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번 2017 K리그 올스타전은 특별하다. 베트남 하노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축구시장 개척’과 ‘한국 베트남 수교 25주년 기념’이라는 좋은 명분으로 베트남 국가대표와 경기를 가진다.

2008, 2009년 일본과의 교류 올스타전 이후 두 번째 있는 해외 원정 올스타전으로 1억인구의 베트남 시장 개척을 한다는 것은 비록 국내에서 올스타전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팬들은 넓은 아량으로 상쇄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K리그 올스타전은 아쉬움을 몇 가지 남긴다. 아예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이 제외된 것과 함께 팬들이 올스타 선수들을 스스로 뽑는 재미를 없앴다는 점이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국가대항전 성격의 경기? 그래도 ‘K리그’ 올스타전이다

이번 K리그 올스타전에는 총 18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그러나 이 명단을 꼼꼼히 살펴봐도 외국인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량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현재 K리그 득점 1,2,4위(조나탄, 데얀, 자일)가 외국인 선수라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팬들은 내심 K리그 올스타전이 열린다고 했을 때 조나탄과 데얀의 득점 1,2위 투톱을 보고 싶어했다. 현실적으로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 관계를 생각하면 한팀에서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스타전이라면, 오직 올스타전만이 ‘수원의 호날두’라고 불리는 조나탄에 이미 득점왕을 세 번이나 한 데얀이 함께 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꿈의 조합을 보는 것은 올스타전의 묘미다.

그러나 아예 외국인 선수가 제외됐기에 K리그 올스타는 득점 1,2위없이 베트남 원정을 떠나게 됐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원래 베트남 역시 프로 올스타로 꾸리려했지만 진행하다보니 베트남 쪽에서 국가대표를 내세우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국가대항전’성격으로 가게 됐고 외국인 선수도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베트남 측은 2017 동남아시안 게임(SEA게임)에 출전할 U-22대표팀 위주의 명단으로 K리그 올스타전을 상대할 예정.

‘국가대항전’을 강조하고 싶었던 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경기는 기본적으로 ‘K리그’ 올스타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치러지는 경기다. 'K리그에 뛰는 한국 선수 올스타'가 아니라 ‘K리그 전체의 올스타’가 소집 돼야 마땅하다.

2015 안산에서 열린 올스타전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제공
올스타전은 선수들에게는 해당시즌을 최고로 잘 활약했다는 훈장이며 영광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분명 이런 의미를 잘 알고 있고 축제의 마당에 중심에 서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다. 멀리 타지에 와서 자신이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한국 선수가 한국 리그에서 잘하는 것만큼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런 영광은 오로지 한국선수에게 돌아갔다. 물론 올스타로 뽑힌 18인의 선수들은 실력면이나 명성에서 올스타에 뽑히기 충분하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도 엄연한 ‘K리거’이며 올스타에 선정돼야 마땅하다.

‘외국인 농사가 망하면 시즌이 망한다’는 말은 그만큼 K리그에서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엄연히 존재하고, 자격이 충분한 외국인 선수가 단지 ‘국가대항전 성격의 경기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제외된다면 이것이이야말로 차별이다.

▶팬들에게 선택권이 없는 올스타 선정

이미 지난해에도 전북의 심판매수 등으로 리그 사정이 어수선해 올스타전이 취소된 바 있다. K리그 팬들에게 올스타전은 축제지만 그 축제가 1년 미뤄진 것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올스타전은 더욱 팬 친화적인 축제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올스타전이 국내가 아닌 베트남에서 열리는데다 K리그 팬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오후 10시에 중계가 잡혀 경기장을 가서 보는 것은커녕 중계를 보는 것도 쉽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팬들이 참여할 선택지 하나라도 열어줬어야 했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서 가장 묘미인 ‘올스타 선정’ 권한마저 연맹에서 가져가버렸다. 결국 18명의 선수는 연맹측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했다.

팬들과의 축제인 올스타전. 프로축구연맹 제공
연맹 측은 “원정 올스타다보니 피로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스타의 경우 특정팀 쏠림 현상이 나올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해당팀의 다음 라운드 경기에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팀마다 최소 한명씩은 선발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팬투표 방식으로 선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올스타전 팬투표 선발은 항상 논란이 있어왔다. 특히 인기팀 선수 쏠림으로 한 팀이 대부분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축제 속의 작은 소동이며 축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설령 쏠림현상이 발생한다할지라도 그마저도 인기팀, 인기선수에 대한 사랑으로 흔쾌히 받아들여야한다. 그런 사랑에 굶주리고, 그런 인기마저 얻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다수이기 때문.

그 어떤 것도 한국팬에 친화적이지 않은 이번 올스타전은 결국 한국팬을 제외한채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번 올스타전은 베트남이라는 특별한 장소에서 열리는 좋은 취지의 대회임에도 외국인 선수 제외와 올스타 선정 방식에서 큰 구멍을 드러내며 시작도 전에 큰 아쉬움을 남긴다.

2017 올스타전 로고.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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