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위기의 한국축구를 위해서라면…”

대표팀 감독 후보로 언급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위해서라면 나서야한다”고 말한다.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인데 참으로 고마운 얘기며 이런 분들이 있기에 그래도 한국축구가 세계 어디에 가도 뒤지지 않는 수준에 올라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위기를 개인의 기회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하겠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경력을 반등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물론 절체절명의 2경기를 앞두고 있고 이 경기들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그에 상응한 보상을 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보상이 박수와 찬사가 주어지는 것만으로는 안될까.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26일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이 부임한 이후 기술위원회 등을 통해 대표팀 감독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백지에서 시작하겠다”는 말로 그동안 언급되어왔던 ‘대표팀 감독의 조건’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인물의 부임이 유력하다는 여론은 가시지 않는다. 이미 대한축구협회의 의중은 정해져 있는거 아니냐는 말들이 축구계를 떠돌고 있다.

또한 ‘이런 위기일수록 베테랑의 경험을 믿을 때’라며 베테랑 감독이 부임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맞다. 위기에는 신인보다 베테랑이 경험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면 8월 31일 이란전, 9월 5일 우즈베키스탄전만 하는 임시감독 체재로 베테랑들이 투입되는 것은 어떨까. 임시 체재는 결코 한국대표팀에 낯선 시스템이 아니다. 2000년 아시안컵 이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기전 박항서 코치가 임시감독으로 한일전을 치른 바도 있고 박성화 감독이 움베르토 코엘류와 조 본프레레 감독 사이의 공백기에서 월드컵 예선 2경기를 한 바도 있다.

한국이 임시감독 체재로 2경기만 한다면 장점은 분명하다. 만약 이 임시감독 체재에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다면 임시감독에 대한 능력 재평가가 이루어질 수도 있고, 또한 임시감독이 물러난다면 이후 감독을 선임하는데 좀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 현재 대표팀 감독에는 외국인 감독이든 내국인 감독이든 대표팀의 상황이 워낙 열악하기에 후보군이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면 감독 후보군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또한 만약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다할지라도 새로운 감독을 천천히 선임하면서 2019 아시안컵을 대비하는 장기적 플랜을 짤 수도 있다.

현재 언급되는 베테랑 감독 후보군들은 이런 위기를 많이 겪어봤기에 탈출 방법도 잘 알고 있다. 베테랑의 힘이 잠시나마 필요한 시기다.

현재는 행여 2경기에서 삐끗하면 모든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이기에 감독 후보군 자체가 워낙 제한적이다. 이럴 때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베테랑 감독들이 나서 급한 불을 꺼준다면 그들에 대한 어린 세대의 존경심은 물론 앞으로 대한축구협회의 운신을 넓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어차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도 한참 놓쳐서 이 사단이 났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감독을 뽑아야한다. 빨라도 7월에 뽑거나 임시 체재 이후 9월에 뽑거나 어차피 큰 차이는 없다. 지금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행여 좋은 감독이 있다하더라도 나서기 쉽지 않다.

이럴 때 베테랑 감독들이 정녕 한국축구를 위한다면 이 위기를 탈출시킨 후 박수칠 때 떠난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미래를 봐야하는 한국축구를 위해서도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며 그동안 쌓았던 업적이 모두 무너져내릴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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