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배려란 무엇일까.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다가 아니다. 마침 A대표팀과 연관된 최근 두 가지 사례를 통해 '배려'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곱씹을 수 있다.

▶차두리 전력분석관 임명, 꼼수지만 배려며 특수한 예외

27일부로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전력분석관으로 임명됐다.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차두리를 긴급 수혈해 감독 부임 2년만에 최대위기를 맞은 슈틸리케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꼼수 임명’이다. 차두리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기에 UEFA B급 코치 자격증만 가지고 있다. 대표팀 코치가 되기 위해서는 A급 자격증이 있어야하는데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다보니 전력분석관이라는 위치로 투입했다. 그러나 협회는 ‘내년 차두리가 A급 자격증을 따면 코치로 임명할 것’이라며 사실상 차두리가 코치역할을 겸임할 것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차두리가 실제로는 코치와 다름 없는 업무를 보는데 자격이 안되는데 굳이 전력분석관으로 꼼수임명을 해야했냐는 의견이 있다. 물론 차두리가 은퇴를 한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은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고 차두리라는 존재는 늘 문제로 지적된 대표팀 내 의사소통을 해결해줄 적임자라는 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현재 대표팀은 9월부터 시작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4경기 연속 졸전을 거듭하며 조 3위로 쳐져있다. 자칫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 예상된다. 대표팀의 최대목표이자 궁극적 목표인 월드컵에 나가지 못한다면 대표팀의 가치는 급하락하게 된다. 대표팀은 한국축구의 상징이다. 이런 상황은 분명 특수상황이다. 예외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며 바로 이럴 때 예외가 필요한 것이며 이것은 꼼수가 아닌 유연성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독일어가 원어민과 다름없는 차두리를 투입하며 대표팀내 의사소통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선수들의 정신적 리더로서 역할로 현 상황을 타계하려 한다. 대표팀이나 협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선택이며 슈틸리케 감독을 위한 배려다. 이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배려며 특수상황을 모두가 이해해줘야만 하는 경우다.

▶안쓸거면 차출하지 말라? 대표팀의 가치를 무시하지말라

차두리의 전력분석관 임명과 다른 의미로 배려가 잘못 발현된 사례가 바로 전북 선수 차출 논란이다. 31일 발표될 A대표팀 명단에서 전북 선수들을 최대한 빼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 이유는 A매치 이후 곧바로 전북의 ACL 결승전이 열리기 때문.

ACL결승전은 아시아 클럽팀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대다. 우승을 하면 한국축구의 위상이 올라가는 것도 맞다. 전북이 최대한 잘 준비하고 핵심선수를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대표팀에서 전북 선수 차출을 배려해준다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현재 대표팀은 월드컵에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를 놓고 싸우고 있다. 결코 여유로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심지어 여유 롭지 않다할지라도 FIFA규정상 전북이 A매치 차출을 거절할 수도 없다. ACL은 매년 열리지만 월드컵은 4년에 한번 열리며 클럽팀은 많지만 대표팀은 하나뿐이다. 게다가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탁 한 경기가 중요하지만 ACL 결승은 홈 앤드 어웨이로 두 경기가 열린다. 클럽팀이 정말 대표팀보다 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대한축구협회 제공
일각에서는 어차피 전북 선수들을 뽑아도 쓰지 않으니 뽑지 말라고 한다. 물론 실제로 지난 10월 A매치때도 김신욱과 김보경을 제외하곤 이재성, 권순태는 경기에 나오지 못했고, 김신욱-김보경도 큰 역할을 부여받진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뽑아도 안 쓰니 뽑지말라’는 논리는 대표팀 감독의 권한을 침해하고 깊이 있는 선수차출을 무시하는 말이다.

그럴 거라면 경기에는 11명, 교체는 3명밖에 안되니 14명만 뽑으면 되는거 아닌가. 왜 굳이 23명을 뽑아야하는가. 그중에서 컨디션을 보고 쓸 선수 안 쓸 선수, 혹은 부상등의 변수를 최대한 생각하며, 최고·최선의 선수를 뽑기 위해 23인의 명단이 존재하는 것이다.

‘전북을 배려해달라’고 말하는 여론은 왜 같은 기간 열릴 챌린지 플레이오프에 나갈만한 팀들의 선수는 뽑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는가. ‘뽑힐 가능성이 없지 않느냐’고? 현실적으론 불가능해도 대구의 조현우 골키퍼가 뽑혔듯 깜짝 발탁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그들도 어엿한 선수인데 왜 특정팀만 배려해달라고 말하는가.

결국 여기서 주장하는 배려는 대표팀이 받을 피해는 생각하지 않는 일방적 배려다. 협회에서 굳이 자격요건이 부족함에도 급한 사정의 대표팀을 구제해주기 위해 한 차두리 투입과 같은 배려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