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누군가는 좋은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돈을 못 맞춘다고 한다. 절차가 잘못됐다고 한다. 신태용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수긍할 수 있는 말도 있고 아닌 말도 있다. 많은 국민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을 원하지만 그들이 맹목적으로 히딩크 감독만을 원하고, 히딩크가 오면 한국축구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 의식은 상당히 올라와있는데도 히딩크에 대한 여론이 크다는 것은 도리어 얼마나 한국축구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지속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는 태도로만 짜증낼 것이 아니라 왜 대체 여론이 쉽지 않다는걸 알면서도 히딩크를 원하는지 경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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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는 히딩크 감독의 측근의 말에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국민이 원한다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 연봉은 중요치 않다”는 말에 가뜩이나 한국축구에 대한 분노가 꽉차있던 국민들은 히딩크에 열광한다.

축구계 대부분에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히딩크 감독의 부임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진정성 부족’과 ‘신태용 감독과의 신의’를 얘기한다. 정말 맡을 생각이 있었다면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임 후 의사를 표명했어야한다는 것.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니 해보겠다는건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거다.

또한 신태용 감독과 계약을 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경기력은 차치하고 월드컵 진출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감독을 2경기만에 내치는 것은 신의상 맞지 않다는 것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분명 히딩크 부임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이에 대해서는 반박하기 힘들다. 실제로 히딩크 부임을 바라는 이들도 이같은 이유를 알기에 바라긴 하지만 성사가능성에 대해 의아해한다.

하지만 오죽하면 히딩크를 원할지에 대해 경청하는 시선은 없다. 축구계나 대한축구협회는 그저 거절과 진위여부만 따지고 있다. 맞는지 안맞는지를 따져주는 것보다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게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체 왜 국민들이 히딩크 부임설에 이토록 반가워하고 관심을 가지는지에 대해 공감할 생각은 하지 않고 ‘된다 안된다’만 따지는 것은 국민감정도 모르고 헹가래치던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동안 국민들은 한국축구에 지쳐왔다. 단순히 2002 한일 월드컵 4강으로 인해, 유럽축구를 많이 보며 눈만 높아졌다고 비난할게 아니다. 그사이 한국축구는 조금씩 퇴보해왔다. 특히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 후인 2011년부터 급격하게 상식 밖의 행동을 많이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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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을 중도 사임시키면서 잔여 연봉 지급을 거부하다 법정싸움까지 가서 지급을 인정하고, 대놓고 ‘싫다’던 전북 최강희 감독을 억지로 ‘대의를 위해’라는 말로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다. 또한 최강희 감독은 사상 초유의 월드컵 진출 확정 후 자진사임을 했고 1년 남은 월드컵에 프로감독 경험조차 없는 홍명보 감독을 앉혔다. 홍 감독은 온갖 논란 속에 결국 최악의 성적으로 월드컵에서 탈락했고 이후 선수로서는 뛰어났지만 감독으로서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울리 슈틸리케를 감독직에 앉혔다.

이후 모두가 경질을 외치던 때에는 정작 가만히 있다 월드컵 예선이 2경기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신태용 감독을 앉혔다. 이 모든 행태가 정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행정력은 지속되고 변함이 없다. 비상식적 행정과 준비과정을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피로감이 6년째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히딩크라는 과거의 영광을 안겨준 이가 나오자 폭발한 것이다. 이걸 공감할 줄 알아야한다.

공교롭게도 대한축구협회는 조중연 회장을 거쳐 정몽규 회장을 지내오며 이런 비상식적인 행정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인물로 돌려막기, 명함만 바꿔 나타나기 등은 과연 정 회장을 비롯한 대한축구협회 수뇌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한국축구를 좌지우지하는지 의문만 낳을 뿐이다.

국민들도 안다. 히딩크 감독이 온다면 신 감독에게 도의상 맞지 않고 과거의 좋은 추억이 현실로 다가올때의 다름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왜 국민들이 히딩크에 열광하는지 곱씹어봐야한다. 그동안 한국축구가 보여준 행태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임을 깨닫는게 우선이다. '말도 안된다'고 자르기보다 공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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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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