문자가 있다. 그때는 기술위원장 부임 전이었다. 뭐라 확답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받은 쪽이 있으면 보낸 쪽의 증거도 있는 법.
말이 한시간 단위로 바뀌었다.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뿐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의도적으로 모른척 했거나 아니면 정말 잊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문자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한 경우다.
둘 다 문제다. 모른척 했다면 이후 기술위원장이 됐을 때 히딩크 감독을 후보군에 올리지 않은 것에 큰 문제가 있다. 정말 잊고 있었다면 히딩크 측 제안을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는지 반증하는 꼴이 된다.
▶애매했던 히딩크측… 하지만 명쾌한 해명 필요한 김호곤물론 히딩크 측도 제안이 애매했다. 히딩크 측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는 6월부터 감독을 맡겠다는 의사가 아닌 일단 임시감독 체재로 한 이후 월드컵 확정이 되면 그때 고려하자는 식이다. 이후 기술위원회가 꾸려지고 기술위원들과 회의를 통해 임시감독 체재가 아닌 정식감독 체재로 방침이 정해진 후에는 당장 감독직 생각이 없는 히딩크라면 후보군에서 제외됐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를 열기도 전에 이미 김 기술위원장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내국인 감독으로 가는게 맞다고 취임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이미 히딩크는 후보군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보는 근거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의 명쾌한 답변이 필요하다. 만약 잘못한게 있다면 사죄도 필요하다. 아무리 문자를 받았을 당시 김호곤의 위치가 기술위원장이 아니었더라도 이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위치였다. 그야말로 대한축구협회 최고위직이다. 그런 최고위직에 있으면서 자신에게 온 제의를 논의과정도 없이 잊고 있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만약 논의를 했더라도 이렇게 큰 사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뒤에 일을 키운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 언행은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히딩크 감독을 애초에 안중에도 두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시선을 피하기 힘들다.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