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7 FA시장은 역대급 흉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좋은 선수가 드물다는 것. 늘 역대급 계약이 나왔던 FA시장에서 올해만큼은 잠시 쉬어가는 한해로 여겨질 정도다.

그럼에도 사막 속에도 오아시스는 있다. 불펜투수임에도 투수 최대어로 손꼽히는 빅2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100마일의 사나이 아롤디스 채프먼(28)과 ‘98마일 커터’를 던지는 켄리 젠슨(29)의 존재다.

이 두 선수는 지난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한 덕분에 그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연 이 선수들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일단 예상 금액은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 경신이다. 마리아노 리베라의 불펜 투수 역대 최고 연봉인 1500만달러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며 조나단 파벨본의 불펜 투수 역대 최고 계약인 4년 5000만달러 역시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과연 두 선수 중 누가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까. 각자의 장단점을 비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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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 100마일의 위력, 어린 나이, 신인지명권 잃을 염려 없어

채프먼은 평균구속이 100마일을 넘는다(2014시즌 100.2마일, 2016시즌 100.4마일). 올 시즌 가장 느리게 던진 패스트볼이 94.5마일(152km)이라는 것이 더 짜릿하다. 이 하나만으로 팬들이 열광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가진 그는 메이저리그 전무후무한 강속구 스타다. FA계약에 ‘스타성’은 그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단순히 스타성을 떠나 채프먼은 현존 최고의 마무리 투수임을 부인할 수 없다. 2011년부터 메이저리그 풀타임 시즌을 치른 후 13.5의 fWAR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시즌동안 불펜 2위의 기록(1위 크렉 킴브렐 13.9)이다. 9이닝당 15.18개의 탈삼진율은 현재까지는 ML 통산 1위(불펜 역대 1위 빌리 와그너 11.92개)다.

채프먼의 장점으로 또 꼽히는 것은 아직 싱싱한 어깨다. 어깨나 팔꿈치와 관련된 수술을 받은 적도 없고 커리어 통산 단 한번도 72이닝 이상을 던져본 적이 없다(2012년 71.2이닝). 60경기 내외로 출전해 그렇게까지 혹사를 당했다는 시선을 받아본 적도 없다. 게다가 2014년 스프링캠프에서 타구를 직격으로 머리에 맞았던 끔찍했던 사고에도 2개월만에 돌아오기도 했다.

게다가 채프먼은 아직 28세의 선수다. 내년이면 29세이며 이는 FA로서 굉장히 좋은 나이다. 에이징커브(나이에 따른 능력 증감)가 신뢰를 얻고 있는 현재 아직 충분히 좋은 나이인 채프먼에 대한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채프먼이 젠슨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 요소가 있다. 바로 퀄리파잉 오퍼를 받은 선수가 아니라는점. 채프먼은 시즌 중 트레이드가 됐기에 퀄리파잉 오퍼를 시카고 컵스로부터 받지 않았다. 이에 채프먼을 데려가도 퀄리파잉 오퍼를 받았던 FA선수를 데려갈 경우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줘야하는 보상이 필요 없다.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의 가치는 단순히 그 1라운드 하나를 잃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라운드 지명권을 잃으면 1라운드 지명권에 배당된 슬롯 머니도 함께 잃기 때문에 드래프트 때 쓸 수 있는 돈이 절반 이상이 줄어든다. 일각에서는 ‘1라운드 지명권의 가치는 1000만달러 이상’이라고 언급하기도 할 정도다.

채프먼은 이런 문제에 굉장히 자유롭다. 채프먼은 나이, 어깨의 싱싱함, 신인 지명권을 안줘도 된다는 가벼움, 스타성 등 모든 부분에서 불펜 투수 역대 최고 계약의 선수가 될 것임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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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 안정성면에서는 더 높은 가치 인정… 채프먼 나갈 경우 버티기 들어갈수도

분명 젠슨이 채프먼보다 부족한 요소는 많다. 나이가 한 살 더 많으며, 공도 더 빠르지도 않다. 하지만 젠슨은 마무리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요소인 ‘안정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채프먼의 경우 승부구는 패스트볼이다. 하지만 젠슨은 커터다. 패스트볼은 직선이지만 커터는 휜다. 아무래도 타자가 눈에 익기에는 패스트볼이 아무리 빨라도 더 낫다. 또한 채프먼은 구속이 떨어지는 순간 ‘끝’이라는 불안정성이 있지만 젠슨은 커터이기에 구속이 떨어져도 채프먼만큼의 큰 타격이 있지는 않다.

게다가 채프먼은 9이닝당 통산 4개이상의 볼넷을 내줬지만(4.13) 젠슨은 2.62개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2년간의 성적으로 따져도 젠슨은 고작 9이닝당 1.4개의 볼넷만 내줬지만 채프먼은 3.7개로 무려 2개이상이나 더 내줬다.

자연스레 이닝당 출루허용(WHIP)에서 젠슨은 통산 0.89, 채프먼은 0.99로 0.1가량 차이가 난다. 불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은 ‘출루 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대전제만 보면 젠슨이 더 뛰어난 마무리 투수임은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채프먼과 동시에 FA에 나왔다는 점에서 이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채프먼이 먼저 계약하기를 기다렸다 후에 계약한다면 채프먼이라는 기준점을 잡고 들어가고, 이미 채프먼이 나간 상황이기에 다른 팀으로서는 더 젠슨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다. 현재 채프먼이 먼저 계약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기에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채프먼과 젠슨에게는 LA다저스, 뉴욕 양키스, 시카고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같은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팀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단순 관심 수준이 아니라 이 팀들은 정말 채프먼 혹은 젠슨을 잡아야만 내년시즌에도 안정적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기에 간절하다.

결국 서로간의 눈치싸움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불펜 투수 역대 최고액 계약의 숫자가 달라질 것이다. 또한 이 선수들이 나가줘야 이후 등급 투수들의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광현, 차우찬 등 ML진출을 타진하는 해외선수들의 계약 순서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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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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