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12일(이하 한국시각) 경기마저 승리하며 무려 19연승을 거뒀다. 이제 클리블랜드가 13일 경기에서도 승리하면 아메리칸리그 최다 연승 기록인 20연승과 동률을 이루게 된다.

기존 20연승의 주인공은 바로 책과 영화 ‘머니볼’의 주인공인 2002년 오클랜드 에슬레틱스다. 현재 클리블랜드의 19연승도 무척이나 대단한데 2002년 오클랜드는 얼마나 더 대단했을까. 시간여행을 떠나본다.

2017 클리블랜드(왼쪽)와 2002 오클랜드. ⓒAFPBBNews = News1
▶가장 가난한 오클랜드, 더 가난해진 3인방의 부재

2001년 오클랜드의 팀 연봉은 약 3400만달러. 메이저리그 전체 뒤에서 2위인 29등. 이 팀 연봉으로 오클랜드는 102승을 거두고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3패로 탈락했다.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서 팀 연봉 1위 뉴욕 양키스에게 졌다.

2002년의 오클랜드는 가장 암울했다. 2001시즌 종료 후 FA로 팀의 1번타자 자니 데이먼(27도루), 4번타자 제이슨 지암비(38홈런, 장타율 0.660), 마무리투수 제이슨 이슬링하우젠(ERA 2.65, 34세이브)을 모두 잃은 것.

하지만 모든 이들은 여전히 100승 이상을 하길 원했다. 1,4번타자와 마무리투수를 잃고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구단에게 말이다. 2002년 오클랜드 팀 연봉은 약 4000만달러로 600만달러 가량 많아졌지만 전체로 봐서는 29위에서 28위가 됐을 뿐이었다.

▶한물간 선수들로 6월까지 승률 5할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은 데이먼의 자리에는 한물간 노장 데이빗 저스티스를, 1루수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포수 불가 판정을 받고 단 한번도 1루수를 해보지 않은 스캇 해티버그를, 마무리에는 2001년 평균자책점 4.80의 빌리 코크로 대체한다.

시즌 시작 두달이 지난 5월 종료까지 오클랜드는 25승28패로 5할 승률도 되지 않았다. 모두들 ‘오클랜드도 이제는 정말 별수 없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영화에서 묘사됐듯 빌리 빈은 경질 압박까지 받았다.

그러나 6월 21승7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단숨에 5할 승률 이상으로 올라갔다. 7월에는 15승12패로 잠시 주춤했지만 8월부터 엄청난 질주가 시작된다. '머니볼'이 시작된 것이다.

영화 '머니볼' 포스터
▶기적의 20연승과 극적인 20승째 경기

8월 14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을 승리한 이후 오클랜드는 9월 5일 캔자스시티 로얄스전까지 무려 20연승을 달성한다. 20연승 전까지만해도 지구 3위였던 순위는 20연승을 달성한 날에는 3.5게임차 앞선 1위까지 올라섰다.

거짓말 같았다. 오클랜드는 패배를 몰랐고 특히 17연승까지 달성했던 이후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드라마였다.

18연승을 통해 1953 뉴욕 양키스를 넘어섰을 때는 9회초까지 4-5로 뒤지고 있다 9회말 역전 3점홈런이 터지며 승리했다. 19연승으로 조 디마지오, 요기 베라가 있던 1947 양키스를 넘을 때도 9회초 종료까지 6-6으로 팽팽했다. 하지만 9회말 2사 후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19연승을 달성했다.

20연승은 영화 ‘머니볼’에도 자세히 묘사가 된 것처럼 너무나도 극적이었다. 3회까지 오클랜드는 무려 11점이나 내 11-0으로 앞서 일찌감치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인 20연승을 확신했다.

하지만 4회 5점을 내준 뒤 8회에 5점을 더 잃어 11-10까지 따라잡혔다. 9회초에는 결국 11-11까지 따라잡혔다. 그냥 동점이 아닌 11-0으로 이기고 있다 11-11로 따라잡혔기에 충격이 너무나도 컸다.

9회말 기적이 일어났다. 대타로 나온 해티버그가 끝내기 솔로홈런을 때린 것. 해티버그는 지암비를 보내고 모두가 ‘안돼’라고 여길 정도로 선수생명 기로까지 섰다가 저렴한 가격에 오클랜드가 잡은 ‘머니볼’의 상징(WAR 3.4, 출루율 0.374) 같은 선수였기에 더 의미가 큰 끝내기 홈런이었다. 결국 11-0을 11-11까지 따라잡힌 오클랜드는 12-11로 승리하며 아메리칸리그 역대 최다 연승 기록인 20연승을 달성했다. 가히 전율의 20연승이었다.

20연승 순간의 해티버그의 끝내기 홈런 장면. ⓒAFPBBNews = News1
▶드라마 같았던 오클랜드의 머니볼, 클리블랜드는 더 할 수 있을지도

이렇게 극적인 드라마가 거의 10년이 지나서야 영화화 됐다는 것이 더 놀랍다. 18,19,20연승의 경기들이 모두 9회말 끝내기로 나왔다는 점은 영화가 되기 딱 좋은 요소였다.

20연승 이후 오클랜드는 결국 103승으로 시즌을 마치며 3인방을 보내고도 도리어 직전 시즌보다 1승을 더 거두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물론 디비전시리즈에서 2승3패로 지며 그 의미가 얕아졌지만 너무나도 적은 돈을 가진 가난한 구단이 자신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을 쓰는 양키스에 대적한 스토리와 그 방법(세이버 매트릭스 적극 활용)은 분명 후에 분석되고 회자돼 ‘머니볼’로 불리게 됐다.

클리블랜드는 오클랜드가 가졌던 불리한 요소와는 떨어져있다. 이미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할 정도로 포스트시즌에서 ‘할 수 있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데다 30개팀 중 19위의 팀연봉(1억3900만달러)으로 오클랜드보다는 낫다. 게다가 지난 시즌 멤버에서 큰 변화 없이 도리어 에드윈 엔카나시온 같은 강타자가 추가되기도 했다.

2002년 ‘머니볼’ 오클랜드는 적은 팀 연봉과 핵심선수를 잃고 시작한 불리한 요소와 포스트시즌에서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했다는 한계를 남겼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오클랜드의 불리한 요소는 크게 없고 포스트시즌 경험도 있다. 당장 20연승의 제물이 될 수도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이미 시즌 포기 상태(60승83패)로 동기부여가 없다.

20연승뿐만 아니라 오클랜드가 이루지 못했던 포스트시즌 호성적도 2017 클리블랜드에게 기대되고 있다. 과연 ‘머니볼’을 클리블랜드가 넘을 수 있을까. 13일 오전 8시 10분 클리블랜드와 디트로이트의 경기를 통해 20연승 달성 여부가 판가름 난다.

19연승 후 클리블랜드의 모습. ⓒAFPBBNews = News1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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