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국가대표팀은 무엇일까. 한국 국적을 가진 이중에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를 선발해 국민을 대표해서 뛰는 팀이다. 축구를 잘한다면 70세 노인도 대표팀에 뽑힐 수 있고 초등학생도 선발 가능하다.

전국민을 선발대상으로 두는 대표팀은 자연스레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국민을 대표하는 팀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누구나 축구를 할 순 있지만 누구나 대표팀이 될 순 없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한다는 상징으로 급여를 받는 프로팀과는 다른 차이와 의미가 있다. 프로선수조차 쉽사리 될 수 없는 것이 대표팀이다.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종목인 축구의 대표팀에 뽑혀 세계 최고의 스포츠이벤트인 월드컵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최고의 영광이다. 이런 특별한 자리에 있다면 대표선수로서 존재 의미를 주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월드컵 진출을 확정짓고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라는 대업 달성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국민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동떨어진 자신들만의 정서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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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는 6일 0시(이하 한국시각) 우즈벡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다행히 같은 시각 열린 이란과 시라의 경기에서 이란이 2-2 무승부를 거두며 한국은 승점 15점으로 조 2위를 유지하며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대업을 이뤄냈다.

이런 대업달성에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대표팀에 불신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후 ‘헹가래를 할 정도로 잘했나’라며 비판한다. 실제로 경기력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역대 전적에서 압도적 우위(경기전 10승3무1패)에 있는 우즈벡을 상대로 득점에 실패하고 도리어 골대의 도움도 받으며 0-0 무승부는 우리가 골대를 3번이나 맞췄다는 것으로 위안이 되지 않는다.

또한 이란이 ‘져도 그만’이었던 경기에서 2골이나 넣으며 시리아에 무승부를 거둬준 덕분에 한국이 조 2위를 차지한 것도 한몫한다.

경기력이 부진하고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 무승(2무3패), 그토록 싫어하던 ‘라이벌’ 이란의 도움을 받아 월드컵에 진출했기에 국민들의 마음은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도 그리 기쁘지 않다.

또한 더 이상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월드컵에 나가는 것’을 넘어 ‘월드컵에 나가서도 잘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하는데 선수단은 그저 월드컵에 나갔다고 경기 후 헹가래를 하고 현수막을 들고 세리머니를 하는 것에 축하보다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게다가 이 헹가래가 시리아와 이란의 경기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리 한 세리머니라는 논란도 일고 있고 이에 대해 해명까지 하기도 했다.

최종예선 도중 최초의 감독 경질, 부진한 경기력과 원정경기 무승 등은 감독의 잘못도 있지만 결국 선수단이 좀 더 잘하고, 간절하게 뛰지 못했기에 국민들은 최종예선이 진행되는 1년간 대표팀에 고개를 돌렸다.

국가를 대표하고, 국민의 대표라면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기쁘고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도 읽지 못하고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기뻐한다면 이는 축하받지 못하는 세리머니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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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운할 수 있다. 무급에 가까운 대표팀에 부상을 무릅쓰고 국가를 위해 뛰었고 월드컵이라는 결과도 가져왔는데 세리머니 좀 했다고 홀대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되지 못하기에 가치 있는 자리에서 권리를 누리기보다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갈수록 대표팀의 가치가 희미해지는 지금, 꼭 필요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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