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충격적인 패배였다.

옆나라에서 보기에도 충격적인데 자국민은 얼마나 더 충격일까. 열도 내에서도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고, 감독 해임설까지 흘러나왔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최종예선 1차전에서 진 팀 중 월드컵에 나간 팀은 단 한번도 없다’며 일본의 월드컵 진출 가능성을 0%로 말하기도 한다.

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자. 정말 일본 축구가 UAE에게 졌다고 해서 월드컵에 나가기 힘든 수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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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1일 사이타마스타디움 2002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1차전 UAE와의 홈경기에서 1-2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에이스인 혼다 케이스케가 선제 헤딩골을 넣었음에도 프리킥-PK골을 연속으로 허용하며 패한 것이다.

UAE는 아무래도 객관적 전력에서 일본의 상대가 되지 않고, 일본은 오카자키 신지(레스터 시티),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 키요타게 히요시(세비야),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 등 해외파를 총출동시켰기에 압승이 예상됐다. 또한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의 돌풍을 이끈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의 ‘스시타카’도 정착됐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받아든 1-2 역전패는 열도를 암울하게 했다. 경기 후 일본 언론은 석연찮았던 판정에 대한 불만과 함께 근성과 투지 부족으로 역전패를 당한 대표팀에 큰 비난을 쏟았다. 특히 2015 아시안컵에서 8강에서 탈락한데 불만이 있던 할릴호지치호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며 경질설까지 대두됐다.

또한 아시아최종예선 1차전에서 패한 팀 중 월드컵 본선에 나간 팀은 단 한 번도 없는 역사를 들어 ‘0%의 가능성’이라며 일본의 월드컵 본선 진출에 회의론도 제기됐다.

물론 솔직히 한국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역사적, 지리적 라이벌이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내심 기뻐하는 것은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할지라도 객관적인 눈을 잃어서는 안된다. 정말 일본은 월드컵 본선에도 가지 못할 정도로 약한 팀일까?

최종예선은 긴 레이스임을 잊지말아야한다. 아직도 최종예선은 9경기나 남았다. 이 레이스는 2017년 여름까지 지속된다. 만약 3위를 차지한다면 2017년 10-11월에 열리는 타대륙과의 와일드카드 레이스까지 진출하기에 아직 1년 넘게 남은 대장정인데 고작 1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물론 일본이 속한 B조는 만만치 않다. 호주라는 아시아 챔피언, 이미 일본이 패한 UAE, 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복병인 태국까지 있다. 객관적으로 내전으로 경기 자체가 힘들어보이는 시리아 등이 포함된 A조보다 조금 더 어려운 조로 여겨진다.

그렇다고 해도 일본대표팀의 그동안의 성적, 그리고 현재 멤버 등을 모두 고려하면 호주마저도 이긴다고 장담키 힘들 정도로 분명 강한 팀이다. 이라크와 사우디는 전력이 늘 불안정하며 태국은 많이 성장했어도 여전히 두수 아래 쯤인 것은 당연하다. 아시아 축구가 시간이 갈수록 평준화되고 있다할지라도 아직은 분명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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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본 대표팀의 선수들의 핵심선수들은 좋은 리그의 좋은 팀에서 주축 역할을 하고 있다. 오카자키는 ‘EPL우승팀’의 주전멤버이며 카가와 역시 도르트문트라는 분데스리가 2위팀의 주전급 선수다. 혼다는 ‘명가였던’ AC밀란의 등번호 10번이며 키요타게도 라리가에서 ‘인간계 최고’ 중 한팀인 세비야에서 뛰고 있다.

솔직히 해외파 면면만 놓고 보면 손흥민을 제외하곤 빅리그 강팀에 제대로 뛰는 선수가 없는 한국보다 차라리 사정이 나을 정도다. 물론 J리그의 수준이 예전만 못하고 해외파와 J리거간의 간극, 그리고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술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이는 시간이 갈수록 풀리지 않는다기보다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알제리라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팀들 굉장히 좋은 팀으로 변모시킨 경력이 있으며 솔직히 한국이 울리 슈틸리케보다 더 탐을 냈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감독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잘하는 것은 한국에게 썩 유쾌하지는 않다. 현재 라이벌의 상황이 안 좋기에 소위 말해서 '꼬시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1경기만 치른 상황에서 ‘일본이 월드컵 진출을 못할 수도 있다’고 예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아직 1년이나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의 과정 속에 결국 강팀은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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