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의적풀’.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의적 정신’을 발휘하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렇다면 정말 리버풀은 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한 의적일까. 올 시즌 리버풀의 모든 성적을 낱낱이 파헤쳐 ‘의적풀’의 실체를 밝히는 것과 함께 리버풀 성적의 상대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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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강+에버튼’ 상대로 8승4무1패인 리버풀

먼저 ‘강자’의 기준을 정해야한다. 강자의 기준은 간단하다. 올 시즌 상위 6개팀(1위 첼시, 2위 토트넘, 3위 맨체스터 시티, 5위 아스널, 6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위 리버풀 제외)과 지난 시즌 우승팀인 레스터 시티라고 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거기에 지역라이벌이자 현 리그 7위인 에버튼도 리버풀 입장에서는 충분히 강팀이 될 수 있다.

리버풀의 7강 상대 성적(리그+컵대회 포함)

vs첼시 = 2전 1승1무, 3득점 2실점
vs토트넘 = 3전 2승1무, 5득점 2실점
vs맨시티 = 1전 1승, 1득점
vs아스널 = 2전 2승, 7득점 4실점
vs맨유 = 2전 2무, 1득점 1실점
vs레스터 = 2전 1승1패, 5득점 4실점
vs에버튼 = 1전 1승, 1득점

총 13경기 8승4무1패

놀랍게도 총 13경기에서 8승4무1패라는 성적을 거뒀다. 최대 승점 39점 중 28점을 가져가면서 승률 6할1푼5리를 기록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유일한 패배인 레스터시티전 패배는 레스터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패하고 최근 9경기에서 1승1무7패였던 상황에서 '져줬다'는 부분이다. 상대가 아무리 지난 시즌 우승팀이라도 최근 상황이 힘들면 마음을 넓게 쓰는 리버풀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확실히 리버풀이 강팀에게 강한 것은 기록이 말해줬다.

▶리버풀, 최약체에겐 의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리버풀이 ‘약자에게 약했나’를 검증해야한다. 약팀이라 함은 강등권에 있는 총 4개팀을 기준으로 했다. 17위 크리스탈팰리스(승점 25), 18위 미들스브로(승점 22), 19위 헐시티(승점 21), 20위 선더랜드(승점 19).

리버풀의 하위 4개팀 상대 성적

vs 팰리스 : 1전 1승, 4득점 2실점
vs 미들스브로 : 1전 1승, 3득점
vs 헐시티 : 2전 1승1패, 5득점 3실점
vs 선더랜드 : 2전 1승1무, 4득점 2실점

총 6전 4승1무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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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하위 4개팀만 봤을 때 그리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닌 리버풀이다. 그러나 리버풀이 FA컵에서 하부리그팀인 플리머스를 상대로 1승1무, 울버햄튼을 상대로 1전 1패를 거둔 것을 포함한다면 분명 약자에게 약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약자’의 기준을 리그 10위권 밑으로(중하위권) 포함한다면 확실히 리버풀은 10위권 이하팀을 상대로 부진했다. 27라운드 현재 리그 10위인 사우샘프턴부터 20위인 선더랜드까지 범위를 넓힌다면 리버풀은 올 시즌 모든 경기에서 승리를 제외하고 8무 8패를 당한 것 중 4무 7패를 10위권 밑에 팀(하부리그 포함, *레스터 제외)들에게 당했다.

-리버풀 올 시즌 전체 8무 8패 중 하위팀 상대 4무 7패

즉, 리버풀은 ‘최약체’에겐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10위권 이하의 팀들에게 올 시즌 당한 8패중 7패를 기록하고, 무승부도 절반을 당하는 등(8무 중 4무) 상당히 부진했다. 이정도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의적’이라고 부를 만도 하다.

▶다른 강팀의 패배 숫자 중 강팀에게 당한 횟수 비교

앞서 기록을 통해 리버풀의 올 시즌 8번의 패배 중 상위 9개팀+레스터에게 당한 패배는 딱 1번(vs레스터)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다른 강팀들은 약자에게 약했던 적이 있었을까.

첼시의 경우 올시즌 4번졌는데 10위권 아래인 경우는 웨스트햄전 패배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강팀 상대로 패배였다. 토트넘의 경우 약팀에게 패한 경우는 없었다(유럽대회 제외).

맨시티는 6번 졌지만 하위 10개팀에게 패한 적은 없었고 아스널은 총 7번 졌는데 이중 딱 한번 왓포드에게 패한 적이 있고 나머지는 강팀이었다. 맨유는 총 4번 패하고 이 중 두 번이 헐시티와 왓포드에게 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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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가 그나마 약팀에게 패한 경험이 있지 리버풀처럼 8패 중 7패가 하위 10개팀인 경우는 아예 없었다. 사실 이는 당연하다. 강팀일수록 이길 팀은 확실하게 이기며 승점 쌓기 혹은 토너먼트 다음라운드 진출이 필수적인 법. 약자를 이기는 것은 프로세계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리버풀은 자신들의 패배 대부분을 약팀에게 내주는 넓은 마음으로 정말 ‘의적풀’이라는 소리를 듣기 충분했다. 리버풀은 정말 강한자에게 강했고 대신 적당히 약한자에게 한없이 약해줬다. 올시즌의 리버풀은 정말 ‘의적’임이 확실하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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