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물론 책임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수단,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모두에게 똑같이 책임이 있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안 되는 감독에 투지는 실종되고 전술은 이행 못하며 자기 잘난 것만 생각하는 선수들, 그리고 모두가 안 된다고 하는데 끝까지 슈틸리케 감독을 밀어붙여 골든타임과 결과 모두를 놓친 협회까지 '삼위일체'였기에 한국 대표팀은 망가졌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전반 25분 알 하이도스에게 약 25m 지점에서 오른발 프리킥 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6분에는 아크람 아피프에게 페널티박스 우중앙에서 오른발 슈팅 골까지 허용하며 추가골을 내줬다. 0-2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16분 이재성의 컷백 크로스를 이어받은 기성용의 골이 터진 후 후반 25분 황희찬의 골로 2-2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 24분 선제골을 내준 알 하이도스에게 또 다시 골을 내주며 한국은 2-3으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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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든 슈틸리케 감독

이 경기를 통해 더 이상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는 함께 할 수 없다. 행여 대한축구협회가 유임을 결정하더라도 국민들이 참지 못할 것이다. 33년만에 카타르에게 패하고, 약 7년여만에 중국에게 패했으며 원정에서 단 한경기도 이기지 못하는 감독을 어떻게 더 믿을 수 있겠는가.

내용이라도 좋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난해 9월 월드컵 예선 시작부터 단 한경기도 내용적으로 호평을 받은 적이 없다. 전술, 선수기용, 기자회견에서의 발언 등 모든 것이 문제였다. 그저 2015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발전없이 정체, 아니 퇴보만 거듭하다 결국 이 사단까지 나고 말았다.

열심히는 했다. K리그 경기를 많이 보러다니고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축구 걱정도 많이 하고 준비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국 능력의 문제다. 감독 커리어 내내 그 어떤 팀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슈틸리케 감독이 갑자기 한국에 와서 성공할리는 만무했다. 그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서는 뛰어났다고 하지만 그게 전부다.

수고했다고 말하기도 국민들은 지쳐있다. 경질밖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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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지 실종, 소속팀에서 못 뛰어도 ‘OK’ 태만한 선수들

몇몇 선수를 제외하곤 한국 선수들은 투지가 실종되고 경기력에서 큰 문제를 드러냈다. 결국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못했기에 카타르에게 마저 진 것이다.

이미 대표팀 선수단의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저 돈에 눈이 멀어 수준 낮은리그에서 뛰면서 “도전을 위해 떠났다”는 황당한 말을 하던 선수들, 누가봐도 소속팀에서 벤치에도 못 앉는 신세인데 그래도 유럽이라고 1,2년의 세월을 허비하는 선수들, 어떻게든 만나면 돈 많이 주는 리그가 어디인지만 얘기하는 선수들까지 진정한 도전 정신과 투혼이 있는 선수는 실종됐다.

도리어 중동이나 중국을 가면 K리그에 있을때보다 대표팀에 잘 뽑아주는 슈틸리케 감독이나 기량발전보다는 돈만 벌고 대표팀은 그저 의무방어전처럼 뛰는 선수들도 이 사단에 이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모두가 안 된다는 홀로 믿은 축구협회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의문부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특히 지난해 9월 월드컵 아시아 예선시작부터는 매경기마다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여론이 좋지 못했고 특히 지난 3월 중국전 패배때는 경질해야한다는 여론이 극에 달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황당하게도 ‘재신임’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 축구 관계자는 “슈틸리케 감독에 자신들의 밥줄도 달린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쉽사리 경질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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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자신들의 밥줄과 여론을 무시한 행정을 펼친 결과 한국은 정말 월드컵에 못 나갈 처지에 놓였다. 행여 월드컵에 나간다 할지라도 모두가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라면 실패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해야할 일은 먼저 슈틸리케 감독에게 ‘수고했다’며 경질을 통보하는 수밖에 없다. 이후 축구협회에서도 책임질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여론을 무시한 일방적 행보만 걸은 축구협회 역시 도하 참사의 원인 중 하나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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