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제는 지명타자다. 만 35세 시즌을 치러야하는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는 이제 수비를 할 수 없는 지명타자로서 선수생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추신수는 왜 지명타자로 갈 수밖에 없었을까. 또한 추신수가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계약을 맺은 고액연봉자로서 여전히 4년 8200만달러의 잔여계약이 남아 ‘돈값’을 하기 쉽지 않다.

2017시즌을 준비하는 텍사스 레인저스는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두는 것을 확정한 상태다. 외야 자원으로 라이언 루아, 카를로스 고메즈, 쥬리슨 프로파, 델리노 드쉴즈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신수에게 우익수를 맡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추신수가 풀타임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은 아니고 외야수로도 간헐적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 레인저스와 2013년 12월 계약했던 추신수. ⓒAFPBBNews = News1
▶추신수의 지명타자 전환 이유 1 : 부상 우려

추신수의 지명타자 전환 이유는 외야자원이 많은 팀내 사정도 많지만 추신수 개인의 문제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추신수는 부상이 잦았다.

특히 텍사스와 FA계약 체결 이후 2014시즌 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아웃 됐고 지난 시즌에는 부상자명단에만 4번 올랐다. 이제 30대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기에 부상은 잦은데 회복력은 분명 예전 같지 않다.

추신수의 2016년 부상 일지(한국시각)

4월5일~4월9일 : 개막 후 5경기 출전
4월10일~5월20일 : 오른쪽 종아리 염좌
5월21일 : 복귀 경기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
5월22일~6월13일 : 왼쪽 햄스트링 재활
6월14일~7월20일 : 27경기 출전
7월21일~8월4일 : 허리 부상
8월5일~8월16일 : 12경기 출전
8월16일~10월1일 : 사구에 맞아 왼팔목 부상
10월1일~10월7일 : 3경기 출전 후 PS 1경기 출전

텍사스 입장에서는 부상이 잦은 추신수에게 굳이 부상 위험이 있는 외야 수비를 맡기는 것보다 공격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 낫다.

텍사스 입단 후 부상이 잦았던 추신수. ⓒAFPBBNews = News1
▶추신수의 지명타자 전환 이유 2 : 더 이상 수비를 맡길 수 없다

단순히 부상관리 차원만이 아니다. 추신수의 수비력은 이미 심각하게 지명타자로 가야하는 수준으로 떨어진지 오래였다. 추신수는 팬그래프의 수비 WAR(대체선수이상의 승수)에서 메이저리그 선수생활 내내 단 한 시즌도 +지표를 기록해본 적이 없다. 2년연속 3할-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던 2008, 2009시즌조차 수비 WAR은 -6.3과 -8.7이었다.

특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지막시즌이었던 2012시즌부터 수비력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는데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는 2012년 -15.8 2013년 -15.3 2014년 -17.8 2015년 -4.5 2016년 -6.3으로 나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규정이닝 이상을 들어선 53명의 외야수 중 추신수는 UZR/150에서 -11.8을 기록, 뒤에서 2위인 52위를 기록했다 꼴찌가 -19.4의 맷 켐프였고 1위는 제이슨 헤이워드(21.9)였다.

수비 WAR로만 볼 때도 5년간 -68.7의 수비WAR을 기록했는데 이는 규정타석이상 들어선 야수 340명 중에 뒤에서 8위인 332위다.

수비수가 얼마나 많은 득점을 막아냈는가를 측정하는 디펜시브 런세이브(DRS, 0을 기준으로 플러스(+)와 마이너스(-)로 평가되는데 +면 팀의 실점 막기에 기여한 것이고 -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뜻)에서도 5년간 -55점으로 뒤에서 2위(52위)였다, 역시 추신수 뒤에 꼴찌로는 맷 켐프(-72)였고 1위는 제이슨 헤이워드(+99)였다.

지난 5년간(2012~2016) 추신수의 수비 지표와 ML전체 순위

수비WAR : 추신수 -68.7 (야수 340명 중 332위)
UZR/150 : 추신수 -11.8 (외야수 53명 중 52위)
DRS : 추신수 -55점 (외야수 53명 중 52위)

세이버매트릭스는 맷 켐프가 지난 5년간 최악의 외야수임을, 그다음이 추신수임을 말하고 있다. 결국 부상 우려도 있지만 텍사스가 추신수를 지명타자로 보내는 것은 그보다 다른 선수가 수비로 나오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수비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신수. ⓒAFPBBNews = News1
▶‘반쪽짜리 선수’ 지명타자로서 돈값을 하기란

문제는 수비를 하지 않는 ‘반쪽짜리 야수’인 지명타자가 됐을 때 추신수가 팀에 기여하는 것은 적어질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향후 4년 8200만달러의 몸값을 하기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시즌 3할1푼5리의 타율에 4할1리의 출루율, 장타율이 무려 6할2푼에 38홈런 127타점을 쓸어 담고 은퇴한 데이빗 오티즈의 경우 괴물 같은 타격성적에도 WAR은 4.4에 그쳤다. 지명타자로서는 WAR 1위지만 전체 야수로 봤을 때는 36위수준이다. 말도 안 되는 타격 성적을 보였음에도 수비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추신수는 수비로 나설 때 도리어 WAR에서 해가 될 수도 있기에 지명타자로 나서는 것이 WAR에서는 차라리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17년 현재 WAR 1의 가치는 800만달러로 보는 것이 일반적. 1승을 위해 800만달러가 들어가는데 추신수는 4년간 WAR 10이상은 해줘야 그나마 체면은 서는 정도가 된다.

오티즈 처럼 잘해도 연간 WAR 4.5가 넘기 힘든 지명타자의 현실에서 추신수가 공격으로만 4년간 8200만달러의 몸값을 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 부담스럽다. 그나마 나이가 어렸던 32,33,34세 3년간 추신수는 텍사스에 고작 WAR 4.3밖에 안기지 못했다(2013 신시내티 레즈 시절 WAR 5.5).

물론 나머지 4년을 지난 3년만큼 부상을 달고 보내진 않겠지만 지난 3년간 WAR 4.3밖에 안기지 못한 추신수로서는 4년간 연간 WAR 3정도는 해줘야만 그나마 몸값에 대한 체면치레를 할 수 있다. 한때 한 시즌에 WAR 6도 해냈던(2010년) 추신수지만 이제 4년간 WAR 10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것 자체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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