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6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9시 8분부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홈구장인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대망의 2016 월드시리즈가 시작된다. 이번 월드시리즈는 108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시카고 컵스와 68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클리블랜드 의 ‘사연대결’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과연 누가 우승을 할까. 섣불리 얘기하기 힘들다. 7판 4선승제의 단기전에서는 그 어떤 팀이든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야구와 같이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승률이 6할만 넘어도 ‘엄청나다’고 평가받는 종목 특성상 결국 10번 중 3~4번은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에 더욱 예측이 힘들다.

그래도 주변에서 많이 묻는다. '누가 우승할거 같냐고'

하지만 굳이 예측을 해야 한다면 ‘객관적’으로 컵스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모든 면에서 컵스는 올 시즌 최고의 팀인 것은 당연하고 최근 10여년, 아니 역사를 따져도 최강급 팀에 들어갈 수 있는 팀이기 때문이다. (모든 기록은 팬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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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 : 최근 30년간 WAR 2위

'세이버매트릭스의 정수'로 불리는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은 포지션 불문, 시대 불문 가장 뛰어난 기록으로 여겨진다.

컵스는 올 시즌 타선에서 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 38.7을 기록했다. 이는 2위 보스턴 레드삭스(33.9)에 5가량 앞서며 3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27.7)에 비해서는 11이 앞선다. 현대 야구에서 WAR 1을 따내기 위해 800만달러정도가 투자되는데 컵스는 2위 보스턴에 비해 4000만달러, 3위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8800만달러 정도 더 타선에서 효율을 낸 셈이다. 꼴찌인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4.0에 비해서는 무려 34.7이나 앞서는데 그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WAR 38.7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0년간 모든팀들이 기록한 한시즌 타선 WAR을 비교해보면 새삼 알 수 있다. 컵스의 WAR 38.7은 2012년 LA에인절스의 37.5를 넘는 1위다. 즉 최근 10년간 2016 컵스만큼 타선이 완벽한 팀은 없었다는 것이다.

1987년부터 최근 30년으로 확장해도 2016 컵스의 WAR은 역대 2위다. 1위는 무려 116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승을 거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다(44.4). 하지만 이 시애틀은 역대 최다승을 거뒀음에도 챔피언십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2016 컵스는 월드시리즈까지 올라갔다는 큰 차이점이 있다.

최근 30년간(1987년~2016년) 연도별 팀 타선 WAR 순위
1위 : 2001 시애틀 매리너스 44.4
2위 : 2016 시카고 컵스 38.7
3위 : 1998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37.6
4위 : 2012 LA 에인절스 37.5
5위 : 1996 시애틀 매리너스 37.1

물론 컵스가 기록한 WAR 38.7의 타선은 메이저리그 역대 모든 순위를 따지면 19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위 기록이 1900년대 초반에 집중되어 있고 현대야구의 빡빡한 시스템 속에서 162경기를 뛰며 이정도 성과를 낸다는 것은 엄청난 기록이다.

컵스 타선의 WAR 1위(8.4) 크리스 브라이언트. ⓒAFPBBNews = News1
▶수비 : 공격과 수비의 조화, 강한 컵스 ‘타선’을 만들다

사실 컵스 타선에서 공격은 의외로 뛰어나지 않다. 올 시즌만 해도 공격 WAR만 보면 61.6으로 높긴 하지만 보스턴의 105.8보다 훨씬 낫다. 구장의 차이도 있지만 2할5푼6리의 팀타율은 메이저리그 딱 중간정도인 14위밖에 되지 않는다.

타격은 좋긴 했지만 역대급으로 뛰어나진 않았던 컵스 타선이 그토록 높은 WAR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수비’다. 컵스는 수비 WAR에서 무려 69.0을 기록했는데 이는 2위 샌프란시스코(53.7)보다 15가량 높은 수치다.

이 역시 3위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46.5보다 23가량 높은 수치. 꼴찌 오클랜드가 -56.4라는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9.1을 기록했는데 이는 2위 샌프란시스코(5.3)보다 4가량 높은 수치.

이 69.0의 수비 WAR 수치는 사실 최근 10년간 8위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기록이다. 1위는 2009년 시애틀의 96.9. 컵스 수비는 전체 WAR에 비해 그리 역대급으로 뛰어나진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컵스는 타선의 진짜 의미인 공격+수비를 모두 조화롭게 갖췄다는 점이다.

예로 2009년의 시애틀은 최근 10년간 가장 뛰어난 수비WAR을 기록하긴 했지만 공격WAR에서 -87.0을 기록했을 정도로 공격은 처참했다. 수비와 공격 모두 잘하는 선수를 보유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외에 많은 팀들도 수비에서 뛰어났다고 해도 공격까지 모두 갖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6년의 컵스는 공격과 수비 모두를 조화롭게 갖췄기에 최근 30년간 공격과 수비를 포함한 ‘타선’ WAR 2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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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 라이브볼 시대 이후 역대 7위

타선의 위력을 봤다면 이제 투수진으로 가보자. 일단 가볍게 컵스가 기록한 팀 평균자책점은 3.15으로 올시즌 1위인데 이는 2위 워싱턴 내셔널스의 3.52보다 약 0.4가량 높은 것이다. 단순히 평균자책점만 좋은게 아닌 타자/투수 친화적인 구장의 효과, 리그의 투고타저 상황 등을 모두 고려한 조정 평균자책점(ERA-, 100에 비해 낮을수록 좋다) 76을 기록해 2위 워싱턴(84)에 비해 8가량 낮았다.

이 조정 평균자책점은 최근 10년간 1위이며 201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판타스틱4(로이 할러데이-클리프 리-로이 오스왈트-콜 해멀스)가 기록한 79보다 더 낮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1920년부터 시작된 라이브볼 시대 이후 97년간의 모든 기록을 뒤져봐도 2016 컵스의 조정평균자책점은 역대 7위다. 역대 1위인 1926년 에슬레틱스의 74에 비해 고작 2높은 수준이다. 즉 시대와 구장 상황 등 모두를 고려한 이 지표에서 올 시즌 컵스 투수진은 역대 7위급으로 뛰어났던 것이다.

단순히 선발투수만 잘한 것이 아니다. 2011년 필라델피아는 판타스틱 4를 통해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이 2.86으로 2016 컵스의 2.96보다 0.1더 낮았다. 그럼에도 조정평균자책점에서 컵스에 뒤쳐진 이유는 2016 컵스가 보여준 아롤디스 채프먼으로 대표되는 불펜과의 조화가 있었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컵스는 불펜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자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무려 유망주 3명에 즉시전력감 투수 1명(아담 워렌)을 내주고 채프먼 하나를 데려왔다. 채프먼이 올 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3개월 렌탈’ 선수임에도 컵스는 자신들의 우승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출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컵스 불펜의 구세주가 된 아롤디스 채프먼. ⓒAFPBBNews = News1
▶조화+압도+결단력, 108년만의 우승 문턱에 오게 하다

이처럼 타선은 공격과 수비의 완벽한 조화를, 투수진은 역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압도성, 그리고 약점을 과감히 메우는 결단력이 끝내 컵스의 71년만의 월드시리즈를 이끌었다. 컵스는 올 시즌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한 팀이며 강력한 팀이다.

물론 강력하다고, 최강이라고 우승을 한다는 법은 없다. 111년전 시카고 컵스는 116승 36패로 역대 최고 승률(0.763)을 거두고도 우승하지 못했다. 역대 최다승팀인 2001 시애틀(116승) 역시 챔피언십에서 떨어졌다. 단기전은 ‘최강=우승’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컵스가 우승하기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컵스는 클리블랜드에 이길만한 팀이다. 중요한건 분위기며, 단기전에 미치는 선수의 유무 정도다. 이 변수를 빼면 컵스가 클리블랜드를 꺾고 108년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것을 뒤집는 ‘변수’가 없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하지만.

만약 컵스가 패한다면 분명 이 글은 흑역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전 '기록에 근거한 사실'로 볼때 컵스가 분명 우승에 근접했음은 꼭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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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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